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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향한 깊은 마음” 피아노 치는 정명훈…건반으로 풀어내는 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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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4-22 18:49 공연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정명훈, 지휘봉 대신 피아노로 국내 관객 만남
하이든·베토벤·브람스 소나타 세 작품 선보여
“프로페셔널 말고 마음·인연 이끄는 대로”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지휘자 정명훈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피아노 앨범 및 리사이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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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지휘자 정명훈이 기자간담회를 갖고 피아노 앨범 및 리사이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어렸을 때 내가 세상에서 사랑하는 게 두 가지 있었어요. 피아노와 초콜릿. 이제 초콜릿은 없어졌고 우리 가족이 피아노보다 앞서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피아노는 그만큼 깊이 들어 있는 사랑이죠.”


지휘봉을 잠시 내려두고 오랜만에 피아노 앞에 앉아 국내 관객들과 만나게 된 정명훈은 피아노를 첫사랑에 비유했다. “피아니스트로 활동하지 않은 지 30년이 넘었어도 한 번도 잃지 않았고 늘 피아노 옆에 있길 원했다”면서다.

정명훈은 22일 오후 도이치 그라모폰(DG) 레이블을 통해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후기 피아노 작품집’ 디지털 앨범을 발매했다. 수록곡들을 들고 23일 대구콘서트하우스를 시작으로 24일 군포문화예술회관, 25일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 27일 경기아트센터에 이어 28일과 30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도 갖는다.
2013년 첫 피아노 앨범을 낸 뒤 두 번째 음반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작품집’을 발매한 정명훈.  유니버설뮤직 제공

▲ 2013년 첫 피아노 앨범을 낸 뒤 두 번째 음반 ‘하이든·베토벤·브람스 피아노 소나타 작품집’을 발매한 정명훈.
유니버설뮤직 제공

투어를 앞두고 이날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만난 그는 “진짜 잘하는 피아니스트들에게 미안하다”면서 ‘피아니스트’로 무대를 갖는 게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다만 음악의 시작이기도 했던 첫사랑을 향한 깊은 마음이 무대로 이끌었다고 했다.

뛰어난 피아니스트였지만 정작 피아노 앨범과 리사이틀은 각각 2013년, 2014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첫 음반에 자녀들을 위한 마음을 그렸다면 두 번째 피아노에는 거장의 삶을 고스란히 녹였다. 하이든 피아노 소나타 60번과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 브람스 ‘네 개의 소품’ 등 세 작곡가가 말년에 쓴 작품들이 담겼다. 하이든은 그가 7세에 서울시립교향악단과 피아노 협주곡 11번을 연주한 처음의 의미가 있고, 베토벤은 그의 음악 인생에 “제일 큰 거인”, 그리고 브람스는 주로 웅장한 오케스트라를 이끌던 그에게 잔잔한 아름다움의 가치를 더욱 알게 했다.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정명훈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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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코스모스아트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앞두고 정명훈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0번을 연주하고 있다.
크레디아 제공

정명훈은 “나이 먹는 게 좋고 다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1초도 안 든다”고 했다. “젊었을 땐 손가락이 훨씬 잘 돌아갔고 지금은 어떤 때는 원하는 만큼 손가락이 늘어나지 않지만, 옛날에 안 보였던 것들이 많이 보이고 느껴진다”고 말했다. “브람스 교향곡 4번에서 어딘가 소화하지 못한 느낌이 있었는데 그 불편함이 해소된 게 비로소 브람스가 그 작품을 쓴 나이가 됐을 때”라는 말로 그가 느낀 시간의 깊이를 가늠케 했다.

2014년 리사이틀 당시엔 뵈젠도르퍼를 직접 공수해 올 만큼 피아노도 까다롭게 골랐지만 이번 공연에선 대부분 공연장에 있는 피아노를 선택할 예정이다. “이제는 좋은 피아노보다 편안한 의자가 더 중요하다”는 농담을 건네기도 했다.

그는 “전 이제 프로페셔널한 음악가가 아니다”라며 그저 음악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따뜻한 인연을 이어 가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국내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등 책임을 맡는 일은 더이상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한 가지 남은 목표는 조심스레 꺼냈다. “사진 찍는 것과 인터뷰 다음으로 싫어하는 게 음반 녹음”이라면서도 아내를 위한 음반을 꾸미고 싶다며 아내가 가장 좋아한다는 슈만의 환상곡을 즉흥적으로 쳤다.

앨범과 리사이틀에 대한 생각을 두루 밝히고 난 뒤 그는 “첫 음반에 담았던 아들을 향한 마음을 다시 연주해보겠다”며 6분 가까이 슈만의 ‘아라베스크’를 연주하고는 “안녕히 계세요”하고 자리를 떠났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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