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賞이 罰로 되돌아왔다… ‘별점테러’ 당한 그녀들

賞이 罰로 되돌아왔다… ‘별점테러’ 당한 그녀들

김주연 기자
김주연 기자
입력 2021-04-15 18:10
업데이트 2021-04-15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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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작가상 겨냥 또 혐오 논란

올 수상자 7명 여성… 차별·위선 다뤄
‘한남’ 표현 쓴 소설에 남성 폄하 반발
인터넷 평점 1점 속출… 편협성 비난
일각 “문학 다양성 넓어져… 포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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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명의 여성 작가의 소설을 담아 출간된 올해의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별점 테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선작이 여성과 젠더 문제에 치우쳐 있고 한 작품은 남성 혐오 표현인 ‘한남’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에서다.

출판사 문학동네는 지난 1월 말 2021년 제21회 젊은작가상 수상자 7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국내 대표 문학상 중 하나인 젊은작가상은 등단 10년 이하 작가의 중단편 소설 중 7편을 선정한다. 올해는 수상자는 모두 여성으로 수상자 전원이 여성인 것은 2014년 제5회 이후 두 번째다.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차별, 지식인의 위선, 성소수자, 장애 등 다양한 인권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 선정됐다.

그런데 작품집이 지난 7일 출간되자 마자 알라딘, 교보문고 등 주요 온라인 도서판매 사이트에서 이른바 ‘별점 테러’가 시작됐다. 별 5개 중 가장 적은 1개만 주는 식이다.

알라딘의 경우 15일 기준 99명이 리뷰를 남겼는데 이 중 68.7%가 별 5개를 줬지만 별 1개를 준 비중이 24.2%로 두 번째로 많았다. 구매자는 20대 여성이 31.5%, 30대 여성 24.3%, 40대 여성 13.9% 순으로 여성독자의 구매율이 높았고, 남성 구매자 비중은 30대 (7.4%) 40대(5.7%), 20대(4.9%) 순이었다.

별 1개의 박한 평가를 한 독자들은 여성주의적 시각에 불만을 나타냈다. 한 독자는 “지나치게 여성주의에 힘을 실어준 편협한 작가상”이라고 혹평했다. 또 다른 독자는 “테러로 몰아가는 것이 본질을 가린다. ‘좋은 소설=남혐’ 이건 아니다”라는 리뷰를 남겼다.

이런 평가는 김지연 작가의 당선작 ‘사랑하는 일’에서 성소수자인 주인공이 ‘한남’이라는 단어를 언급한 부분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남자를 뜻하는 한남은 일부에서 남성을 폄하하는 뜻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부 독자는 박서련 작가의 ‘당신 엄마가 당신보다 잘하는 게임’도 문제 삼았다. “작가가 ‘리그오브레전드’ 게임을 해보지 않고 설정만 따와서 게임을 실제와 다르게 묘사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박 작가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흡사하지만 작품 속 게임은 리그오브레전드가 아닌 가상의 게임”이라며 “여성 소설가는 게임을 잘 모를 것이라는 인식이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이나 성소수자를 다룬 작품에 대한 ‘별점 테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9년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흥행했지만 ‘별점테러’를 받았고 출연 배우에겐 악성댓글이 쏟아졌다. 서영채 서울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는 “일부 20대 남성들이 과거 남성들이 누린 특권을 누리지 못한다는 박탈감이나 열등감을 느끼고 ‘별점테러’를 한다”고 비판했다. 장은정 문학평론가는 “한국에서 제작되는 모든 콘텐츠 중 여성이나 퀴어를 다룬 작품은 아직 소수”라면서 “여성 등 소수자가 주인공이 되는 작품들이 나오면서 한국 문학의 다양성이 넓어진 것”이라며 독자들의 포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연 기자 justina@seoul.co.kr
2021-04-1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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