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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피에 젖은 마스크…광주 버스 정차 순간 ‘와르르’ 9명 사망·8명 중상 [이슈픽]

[영상] 피에 젖은 마스크…광주 버스 정차 순간 ‘와르르’ 9명 사망·8명 중상 [이슈픽]

강주리 기자
강주리 기자
입력 2021-06-10 00:01
업데이트 2021-06-10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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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 중 철거하던 상가 붕괴… 시내버스 덮쳐 대참사

17살 학생 등 9명 사망…중상 8명·실종 3명
“마른 하늘에 날벼락” 가족들 비통
긴장탓 열 올라 응급실에 일부 못 들어가
통째로 버스 깔려 찌그러져 인명피해 커
붕괴 참사 건물 다단계 하청 의혹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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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작업 벌이는 소방대원들
구조 작업 벌이는 소방대원들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처참하게 찌그러진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1.6.9 뉴스1
CCTV에 담긴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순간
CCTV에 담긴 광주 철거 건물 붕괴 순간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해 정차 중이던 시내버스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진은 건너편 상점 폐쇄회로(CC)TV에 찍힌 건물이 붕괴하는 순간. 2021.6.9 연합뉴스
철거 중이던 광주의 한 5층 건물이 붕괴해 시내버스를 덮쳐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9일 일부 사망자가 안치된 광주 남구 기독병원에 60대로 보이는 한 부부가 뛰다시피 한 바쁜 걸음으로 장례식장 위치를 물었다. 이날 사고로 정차를 위해 건물 앞에 잠시 멈춰섰던 버스에 있던 탑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는 참변을 당했다.

이 부부는 철거 중인 건물이 시내버스를 덮쳤고, 그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크게 다치거나 죽었다는 뉴스를 보고 있었던 참이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지만, 가족이 그 안에 있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고 했다.

그러던 중 울린 전화벨 소리에 부부는 순간 좋지 않은 소식이라는 걸 직감했다. 부부의 가까운 친척이 사고를 당한 시내버스에 있다가 숨졌다는 소식이었다.

이 부부는 “이게 무슨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냐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한 채 서둘러 장례식장으로 들어갔다. 경황없이 급하게 나온 듯 복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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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너진 건물 잔해더미 속 모습 드러낸 시내버스
무너진 건물 잔해더미 속 모습 드러낸 시내버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건물 붕괴 현장에서 건물 잔해에 매몰됐던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소방대원들은 중장비 등을 이용해 버스에 탔던 17명을 구조했으며 이 중 9명은 숨지고 8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옮겨졌다. 2021.6.9 독자 제공 연합뉴스
피에 가득 젖은 마스크 쓴 아내
옆에선 뼈 부러지고 머리 크게 다쳐

비슷한 시각 응급실 밖 구석진 곳에선 부상자의 남편 A씨가 병원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마음만 졸이고 있었다.

사고 소식을 듣고 극도로 긴장한 탓인지 체온이 37.5도가 넘어 출입을 거절당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A씨의 아내는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고 자신을 대신해 딸을 병원에 들여보냈지만, 아내 곁을 지켜주지 못하는 상황이 원망스러웠다.

A씨의 아내는 사고 직후 버스 안에서 119에 신고한 뒤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돌덩이가 버스를 덮쳤다. 갇혀서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A씨의 아내는 버스 앞쪽에 타고 있다가 큰 화를 면했지만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은 뼈가 부러지거나 머리를 심하게 다치는 등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고 현장 근처에서 살고 있던 A씨는 화들짝 놀라 현장으로 뛰쳐나갔다.

“가는 길에 다리가 후들거렸다”며 당시의 긴장과 걱정을 표현했다.

아내가 구조되는 모습을 지켜본 A씨는 피로 가득 젖어있는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습을 보고 크게 걱정했지만, 그나마 생명에 지장을 줄 정도의 부상은 아니라는 말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가장 처음 구조된 아내가 부상 정도가 심하지 않다는 이유로 병원에 후송되지 않고 있다가 부상자 중 가장 마지막으로 병원에 보내진 상황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A씨는 “아직도 긴장된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면서 “이만하길 다행이지만 더 크게 다치신 분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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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명 사상’ 붕괴 현장 찾은 전해철 행안부 장관
‘17명 사상’ 붕괴 현장 찾은 전해철 행안부 장관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이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붕괴 사고 현장에 들어서고 있다. 2021.6.9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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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학동 붕괴사고...구조 작업
광주 학동 붕괴사고...구조 작업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무너져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와 승용차 2대를 덮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119 구조대가 사고 현장에서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처참하게 찌그러진 시내버스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2021.6.9 뉴스1
철거중 5층 건물 통째로 무너져내려
한편 이날 오후 4시 22분쯤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이 통째로 무너져 막 인근 버스정류장에 정차한 운림54번 시내버스를 덮치면서 17명이 건물 잔해에 매몰돼 9명이 숨지고 8명이 크게 다쳤다. 대부분 버스 탑승객인 피해자들은 버스가 무너진 건물더미에 깔려 처참하게 찌그러졌다.

소방당국은 애초 12명이 매몰된 것으로 추정했으나 사람이 더 있었음을 확인했고, 추가 매몰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 버스에서 17명이 구조됐다. 이 중 9명은 숨졌고 8명은 중상을 입고 병원에 이송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애초 버스 한 대와 승용차 두 대가 매몰됐다는 목격자 진술을 확보했지만 구청 폐쇄회로(CC)TV를 확인한 결과 승용차들은 붕괴 직전 멈춰 선 것으로 확인했다.

CCTV 영상에는 버스가 정류장에 정차하자마자 5층 규모 건물이 붕괴하면서 버스를 완전히 덮쳤고 거리에 다른 보행자는 없었다.

당시 건물 철거 공사가 진행 중이라 내부에 다른 이용자는 없었으며 작업자들만 있었다.

건물 5층 등에서 작업자 8명이 굴착기를 이용해 철거 작업을 하고 있었으나 이상 징후를 느끼고 밖으로 나간 것으로 조사됐다.

소방당국은 공사 작업자와 보행자 피해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추가 매몰자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수색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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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색자 더 이상 없기를’ 매몰자 수색하는 소방당국
‘수색자 더 이상 없기를’ 매몰자 수색하는 소방당국 9일 오후 4시22분쯤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지역에서 철거 중이던 5층 건물 1동이 붕괴, 도로를 달리던 시내버스가 매몰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사상자 9명이 사망하고, 8명이 중상을 입은 것으로 잠정 확인됐다.

사진은 수색견과 함께 추가 매몰자 여부를 수색하는 소방당국 관계자의 모습. 2021.6.9 뉴스1
버스 전면부 차유리 깨 8명 구조
뒤쪽에 있던 17살 고교생 등 9명 사망

소방당국은 애초 매몰된 버스에 운전기사를 포함해 12명이 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처참하게 찌그러진 버스 차체가 중장비 작업으로 드러나면서 매몰자들이 추가로 발견됐다.

지금까지 확인된 매몰자는 총 17명이다. 이 가운데 70대 여성 1명, 60대 여성 4명, 60대 남성 1명, 40대 여성 1명, 30대 여성 1명, 10대 남성 1명 등 9명이 사망했다. 10대는 17살 고교생으로 확인됐다. 실종자는 3명이다.

중장비로 잔해를 치우고 차체가 드러난 오후 7시 9분쯤 구조된 매몰자가 이번 사고 첫 번째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후 발견된 매몰자 3명도 심정지 상태에서 병원으로 이송돼 사망 판정을 받았다. 오후 8시를 넘겨 시내버스 매몰자 구조가 막바지에 이르자 5명이 숨진 상태로 한꺼번에 발견됐다. 시내버스 매몰자를 구조하는 작업은 오후 8시 15분쯤 마무리됐다.

70대 여성 4명, 70대 남성 1명, 60대 여성 2명, 50대 남성 1명 등 8명은 구조 초반 버스 전면부 차유리 구멍을 통해 구조돼 각각 전남대병원(3명)·광주기독병원(3명)·조선대병원(1명), 동아병원(1명)으로 옮겨졌다.

구조 당국은 시내버스 탑승자를 제외한 매몰자가 추가로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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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구조하는 소방대원
희생자 구조하는 소방대원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2021.6.9 연합뉴스
철거 첫날 붕괴…작업자들 굴착기 작업 중
이상한 소리에 건물 밖 서둘러 피신

건물 작업자들은 전날 건물 주변을 정리한 뒤 이날부터 5층 건물 맨 위에 굴착기를 올려 철거를 시작했다.

건물을 한 층씩 부수며 내려가는 방식으로 안쪽부터 바깥 방향으로 구조물을 조금씩 부숴갔다.

현장에는 굴착기와 작업자 2명이 있었고, 주변에는 신호수 2명이 배치됐다.

작업자들은 굴착기 작업 중 이상한 소리를 느꼈고 서둘러 건물 밖으로 피신했다.

이후 가림막도 소용없이 건물이 순식간에 도로변으로 무너졌고 정류장에 막 정차한 시내버스를 완전히 뒤덮었다.

사고 후 학동에서 화순 방면 도로 운행이 전면 통제될 정도였다.

현장을 목격한 주민들은 철거를 시작한 첫날 건물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을 두고 철거 방식에 문제 있었던 아니냐고 추정했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시민 박모(66)씨는 “건물이 한꺼번에 무너진 것은 결국 철거 중 주요 부분을 잘못 건드린 게 아닌가 싶다. 안전조치에 문제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구조 작업을 마친 후 합동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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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건물 붕괴 현장 구조작업
광주 건물 붕괴 현장 구조작업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2021.6.9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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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된 버스 살피는 구조대원
매몰된 버스 살피는 구조대원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2021.6.9 연합뉴스
참사 상가 건물, 재개발 위해 철거 중
“몇 안 남은 철거대상 건물이었는데”

아파트 19개동, 2300가구 들어설 예정


이날 붕괴한 상가 건물은 광주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을 위해 철거 중이었다.

재개발 사업은 12만 6400여㎡ 면적에 29층 아파트 19개 동, 2314가구가 들어설 만큼 대규모였다.

2007년 8월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지만 2017년 2월에야 사업시행 인가, 이듬해 7월 관리처분 인가를 받았다. 재개발은 도심 공동화와 함께 주택 노후화로 악화한 주거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됐다.

건설 중인 광주 도시철도 2호선 남광주역을 중심으로 1, 2호선이 함께 지나는 ‘더블 역세권’이 형성될 예정이었다. 충장로와 금남로 등 원도심 상권, 남광주시장뿐 아니라 대학병원과도 가까워 주택 수요자들의 관심도 컸다.

조합원은 648명으로 재개발 사업 시공사는 현대산업개발이다.

지난해 7월부터 석면 제거 등 철거가 시작돼 공정률 90%를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건물 철거는 한솔기업이 진행했으며 이날은 사실상 첫 철거일이었다.

광주시 관계자는 “몇 안 남은 철거 대상 건물이었다”면서 “관계 기관이 합동으로 붕괴 원인과 경위 등을 조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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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된 버스
매몰된 버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2021.6.9 연합뉴스
붕괴 참사 건물, 다단계 하도급 의혹 제기
대형 참사로 이어진 광주 재개발지역 철거건물 붕괴 사고 현장에서 공사가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이뤄졌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날 현장 수습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사고로 이어진 철거공사에 투입된 작업자 다수가 원청에서 하도급, 재하도급으로 이어지는 건물해체 작업에 투입됐다고 증언했다.

이날 오후 6시 30분쯤 열린 현장 브리핑에서 알려진 계약 구조와는 다른 내용이다. 당시 브리핑에서 자신을 ‘공사관계자’라고 밝힌 인물은 철거 직전 작업 내용을 설명하며 소속을 하청업체라고만 밝혔다.

해당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조합은 시공사와 3개 철거업체만이 하도급 계약을 맺었다고 공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불법 재하도급 여부 조사 규명이 필요한 대목이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현장에 기술안전정책관, 익산지방국토관리청장, 국토안전관리원의 전문가 등을 급파해 수습을 지원하고 있다. 경찰도 시경 차원의 전담수사팀을 편성해 수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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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2021.6.9  2021-06-09 20:56:02/ 연합뉴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2021.6.9 2021-06-09 20:56:02/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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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잔해에 깔려 처참하게 찌그러진 버스
건물 잔해에 깔려 처참하게 찌그러진 버스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에서 철거 중이던 건물이 붕괴하면서 시내버스를 덮쳐 버스 탑승자 9명이 숨지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소방대원들이 건물 잔해에 눌려 완전히 찌그러진 버스를 중장비를 이용해 끌어내고 있다.
2021.6.9 독자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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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건물 붕괴 현장 구조작업
광주 건물 붕괴 현장 구조작업 9일 오후 광주 동구 학동의 한 철거 작업 중이던 건물이 붕괴, 도로 위로 건물 잔해가 쏟아져 시내버스 등이 매몰됐다. 사진은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펼치는 모습. 2021.6.9 연합뉴스


강주리 기자 jurik@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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