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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 차별에 소외됐던 흑인들에 10년간 115억원 배상한다는 美 지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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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1-03-24 11:44 미국·중남미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미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과거 차별적인 주택정책에 피해를 입은 흑인들에게 가구당 2만 5000달러를 배상하기로 결정한 일리노이주 시카고 외곽 에반스톤 시. AFP 자료사진

▲ 미국 지자체 가운데 처음으로 과거 차별적인 주택정책에 피해를 입은 흑인들에게 가구당 2만 5000달러를 배상하기로 결정한 일리노이주 시카고 외곽 에반스톤 시.
AFP 자료사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외곽의 에반스톤 시가 과거 인종차별 주택 정책과 관행으로 피해를 입은 흑인 가운데 일차적으로 16가구에 2만 5000 달러(약 2800만원)씩 배상금을 지급하기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AP통신은 전체 대상 7만 3000가구로 추정되는데 우선 10년 동안 1000만 달러(약 115억원)의 기금을 조성해 운영할 계획이다. 이 도시의 흑인 비중은 16%에 이른다.

시 의회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흑인차별 피해 배상금 지급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8, 반대 1표로 가결했다. 과거 인종주의와 차별 관행에 대해 금전적 배상을 한 첫 번째 미국 지방자치단체라고 유수 언론들이 일제히 강조했다. 에반스톤은 앞서 1000만 달러 규모의 배상 프로그램 가운데 일차분 40만 달러(약 4억 5000만원)를 선별된 16가구에 지급할 계획이다. 시는 기호용 마리화나 판매세(3%)와 기부금 등으로 배상 기금을 조성해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며 앞으로 10년에 걸쳐 지출할 기금을 충당한다는 복안이다.

1919년과 1969년 사이에 이 도시에 거주한 흑인과 그 후손이면 배상금을 청구할 수 있는 자격이 있다. 시 측은 해당 기간에 대해 “정부와 은행의 인종차별적 주택 정책과 대출 관행으로 흑인들이 고통받은 시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배상금은 주택 담보 대출금 상환이나 집 수리 등에만 사용할 수 있게 조건을 달았다.

지난 2019년 흑인차별 피해 배상금 지급안을 처음 발의한 로빈 루 사이먼스 시의원은 표결 결과가 나온 후 “에반스톤이 미국의 인종적 정의 실현과 불평등 개선을 주도하는 지자체가 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며 “다양한 프로그램과 더 많은 기금이 필요하다. 흑인사회에 정의가 구현되기까지는 앞으로 한 세대가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흑인이면서도 유일하게 반대 표를 던진 앨더맨 시슬리 플레밍 시의원은 “배상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단 배상금 사용 목적은 각자 정할 수 있어야 한다”며 배상 프로그램을 보완할 것을 요구했다. 그는 “사용처를 대출금 상환과 집수리 등으로 제한하는 것은 시정부의 또다른 주택 정책일 뿐이고 가부장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또 이 도시에 첫 흑인이 도착한 것은 1855년인데 그 뒤부터 1919년까지 차별 당한 흑인들은 제외되는 이유를 어떻게 설명하겠느냐는 지적도 있다.

1969년으로 끊은 것은 그 일년 전에 공정주택법이 시의회를 통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1985년까지도 흑인들은 자신들이 모여 사는 동네를 선택할 수 없었다는 증거가 있다.

반면 배상 필요성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며 반대하는 주민도 있다. 사이먼스 시의원은 이런 기류를 의식한 듯 “반발 소송이 제기되면 흑인 민권단체들이 무상으로 소송 비용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반스톤처럼 흑인 차별에 대한 배상을 추진하는 지자체는 수백 곳에 이른다. 캘리포니아주, 시카고,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 아이오와시티, 버몬트주 벌링톤,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시빌, 매사추세츠주 암허스트 등이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과 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 노예의 후손에게 납세자 세금으로 배상해야 한다는 쪽에 찬성한 이는 20% 밖에 되지 않았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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