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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미니츠의 언어는 갈색… 상상력 자극하려 찾았죠

포미니츠의 언어는 갈색… 상상력 자극하려 찾았죠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1-03-31 17:18
업데이트 2021-04-01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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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포미니츠’ 극작가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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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데뷔한 뒤 관객들과 만난 작품은 두 편이지만 “남다른 무대 언어를 보여 준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강남 작가는 “관객이 맘껏 상상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2019년 데뷔한 뒤 관객들과 만난 작품은 두 편이지만 “남다른 무대 언어를 보여 준다”는 평가를 얻고 있는 강남 작가는 “관객이 맘껏 상상하는 무대를 만들고 싶다”며 활짝 웃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곳은 이 극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타의, 혹은 자의에 의해 스스로를 가둔 감옥이자 하나의 거대한 어항이다. 그들은 세상의 규칙과 규율, 개인의 죄책감 속에서도 벽에 부딪힐 때까지 헤엄치고 투쟁하고 좌절하다 다시 살아간다. 바다를 상상하는 물고기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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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작가가 뮤지컬 ‘검은 사제들’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를 각색한 ‘포미니츠’도 영화를 다른 각도로 풀어낸다. 정동극장 제공
강남 작가가 뮤지컬 ‘검은 사제들’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를 각색한 ‘포미니츠’도 영화를 다른 각도로 풀어낸다.
정동극장 제공
●피아니스트와 천재 재소자의 만남

독일의 한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 영화 ‘포미니츠’(2006)를 뮤지컬로 재창작한 대본에선 무대를 이렇게 설명한다. 영화에서 스쳐 지나가는 어항에 의미를 담았고, 극 중 재소자들은 물고기로 표현했다. 오는 7일 정동극장에서 개막하는 뮤지컬 ‘포미니츠’ 무대는 이렇게 또 하나의 감옥이 된다.

재소자들에게 피아노 레슨을 하는 크뤼거와 살인죄로 복역 중인 천재 피아니스트 제니의 연대를 다룬 ‘포미니츠’는 양준모 예술감독, 박소영 연출, 맹성연 작곡가, 강남 작가의 손으로 무대를 꾸몄다. 강 작가는 2019년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 등 8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HOPE(호프): 읽히지 않은 책’으로 데뷔한 뒤 서사 짙은 작품으로 색깔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달 개막한 ‘검은 사제들’에 이어 ‘포미니츠’로 특색이 강한 영화를 무대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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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작가가 뮤지컬 ‘검은 사제들’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를 각색한 ‘포미니츠’도 영화를 다른 각도로 풀어낸다. 정동극장 제공
강남 작가가 뮤지컬 ‘검은 사제들’에 이어 두 번째로 영화를 각색한 ‘포미니츠’도 영화를 다른 각도로 풀어낸다.
정동극장 제공
●“힘 있는 원작, 그 의미 최대한 살려”

최근 서울 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강 작가는 “다른 장르로 재창작할 때는 분명 원작이 좋고 힘이 있다는 뜻”이라면서 “원작의 의미를 최대한 훼손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영화나 드라마가 관객이 보고 듣는 장르라면 무대는 보여 주는 이상을 관객이 상상하는 장르죠. 의자 하나가 버스도, 집도 될 수 있어요. 무대 언어라는 건 결국 관객들을 얼마나 상상하게 만드느냐 아닐까 싶어요.”

관객과 만난 뮤지컬은 아직 두 편이지만, 벌써 강 작가의 무대 언어는 남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 낭송을 하듯 곱씹어 담아 두고 싶을 만큼 은유적인 대사와 노래가 적절히 버무려지고, 어렵거나 복잡하지도 않다. 직설적인 감정과 재치 있는 유머가 객석을 찌르기도 한다. 배우들의 눈빛, 표정, 동작에 담긴 의미도 깨알같이 지문에 적는다.

강 작가는 아무리 좋은 영화여도 “이 인물을 노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야 글이 써진다고 했다. 영화 속 작은 배역까지 일일이 역할과 캐릭터를 더 많이 부여해 보고, 작품이 주는 색깔과 질감을 차근차근 풀어내는 게 그의 작업 과정이다. ‘포미니츠’는 갈색으로 떠올렸다고 한다.

●“멋진 연기 보니 태교는 저절로”

대학에서 연극 연출을 공부한 강 작가는 연극 스태프로 오래 일했다. “공연장 경험이 있다 보니 좀더 연극적이라고 해 주시는 것 같다”면서 “아직 부족하지만 나만의 색이 있다고 봐 주시니 감사한 일”이라며 쑥스러워했다. 임신 7개월째인 강 작가는 “좋은 노래 듣고 멋진 배우들의 연기를 보니 태교가 절로 된다”고 웃으며 연습실로 향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1-04-01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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