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최고 영예인 작품상을 비롯해 6개 부문 후보에 이름을 올린 영화 ‘미나리’에서 순자 역을 맡은 배우 윤여정은 영화 데뷔 50년 만에 한국 배우 최초로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다. 연합뉴스
“결혼, 미국 이민, 이혼 경험에 성숙해졌다”
영화 ‘미나리’로 아카데미(오스카상)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배우 윤여정씨가 시상식 참석 계획을 밝히면서 미국에 사는 아들이 아시안계를 향한 증오범죄 우려 때문에 자신의 미국 방문을 걱정하고 있다고 미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털어놨다.
윤여정씨는 12일(현지시간) 포브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제 두 아들은 한국계 미국인인데, 로스앤젤레스(LA)에 사는 아들이 오스카 시상식을 위해 미국에 가려는 나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제 아들은 “길거리에서 어머니가 다칠 수도 있다. 어머니는 노인이라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그들(증오범죄 가해자들)은 노인을 노리고 있다”고 염려한다면서 아들이 경호원 필요성까지 얘기했다고 전했다.
윤여정씨는 “아들은 내가 (증오범죄) 공격을 받을까봐 걱정하고 있다”면서 “이건 끔찍한 일”이라고 말했다.
아카데미는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윤여정씨와 ‘미나리’에 함께 출연한 한국배우 한예리씨에게 시상식 참석을 요청했고, 두 배우는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포브스는 윤여정씨가 미국 배우조합(SAG) 여우조연상과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잇달아 수상하면서 오는 25일 열리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선두주자로서 빠르게 탄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영화 ‘미나리’ 윤여정
이어 “솔직히 저는 배우들 간의 경쟁을 좋아하지 않는다. 배우들은 영화마다 다른 역할을 연기하고 이것을 비교할 방법이 없다”며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5명 모두 사실상 승자”라고 강조했다.
윤여정씨는 결혼과 미국 이주, 이혼의 경험이 현재 자신을 키운 원동력이었다고 소개했다.
윤여정씨는 1970년대 배우 생활 첫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다. 10여년간 미국에서 살다가 이혼한 뒤 한국에서 다시 배우 생활을 시작했고, 대배우로 일어섰다.
그는 “과거 한국에선 결혼하면 특히 여배우의 경우 경력이 끝났다”면서 “나는 연기를 그만둘 생각이 없었지만, 주부가 됐고 그냥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다.
윤여정, 미국배우조합상 여우조연상 수상
이어 “끔찍한 시간이었다. 두 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어떤 역할이라도 맡으려 노력했고, 과거 한때 스타였을 때의 자존심 따위는 신경쓰지 않았다”며 “그때부터 아주 성숙한 사람이 된 것 같다”고 회고했다.
영화 ‘미나리’ 윤여정 영국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수상.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 트위터 캡처
영국영화TV예술아카데미(BAFTA) 트위터 캡처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