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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트랜스젠더 군인’, 그리고 밝고 유쾌한 청년 변희수를 기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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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4-18 15:39 사회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변희수 육군 하사의 친구인 이준(가명·왼쪽부터)씨와 변 하사의 애인인 박현서(가명)씨, 변 하사와 친분이 깊던 신지예 여성네트워크대표가 변 하사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2021. 4. 14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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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희수 육군 하사의 친구인 이준(가명·왼쪽부터)씨와 변 하사의 애인인 박현서(가명)씨, 변 하사와 친분이 깊던 신지예 여성네트워크대표가 변 하사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2021. 4. 14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17-500589 육군 하사 변희수’

세상은 24살의 나이에 숨을 거둔 변희수를 트랜스젠더 군인으로만 기억한다. 그러나 그에게 트랜스젠더라는 정체성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는 공군참모총장상을 받고 전차 조종특기에서 뛰어난 두각을 드러낸 군인이자 동시에 다양한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였고, 고양이를 키우는 집사였으며 귀여운 애인이자 활기찬 친구였다.

지난 17일은 변희수 육군 하사의 49재로 추정되는 날이다. 아직 부검 결과가 나오지 않아 정확한 사망 날짜를 알 수 없지만, 현재까지는 그의 의무복무 종료일인 지난 2월 28일을 사망 날짜로 추정하고 있다. 서울신문은 변 하사의 49재를 맞아 지난 14일 서울 중구 서울신문 본사에서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이자 그의 전 애인인 박현서(가명)씨, 절친한 친구이면서 성소수자인 이준(가명)씨, 변 하사와 친분이 깊은 신지예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 등 그를 소중하게 기억하는 사람들과 함께 ‘유쾌한 청년’ 변희수와 트랜스젠더의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트랜스젠더 군인’에 가려져 보지 못한 변희수의 일상

“저 제안할 것이 있는데요….”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변 하사가 갑작스럽게 신 대표(당시 서대문갑 무소속 국회의원 후보)를 찾아왔다. 당연히 차별금지법 제정이나 군대 내 성소수자 문제 등을 제안할 거라 생각했지만 에어소프트건의 탄속을 해외 수준 정도로 올려 사람들이 자유롭게 페인트총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내용이었다. 그는 이런 내용을 담은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 직접 발표했고, 신 대표는 이를 받아들여 자신의 공약에 추가했다. 신 대표와 변 하사의 첫 만남이었다. 그 후 변 하사는 신 대표의 선거운동본부에 들어와 숙소에서 동고동락하며 지냈다. 신 대표는 “내 주변에 그녀만한 밀덕은 없었다”고 회상한다.

변 하사에게 신 대표를 소개해준 이씨도 그가 이런 제안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했다. 이씨는 “희수가 그런 제안을 할 줄 모르고 지예님을 소개했다”면서 웃었다. 이씨와 변 하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처음 인연을 맺었다. 밝고 유쾌했던 그의 SNS계정을 보고 이씨가 먼저 메시지를 보냈다.

이씨는 변 하사가 음악, 만화, 게임을 좋아했던 친구라고 말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게임을 좋아했다. 이씨는 “희수는 해보지 않은 게임이 없었다”면서 “다만 게임을 가르쳐줄 때는 친절하지 못 했다. 그 친구에게 게임 좀 알려달라했더니 내가 게임하는 모습을 보고 ‘그렇게 할거면 게임하지 마라’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박씨도 옆에서 “나한테도 게임하지 말라고 했다”며 맞장구를 쳤다. 여느 20대 청년들과 다름없는 모습이다.

변 하사는 고양이 ‘시엘’을 키우는 집사이기도 했다. 어느날 회사에서 근무 중인 이씨에게 변 하사의 전화가 걸려 왔다. “준아, 다친 아기고양이를 주웠는데 어떻게 할까?” 목소리에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는 속마음이 잔뜩 묻어 나왔다. “자기 앞가림도 못 하면서 고양이를 어떻게 키워!” 삐딱하게 대답했지만 결국 아기고양이는 이씨의 집에서 변 하사가 함께 보호하게 됐다. 이씨는 “희수가 고향인 청주로 갈 때 고양이도 함께 데려갔다. 고양이 뿐 아니라 자신이 지켜야 할 모든 것에 충실했던 친구였다”고 말했다.

변 하사의 애인인 박씨는 그와의 첫 인연을 ‘우연히 찾아온 행복’이라고 말한다. 박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강☆한화’ 라는 닉네임으로 오접속한 변 하사에게 말을 걸면서 둘의 인연은 시작됐다. 이후 심심할 때마다 서로 연락하던 시간이 쌓여 연애로 이어졌다. 박씨는 “변 하사는 ‘참군인’이었다. 청년 변희수는 귀엽고 유쾌한 청년이었고, 군인 변희수는 프라이드와 책임감이 무척 강했다”고 회상했다.
변희수 육군 하사의 애인인 박현서(가명·왼쪽)씨와 변 하사와 친분이 깊던 신지예 여성네트워크대표가 변 하사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2021. 4. 14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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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희수 육군 하사의 애인인 박현서(가명·왼쪽)씨와 변 하사와 친분이 깊던 신지예 여성네트워크대표가 변 하사에 대해 인터뷰하고 있다. 2021. 4. 14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군으로 다시 못 돌아가지 않을까…”, 잃어버린 꿈과 직장

변 하사와 박씨의 연애는 지난해 11월 짧게 막을 내렸다. 그를 지지하는 군 동료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군이 강제전역에 대한 인사소청을 기각하면서 변 하사의 심리 상태는 급격히 나빠졌다. 박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자신감이 없어지고, 우울해 했다”면서 “특히 ‘군으로 다시는 돌아가지 못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다 변 하사가 지난해 11월 우울증으로 입원까지 하게 되고, 마찬가지로 우울증을 앓고 있던 박씨와 만남을 이어가기 어려워졌다. 박씨는 “우울이라는 감정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되는 경향이 있는데, 서로가 서로에게 계속 감정을 공유하게 되니 헤어지는 편이 낫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변 하사의 지인들은 그의 심리적 어려움 배경에는 군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박씨처럼 지난해 10~11월쯤 변 하사의 심리적 위기를 감지한 이씨는 군인권센터에 연락해 변 하사의 상태를 알렸다. 이씨는 “그 친구가 유튜브에 놀이공원 CM송을 개사해서 ‘꿈과 희망이 있는 나라 육군’이 흘러나오는 영상을 만들기도 했다”면서 “이런 사람을 군에 뼈를 묻을 수 있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의 올바른 책무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전환 수술(성확정 수술)은 우울의 원인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수술 후 변 하사는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다. 신 대표는 “변 하사님이 수술 이후에 ‘내가 나답다’라는 자신감 때문에 오히려 일에 능률이 높아졌고,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사랑하게 됐다고 말했다”면서 ‘변 하사가 수술 후 고통때문에 사망했다’는 혐오론자의 주장에 반박했다.

군으로의 복귀가 불투명해지면서 변 하사는 생계의 압박에 시달리게 됐다. 박씨는 “희수가 살려고 이것 저것 다 해보려 했다”고 회상했다. 그는 마을 공동체에서 1인 가구 청년들을 위한 도시락 배달과 청년마을 커뮤니티 관련 사업을 구상하기도 하고, 보안 관련 IT교육을 받거나 영상 업계로 진출하는 방향도 고민했다. 박씨는 “저한테 게임 개발을 해보자고 하기도 하고, 검찰직 공무원 준비도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다양한 진로를 고민했지만 세상의 편견에 취업은 쉽지 않았다. 이씨는 “저도 희수 이력서를 세 번 정도 받아서 여기저기 돌려봤지만 잘 안됐다. 그 점이 희수에게 가장 미안하다”고 고개를 떨궜다.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22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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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육군 부사관 변희수 하사가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노고산동 군인권센터에서 군의 전역 결정과 관련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1.22 뉴스1

최소한의 안전 장치, 차별금지법

변 하사를 위해 인터뷰를 나선 이들은 변 하사와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차별금지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성소수자라는 이유로 부당한 차별을 겪고, 계속해서 혐오 표현을 마주하는 한 비슷한 비극은 반복된다는 이유에서다. 변 하사의 죽음은 믿고 신뢰했던 군의 배신으로부터 비롯된 ‘사회적 타살’이란 점도 강조했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만능 열쇠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변 하사가 우울증이 심각해 충동적 행동을 하려던 날 박씨는 “오늘 하루만이라도 살아달라”고 애원했다. 그러자 변 하사에게서 “살아달라는 말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느껴지는지 아냐”는 답이 돌아왔다. 트랜스젠더로서 겪는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불일치)뿐만 아니라 가족과의 갈등, 사회에서의 차별, 그 외 성소수자로서 겪는 온갖 부당 대우들로 힘든 세상에서 살아가는 것 자체가 그에게는 폭력적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박씨는 “차별금지법이 있으면 다 해결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마저도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변 하사를 벼랑으로 내몰았던 혐오는 다른 성소수자들에게 여전히 ‘진행형’이다. 박씨는 “나도 논바이너리 트랜스젠더 당사자로서 가끔 혐오 메시지를 받는다”면서 “차별을 금지하는 것을 넘어 혐오 표현을 제재하는 수준까지 나아가야 한다. 혐오 발언을 들으면 사람이 심리적으로 굉장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지금 가장 필요한 변화는 우리 사회가 성소수자들을 한 사람의 평범한 시민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신 대표는 “우리 사회가 변희수라는 사람을 트랜스젠더라고만 묘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변 하사님도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이자 꿈과 목표, 취미가 있고 사랑하는 것과 미워하는 것이 있는 한 명의 인간”이라고 말했다.

“살아있는 것 자체가 투쟁.” 박씨는 변 하사가 남긴 말 중 이 말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살아서, 우리가 여기 있다고 계속 표현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만으로도 역량이 되고 투쟁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아직 20대인 이씨는 “지금까지 내 삶 속에는 친구의 결혼식보다 장례식이 더 많았다”면서 “저뿐만 아니라 성소수자들이 모두 살아남아 할머니, 할아버지로 만났으면 좋겠다”고 쓰게 웃었다. 그래서 남겨진 이들은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살아간다. 이 세상에 성소수자도 함께 살아가고 있음을 온몸으로 증명하면서 변 하사의 유지를 이어나가고 있다.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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