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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재하도급 ‘검은 커넥션’ 밝힌다… 조폭 개입 수사 확대

불법 재하도급 ‘검은 커넥션’ 밝힌다… 조폭 개입 수사 확대

최종필 기자
최종필 기자
입력 2021-06-14 18:04
업데이트 2021-06-15 0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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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광주 참사 하도급 비리 집중 조사

한솔·다원, 백솔건설에 재하도급 몰아줘
조폭이 이권 개입해 ‘모종의 역할’ 포착
굴착기 기사 “건물 내부로 진입해 철거”
붕괴사고로 숨진 9명 장례 절차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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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로 떠난 고교생 눈물로 배웅
하늘로 떠난 고교생 눈물로 배웅 14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병원 장례식장에서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 철거 건물 붕괴 참사로 희생된 고등학생의 발인식이 열리고 있다. 지난 9일 철거 중이던 건물이 무너지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광주 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은 불법하도급의 연결 고리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건설 현장의 고질적인 ‘불법 다단계 하도급 관행’과 비용 절감을 위한 ‘부실 공사’ 등이 이번 참사의 원인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경찰은 14일 현대산업개발과 4구역 재개발조합이 하도급을 준 한솔기업과 다원이앤씨가 백솔건설에 불법 재하도급을 준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솔기업과 다원이앤씨가 불법 재하도급을 한 곳에 몰아줬다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한솔기업과 다원이앤씨, 백솔건설 간의 이면계약을 통한 검은 커넥션이 존재할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또 경찰은 이들 기업의 검은 커넥션에 조직폭력배 관리 대상인 A씨가 모종의 역할을 한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경찰청 수사본부는 A씨가 2005년 3월과 이듬해 5월 연이어 추진됐던 학동 3구역과 4구역 재개발사업을 둘러싸고 각종 이권에 개입한 사실관계를 파악 중이다. 지역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A씨는 학동 4구역의 인허가 과정에 깊숙이 개입하는 등 조합 측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철거 등 각종 이권사업을 좌지우지한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면서 “한솔기업과 다원이앤씨 그리고 재하도급 업체인 백솔건설의 검은 커넥션을 A씨가 주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붕괴 참사는 원칙을 지키지 않은 엉터리 철거에 토산(흙더미) 붕괴가 더해졌기 때문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재하도급 업체인 백솔건설 대표이자 굴착기 기사 C씨는 “(붕괴) 건물 옆에 쌓인 흙더미 위에 굴착기를 올리고 작업했지만 굴착기 팔이 5층 높이까지 닿지 않아 건물 내부로 굴착기를 진입시켰다”면서 “흙더미 위에서 철거 작업을 하다 흙이 무너지면서 굴착기도 넘어졌고 이후 건물이 무너졌다”고 했다. 결국 꼭대기인 5층이 아니라 중간층부터 ‘밑동파기’ 철거를 했고, 여기에 비산먼지 감소 등을 위해 기존보다 2배 이상인 10t의 물을 쏟아부어 토산이 무너지면서 건물을 도로 쪽으로 밀어낸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날 광주 철거건물 붕괴 참사의 희생자 중 가장 나이가 어린 18살 B군의 발인식이 엄수돼 이번 참사로 숨진 9명의 장례 절차가 마무리됐다. 허망하게 아들을 잃은 B군의 아버지는 상복도 차려입지 못하고 ‘아들아, 내 아들아’를 목놓아 외치며 운구 행렬을 이끌어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시민들의 추모 공간인 합동분향소는 유가족이 원하는 때까지 광주 동구청 주차장에서 운영된다.

광주 최종필 기자 choijp@seoul.co.kr

2021-06-1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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