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김프’ 노린 위안화 송금 30배 급증… 우리銀 “월 1만弗로 제한”

‘김프’ 노린 위안화 송금 30배 급증… 우리銀 “월 1만弗로 제한”

김희리 기자
김희리, 윤연정 기자
입력 2021-04-19 18:10
업데이트 2021-04-19 18:1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암호화폐 불법행위 ‘긴급 처방’ 통할까

해외서 비트코인 매입 뒤 韓서 차익 얻어
거래소 업비트도 자산 출금 72시간 지연
규제로 대폭락 ‘박상기의 난’ 재현 우려 속
전문가 “규제 강화 땐 김프만 더 높일 것”
이미지 확대
정부가 19일 특별 단속을 예고한 가운데 이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 가격들이 표시돼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정부가 19일 특별 단속을 예고한 가운데 이날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 라운지에 설치된 시황판에 비트코인을 비롯한 주요 코인 가격들이 표시돼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정부의 불법행위 집중 단속이 암호화폐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기준이나 관련 제도가 미비한 상황에서 엄포만 놓는 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19일 국무조정실 등에 따르면 이번에 발표한 집중단속의 초점은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상자산 가격이 해외보다 높게 형성되는 현상)을 활용한 차익거래 과정의 위법사항부터 가상자산 사업자의 불공정 거래에 이르기까지 암호화폐 거래의 불투명성으로 인한 자금 세탁, 환치기 같은 범죄 악용을 막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달 들어 국내 주요 시중은행에서 원화를 중국 위안화로 바꿔 송금하려는 수요가 평소의 30배 이상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에서는 해외에서 비트코인 매입 뒤 김치 프리미엄이 있는 한국에서 매도해 차익을 얻는 중국인이 늘어난 영향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은행과 업계에서 자체 규정을 만들어 정부 지침과 속도 맞추기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이날부터 비대면으로 중국에 송금할 수 있는 ‘은련퀵송금 다이렉트 해외송금’에 월 1만 달러 한도를 신설했다. 기존에는 5만 달러 이내면 매일 5000달러씩 송금할 수 있었다. 하나은행도 비대면 해외 송금이 가능한 ‘하나EZ’의 월 한도를 이미 하루 1만 달러로 책정했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도 이날부터 외부 암호화폐 지갑에서 처음 입금된 가상자산을 72시간 동안 원화로 출금하지 못하도록 지연시키는 정책을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당국의 강경책으로 비트코인 가격이 대폭락했던 소위 ‘박상기의 난’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2018년 1월 박상기 당시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는 기본적으로 거래소를 통한 암호화폐 거래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비트코인 가격(빗썸 기준)은 그해 1월 6일 2598만 8000원에서 한 달 뒤인 2월 6일 660만원으로 4분의1로 쪼그라들었다.

그러나 이번엔 시장 상황이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정부가 암호화폐 관련 규제를 강화하면 비트코인을 해외에서 구매하기가 더 어려워져 김치 프리미엄을 외려 높이는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범 단국대 자율형블록체인 연구소장은 “제도권으로 편입해 체계적인 관리를 하는 게 아니라 지금처럼 규제로 잘못된 시그널을 주는 것은 오히려 시장의 불확실성만 높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윤연정 기자 yj2gaze@seoul.co.kr
2021-04-20 2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