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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은] 아파트 택배 전쟁…“차량 진입 금지” vs “집앞 배달 못해”

[쟁점은] 아파트 택배 전쟁…“차량 진입 금지” vs “집앞 배달 못해”

곽혜진 기자
입력 2021-04-11 11:00
업데이트 2021-04-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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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 앞에 택배 차량이 주차돼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일 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 차량 통행을 금지하며 긴급차량이나 이사차량 등을 제외한 모든 차량을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 2021.4.5 뉴스1
5일 오후 서울 강동구 고덕동의 한 대단지 아파트 앞에 택배 차량이 주차돼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1일 부터 단지 내 지상도로 차량 통행을 금지하며 긴급차량이나 이사차량 등을 제외한 모든 차량을 지하주차장을 통해 이동하도록 하고 있다. 2021.4.5 뉴스1
서울 강동구의 한 지상공원형 아파트에서 택배 차량 진입 허용을 두고 아파트 측과 택배기사들이 ‘택배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단지 안에 택배차량이 들어오는 것을 금지하자 택배기사들이 각 세대 앞까지 배송해오던 것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8일 강동구 고덕동 A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이 아파트에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혔다.

아파트 측 “안전사고 우려…차 없는 아파트로 분양”

5천여 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인 이곳에서는 지난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이용을 막았다. 각 세대로 택배를 옮기려면 손수레를 이용하거나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을 구입해 이용하라고 택배기사들에게 통보했다.

설계 때부터 주민 안전을 위해 ‘차 없는 아파트’로 계획됐고, 보도블록 등 시설물이 훼손될 수 있어 지상으로는 차량 진입을 막았다는 것이 A아파트 측 입장이다. 해당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제한 높이는 2.3m로 일반적인 택배차는 들어갈 수 없다.

때문에 택배기사들은 아파트 후문 인근 경비실에 택배를 놓고 갔고, 입구에는 상자 1000여개가 순식간에 쌓였다. 택배상자가 야외에 방치돼 훼손되는 것을 우려한 택배기사들이 회수해가는 일도 벌어졌다. 현재는 손수레를 이용해 각 세대로 옮겨지고 있다.

A아파트 측은 택배 차량의 진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계속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당 아파트 관리지원센터 관계자는 “그간 충분한 계도 기간을 주었고, CJ대한통운 등 일부 배송업체는 저상차량을 이용하기로 이미 협의했다”며 “차량을 바꿀 여건이 안 되는 택배기사들은 손수레를 이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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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아파트 앞에서 최근 택배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한 해당 아파트를 규탄하며 저상택배차량 택배 상하차를 시연하고 있다. 2021.4.8 뉴스1
전국택배노동조합 관계자들이 8일 오전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 위치한 아파트 앞에서 최근 택배차량의 지상출입을 금지한 해당 아파트를 규탄하며 저상택배차량 택배 상하차를 시연하고 있다. 2021.4.8 뉴스1
택배노조 “차량 통제는 갑질…집 앞 배송 중단”

택배기사들은 손수레를 쓰거나 저상차량으로 바꾸라는 아파트 측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택배노조는 “손수레를 쓸 때 배송 시간이 3배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고, 물품 손상 위험도 커진다”“저상차량에서는 몸을 숙인 채 작업해야 해 허리는 물론 목, 어깨, 무릎 등의 근골격계 질환 발생이 더욱 심각해진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아파트 측 방침은 모두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며 “택배 차량의 단지 내 출입을 허용하고 대신 추가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방식을 아파트 측이 고수한다면 14일부터 이곳을 ‘개인별 배송 불가 아파트’로 지정해 아파트 입구로 찾아오는 고객들에게 물품을 전달할 예정”이라며 “불가피하게 불편함을 겪게 되실 입주민 고객 여러분께 양해의 말씀을 드린다”고 덧붙였다.

택배차량의 출입을 막는 아파트는 이곳만이 아니다. 택배노조가 택배기사 234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한 결과, 서울·부산·대구 등 전국 170여개 아파트가 택배차량의 지상 출입을 금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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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이 아파트에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5천 세대 규모인 A아파트는 이달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이용을 막고 손수레로 각 세대까지 배송하거나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을 이용하라고 택배기사들에게 통보했다. 2021.4.8 연합뉴스
8일 오전 서울 강동구 한 아파트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이 연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단지 내 택배차량 출입금지는 전형적인 갑질”이라며 “철회하지 않으면 이 아파트에서 개인별 배송을 중단하고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5천 세대 규모인 A아파트는 이달 1일부터 택배차량의 단지 내 지상도로 이용을 막고 손수레로 각 세대까지 배송하거나 지하주차장에 출입할 수 있는 저상차량을 이용하라고 택배기사들에게 통보했다. 2021.4.8 연합뉴스
택배노조의 기자회견 직후 일부 아파트 입주민들이 SNS 단체대화방에서 택배기사들을 조롱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져 공분을 사기도 했다.

입주민들은 대화방에서 “누구 때문에 먹고 사는데 아파트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느냐”, “택배 불가 지역으로 선정하면 택배사가 타격 입을 텐데 배부른 소리 한다”, “(택배기사들이) 집단 이기주의에 갑질하는 아파트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2018년 경기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서도 택배차량 진입을 금지해 ‘택배 대란’이 벌어진 바 있다. 당시 국토교통부는 논란이 확산하자 2019년 1월부터 지상공원형 아파트에 대해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 이상으로 높일 것을 의무화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고덕동 아파트는 2016년부터 건설을 시작해 바뀐 규칙을 적용받지 않았다.

곽혜진 기자 demian@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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