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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광장] 한예종 이전, 누구를 위한 것인가/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

[자치광장] 한예종 이전, 누구를 위한 것인가/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

입력 2021-05-16 20:34
업데이트 2021-05-17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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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
이승로 서울 성북구청장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대학은 8개다. 서울시 자치구 중 최다이다. 지난 3년 지방정부 수장으로서 대학과 지역의 성장을 고민해 왔지만 유독 아픈 손가락은 한국예술종합대학교(한예종) 석관동캠퍼스다. 최근 의릉 복원계획으로 석관동캠퍼스 이전이 이슈다. 한예종 이전은 지역공동화와 직결되는 생사여탈의 문제로 구청장으로서의 고뇌는 더욱 깊다.

 해법은 존재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유펜)가 위치한 필라델피아 서쪽 지역은 제조업 노동자의 밀집 지역이었으나 1990년대 제조업이 쇠퇴하자 급속한 인구 감소, 지역경제 붕괴, 범죄율 증가 등 전형적인 도심 쇠퇴를 겪게 된다. 고심 끝에 정부의 재생사업과 유펜의 재정적·인적ㆍ지식 자원의 협력으로 범죄 감소, 지역상권 활성화, 양질의 교육 제공 등 폭넓은 도시재생 성과를 거두게 된다. 이제 대학의 역할이 전통적 교육에서 진화해 제3의 임무인 사회적 기여까지 확장된 것이다.

 유펜의 모습, 낯설지 않다. 지속적 인구 감소와 함께 사업체의 94%가 영세업자인 석관동은 마치 1990년대 필라델피아와 흡사하다. 전형적인 베드타운으로 발전 동력이 미약한 성북구에서 약 25년간 함께해 온 한예종은 지역의 경제 활력 거점이다. 뿐만 아니라 성북구의 풍부한 역사문화예술자원을 기반으로 동북권 문화예술 거점도시로의 성장을 이끌어 갈 자원이다.

 대학은 지역 경제·사회·문화 발전의 기초가 되는 인적·물적 자원의 집약체이기에 대학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과 지역의 성장 가능성을 등한시한 대학의 맹목적 이전은 지역공동화, 도시쇠퇴를 초래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한예종 캠퍼스 용역 결과 건축비만 약 6000억원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20만㎡ 규모의 통합캠퍼스라면 약 1조원의 국가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의 효용적 사용, 지역균형발전, 지역과 대학의 상호 성장 가능성 등 무엇으로 보나 한예종 석관동캠퍼스는 현재의 기능 확장만으로도 충분히 신한류를 이끌어 갈 세계적인 국립예술종합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다.

 대학이 도시와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적 협력을 보여 준 유펜의 해법은 비단 태평양 건너 ‘먼 나라, 이웃 나라 이야기’가 아닌, 성북구에서 한예종과 함께 ‘우리 동네 이야기’로 충분히 실현 가능하다.
2021-05-1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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