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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생 취약 핫스폿 해외여행…항생제 내성 유전자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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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6-10 01:51 과학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포스트 코로나’ 해외여행 긴급 주의보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확산된 건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해 세계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물학자와 의과학자들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가진 장내미생물도 병원균들처럼 여행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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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가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뒤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확산된 건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해 세계 어느 곳이나 자유롭게 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생물학자와 의과학자들은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가진 장내미생물도 병원균들처럼 여행을 통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픽사베이 제공

2019년 늦가을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는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됐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하루 이틀이면 전 세계 원하는 곳 어디든 갈 수 있게 된 영향이 컸다. 외국 여행이 코로나19 같은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을 가진 장내미생물과 유전자까지 옮기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연구가 나왔다. 코로나19 대확산 이후 ‘0’으로 수렴됐던 외국 여행 수요가 코로나 종식 후 다시 늘어난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의대 부설 게놈과학·시스템생물학센터, 병리·면역학과, 분자미생물학과, 의생명공학과,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의대 의료미생물학과, 암스테르담대 의대, 에라스무스대 메디컬센터 의료미생물학·감염과, 암스테르담 국제보건발전연구소 공동연구팀은 외국 여행객들이 항생제 내성(AMR) 유전자를 가진 장내미생물을 갖고 귀국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9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의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 ‘게놈 의학’ 6월 7일자에 실렸다.

연구팀은 2013년 11월부터 2016년 7월까지 18세 이상 네덜란드 성인 남녀를 대상으로 한 ‘여행 후 다항성박테리아 운반’(COMBAT) 연구 데이터를 활용했다. 연구팀은 특히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북아프리카, 동아프리카 등 4개 지역을 여행했던 190명을 무작위로 선정해 여행 전후 장내미생물 군집과 유전자 변화를 조사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한 지역들은 열악한 위생 상태와 의료 상황 때문에 항생제 내성균이 많이 발견되는 이른바 ‘핫스폿’(hot spot)이다.
대장과 소장 등 소화기관에 주로 존재하는 장내미생물은 영양소 분해와 소화를 돕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 각종 암, 면역계질환, 퇴행성뇌질환, 신경정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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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장과 소장 등 소화기관에 주로 존재하는 장내미생물은 영양소 분해와 소화를 돕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비만, 각종 암, 면역계질환, 퇴행성뇌질환, 신경정신질환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 확인됐다.
미국 국립보건원(NIH) 제공

사람은 약 39조개의 미생물을 갖고 있는데 대부분 대장이나 소장 등 소화기관에 집중돼 있다. 이들 소화기관에 있는 미생물을 ‘장내미생물’이라고 부른다. 장내미생물은 영양소 분해나 소화를 돕는 역할을 하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었지만 최근 다양한 연구를 통해 비만, 대장암을 포함한 다양한 암종과 면역계질환, 치매나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질환, 우울증, 양극성장애 같은 신경정신질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장내미생물에는 인체에 유익한 것과 유해한 것들이 모두 존재하고 있다. 최근에는 항생제 오남용과 항생제가 포함된 각종 화학물질로 키운 농축산물을 통해 항생제 내성을 가진 유해한 장내미생물도 늘고 있는 추세다.

연구팀은 여행 전후로 실험대상자들의 장내미생물을 메타게놈 염기서열 분석법으로 조사하고 지금까지 알려진 AMR 유전자 자료들과 비교했다. 그 결과 여행자들 대부분 출국 전에는 없었던 AMR 유전자를 가진 장내미생물들이 여행 이후 발견됐다. 이렇게 발견된 AMR 유전자는 56종이었으며 그중에는 항생제 내성이 강해 어떤 항생제도 통하지 않는 고위험 AMR 유전자도 10종이 포함돼 있었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으로 여행을 다녀온 실험대상자들에게서 고위험 AMR 유전자가 가장 많이 발견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따르면 AMR 유전자는 여행 이후에 발견된 만큼 해외여행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항생제 내성 장내미생물을 전달하고 확산시키는 수단이라고 지적했다.

연구를 이끈 네덜란드 마스트리히트대 의대 존 펜더스 교수(의료미생물학)는 “백신접종으로 집단면역이 형성돼 코로나19가 사실상 종식되면 다시 여행자들이 늘어날 텐데 이때 보건학적으로 가장 우려되는 점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의 빠른 확산”이라면서 “이번 발견은 항생제 내성 박테리아 확산 차단을 위한 공중보건정책을 수립할 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1-06-1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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