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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감사 권한없는 감사원 끌어들인 국민의힘…정치권 “국민 조롱”

국회 감사 권한없는 감사원 끌어들인 국민의힘…정치권 “국민 조롱”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1-06-09 13:34
업데이트 2021-06-09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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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與, 국정조사?특검 협조하라”
김기현 “與, 국정조사?특검 협조하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군 성범죄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 특위’ 임명장 수여식 및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6.9
뉴스1
국민의힘이 소속 의원에 대한 부동산 투기 여부 전수조사를 하겠다고 나섰지만 권한도 없는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해 정치권이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시늉만 하지 말라”며 꼬집었고, 국민의당은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9일 기자들과 만나 “감사원 감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 “여당만 합의하면 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권익위 중립 의심”…속내는 ‘개헌저지선’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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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 관련 브리핑
공익신고자 보호법 개정 관련 브리핑 전현희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이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개정된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2020.11.20
연합뉴스
전날 민주당은 국민권익위원회 전수조사 결과 소속 의원 12명이 부동산 불법투기 의혹을 받자, 이들에 대해 탈당 권유 및 출당 조치를 천명한 뒤 국민의힘도 전수조사 받을 것을 압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감사원 조사를 민주당에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감사원의 감사 대상은 행정부에 국한된다. 감사원법 24조는 ‘국회·법원 및 헌법재판소에 소속한 공무원은 제외한다’고 직무 범위를 규정하고 있다.

국민의힘이 감사원에 조사를 요청한 표면상 이유는 권익위의 민주당 부동산 투기 의혹 전수조사 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권익위원장이 민주당 출신 전현희 전 의원인 만큼 중립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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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 중심에 선 감사원장
논란 중심에 선 감사원장 최재형 감사원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감사원에서 퇴근하고 있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를 국회 제출과 동시에 공개했다. 감사원은 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이 낮게 평가됐으며, 이 과정에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개입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그러나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은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판단을 내놓지 않았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그러나 조사 결과 민주당에서 12명의 의원이 투기 의혹에 연루된 것으로 나왔고, 민주당이 이들 전원에게 탈당 권유 또는 출당 조치를 하는 등 초강수를 두자 ‘진퇴양난’에 갇힌 형국이 됐다.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이 나오면 국민의힘도 민주당에 준하는 수준으로 탈당 권유 또는 출당 조치를 해야 하는데, 소속 의원 102명 중 2명이라도 투기 의혹에 연루돼 의석 수가 줄어들면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정치권 “장난치나…국민에 대한 조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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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 발언하는 권은희
최고위 발언하는 권은희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가 2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5 연합뉴스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되지도 않을 감사원 조사를 의뢰한 것은 사실상 부동산 투기 의혹 검증에 응할 의지가 없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삼권분리 원칙상 행정부 소속인 감사원이 입법·사법부 공무원을 감찰하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며 “국민의힘이 이 사실을 모르지 않을 텐데, 사실상 전수조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의 김영배 의원도 MBC라디오 인터뷰에서 “할리우드 액션 정도를 넘어서 시중에서 하는 말로 ‘장난치나’라고 묻고 싶다”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달리 국민의당·정의당 등 비교섭단체 5당은 이날 국민권익위에 전수조사를 위한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국민의당 권은희 원내대표는 이날 TBS라디오에 출연해 “(감사원의) 직무 권한이 뻔히 없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를 의뢰하겠다고 하는 건 부동산 투기와 관련해 철저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이야기만 하고 실제로는 아무런 조치를 위하지 않는 것”이라며 “국민에 대한 조롱”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이) 당장 그 입장을 철회해서 권익위에 함께 조사를 의뢰하는 것을 권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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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언 듣는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발언 듣는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 정의당 배진교 원내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이은주 의원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1.6.8
연합뉴스
정의당은 전날 이동영 수석대변인 논평을 통해 “소속 의원 전원에 대한 전수조사를 받겠다는 건지 못 받겠다는 건지 솔직한 입장을 시민들에게 공개적으로 밝힐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라며 “감사원법상 국회의원은 감사원의 직무감찰 대상이 아니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사원 조사가 아니면 어떤 조사도 못받겠다고 우기는 꼼수와 억지는 시민들의 화만 돋운다는 사실을 명심하시기 바란다”라고 날을 세운 바 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 또한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애초 안 되는 일을 하겠다고 한 것이다. 몰라서 그런 건가, 알면서도 그런 건가?”라며 “전자라면 무능한 것이고 후자라면 국민들을 우롱하는 짓”이라고 꼬집었다.

이준석·나경원·주호영, 권익위 조사 의뢰엔 확답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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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8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주관한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에 앞서 주먹을 불끈 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준석 전 최고위원, 조경태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 홍문표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당대표 후보들이 8일 당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처음으로 주관한 합동토론회에 참석해 토론에 앞서 주먹을 불끈 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이준석 전 최고위원, 조경태 의원, 나경원 전 의원, 주호영 의원, 홍문표 의원.
국회사진기자단
현재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나선 후보들은 나름의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권익위 조사 의뢰에 대해선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준석 후보는 “송영길 (민주당) 대표의 엄중한 선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우리 당에도 여당에 뒤지지 않는 도덕적 잣대가 있다”라며 “탈당·제명·당원권 정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재발방지책을 포함해 실효성 있는 투기 의혹 근절 대책을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전수조사)에 준하는 형태로 조사해야 한다”라며, 감사원 감사 의뢰의 현실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당선되면 원내지도부와 협의해 현실적 안을 마련하겠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나경원 후보는 “어떤 방법으로 조사할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의원 전수조사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며 “최대한 빨리 가장 신뢰받을 기관에 맡기겠다”라고 전했다.

소속 의원의 의혹이 드러날 경우 “강력하게 조치해야 한다”라며 “국회의원으로서 지위를 이용해서 취득한 정보를 이용했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조치 이상도 검토하느냐’라는 질문에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주호영 후보 또한 “야당이 돼놔서 투기할 정보도 없다”라며 “우리 당 의원들은 아무 문제 없다고 보지만, 만에 하나 불법이 드러나면 거기에 따른 엄격한 책임을 물으면 된다”라고 말했다.

당의 감사원 의뢰에 관한 물음에는 “민주당이 와서 우리 당을 조사해달라”라며 “민주당이 그걸 하지 않겠다면, 전원 외부 인사로 우리 부동산 문제를 자체 조사하겠다”라고 밝혔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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