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기관, 사후 관리 전화·이메일로 대체
가정 방문 때도 아동학대 징후 발견 못해
두 살짜리 입양아동을 학대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려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중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양부 A씨가 11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기 위해 경기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오고 있다. 2021.5.11 연합뉴스
그러나 이처럼 뜻깊은 날을 하루 앞둔 10일 두 살배기 입양아동이 양부모의 학대로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는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 배경에는 입양기관의 허술한 사후관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8월 입양기관을 통해 입양된 A양은 지난 8일 양부 B(30대)씨에게 폭행당해 뇌출혈을 일으켜 급히 뇌수술을 받았다. 아이는 회복 단계에 있으나 여전히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의료진은 B양의 몸에서 충격이 가해진 시기가 각기 다른 멍 자국이 여럿 발견됐고, 또래보다 발육 상태도 좋지 않은 점을 미루어 장기적인 아동학대를 의심했다.
A씨 부부는 2020년 8월 경기지역 소재의 C입양기관을 통해 B양을 입양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양특례법에 따라 입양기관은 입양 이후 첫 1년 동안 아동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사후 관리를 해야 한다.
해당 기관은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4월 등 세 차례에 걸쳐 사후 관리를 진행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실제 가정 방문이 이뤄진 것은 단 한 번뿐이었다. 나머지는 양부모와 전화, 이메일로 아동의 적응 여부에 대한 문답을 형식적으로 주고받는 데 그쳤다.
보건복지부의 ‘2020년 입양 실무 매뉴얼’에 따르면 입양기관은 신고일로부터 1년 이내에 입양가정을 최소 4차례 사후관리하도록 한다. 가정 방문을 두 차례 진행하면 남은 두 번은 통화나 온라인 면담으로 대체 가능해 C기관도 간소하게 점검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후 관리가 부실하다 보니 아동학대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기도 어렵다. C기관 담당자는 그간 A양에게서 어떠한 이상 징후도 확인하지 못했다. 가장 최근인 지난달 방문 때도 아이의 몸에서 멍 자국 등은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정인이를 품에 안고’
생후 16개월 된 정인양을 입양 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양천 입양아 학대 사망’ 사건에 대한 5차 공판이 열린 7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 앞에서 시민들이 양부모에 대한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1.4.7 뉴스1
이처럼 바뀐 ‘2021년 입양 실무 매뉴얼’이 지난 1월 발표됐지만, 실제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한 것은 이번 사건이 발생한 이후인 이달 10일부터이다. C기관은 절차대로 진행한 것이지만,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B양의 상태를 살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