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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원금 80% 손실 펀드 보상하겠다”는 증권사, 물어주면 법 위반?

[단독] “원금 80% 손실 펀드 보상하겠다”는 증권사, 물어주면 법 위반?

유대근, 김희리 기자
입력 2021-03-07 17:32
업데이트 2021-03-07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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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대우, 브라질 부동산펀드 50% 보상 추진
업계 “불완전판매 등 없는데 보상 땐 자본시장법 위반”
“박현주 회장 결정 실패 가리려는 것 아니냐” 의구심
미래에셋 측 “신뢰 회복 위한 결정…판매 과정 부실 없다”
미래에셋의 ‘맵스프런티어브라질펀드 1호’가 투자한 브라질 상파울루의 호샤베라타워의 전경 출처 : wikimedia.org
미래에셋의 ‘맵스프런티어브라질펀드 1호’가 투자한 브라질 상파울루의 호샤베라타워의 전경
출처 : wikimedia.org
미래에셋대우가 8년 전 판매했다가 큰 손실이 난 펀드의 고객에게 피해액 절반을 자발적으로 보상하는 안을 추진하고 있다. 막대한 손실 탓에 마음 고생해온 개인 투자자를 생각하면 ‘통 큰 결정’처럼 보인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판매 과정에 아무 잘못이 없었다면서 임의 보상하는 건 법 위반”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오너의 투자 실패를 가리려 무리수를 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2008년 출시 브라질 부동산펀드, 현재 수익률 -85%

7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대우는 최근 청산 절차를 밟는 ‘맵스프런티어브라질펀드1호’(브라질 부동산펀드)의 투자자들에게 원금의 50% 정도를 선제 보상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이 펀드는 2012년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이 출시했는데, 같은 계열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당시 미래에셋증권)가 개인투자자 약 2400명에게 800억원가량 팔았다. 상파울루의 대표 빌딩인 호샤베라타워(약 3만 5000평 규모)가 주요 편입 자산이었다. 미래에셋 측은 판매 당시 기대수익률로 8%를 제시했지만, 설정 이후 현재 수익률은 -85%로 투자자들이 큰 피해를 봤다.

미래에셋 브라질 부동산펀드의 실패는 헤알화 가치의 급락 탓이 크다. 2012년 이후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는 약 3분의1로 떨어졌다. 최근 미래에셋은 호샤베리타워를 12억 5500만 헤알(약 2600억원)에 팔았는데, 헤알화 기준으로는 매수가(8억 1000만 헤알)와 비교해 56%나 올랐지만, 원화로 환산해 보면 가치가 반토막 났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미래에셋이 투자원금 자진 보상안을 추진하는 것을 두고 “이유가 석연찮다”는 반응이 나온다. 만약 증권사가 펀드 판매 과정에서 투자자에게 알려야 할 정보를 안내하지 않는 등 불완전판매를 했다면 보상은 물론 기관과 책임자까지 제재받게 된다.

하지만 미래에셋대우 측은 “상품 판매 과정에서 문제 될 소지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신뢰 회복을 위해 선의로 선제적 보상에 나선 것일뿐”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은 정당한 사유 없이 투자자가 입은 손실을 증권사가 사후 보전해 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펀드는 보장된 이자를 주는 예적금과 달리 리스크(위험 요인)를 감수한 채 사고 파는 금융투자상품이어서 금융사가 판매 과정에서 잘못이 없었다면 손실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가 지는 게 원칙이다.

●올림픽·월드컵 호황 기대했지만…원자재 시장 부진·정치 불안에 눈물

이 때문에 미래에셋의 결정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브라질 부동산펀드가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이 주도해 만든 대표 상품이라 “투자 실패 책임을 가리려고 보상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있다. 박 회장은 2008년 국내 최초로 브라질 현지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했고 2014년 브라질월드컵과 2016년 리우올림픽을 앞두고 투자를 늘렸다. 하지만 원자재 시장 부진과 정치 불안, 코로나19 등이 겹쳐 브라질 경기는 침체를 겪고 있다. 특히 박 회장이 최대주주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2012년 자사가 보유하던 브라질 펀드 지분 전량을 미래에셋생명에 팔아 400억원이 넘는 매각 차익을 올렸다. 하지만 지분 판매 직후 헤알화가 하락해 펀드의 손실이 크게 불어났다. “결과적으로 이익은 박 회장이 지분을 가진 미래에셋운용이 보고, 손실은 생명보험 가입자와 개인 투자자가 짊어진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또 알려지지 않은 판매 과정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도 있다. 금융계 내에서는 “피해를 본 투자자들과 사전 합의가 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 신청을 하거나 손해배상 소송을 낼 수 있기에 이 단계까지 가지 않으려고 선제 보상하는 것일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미래에셋 측은 “미래에셋운용이 브라질 펀드 지분을 미래에셋생명에 넘길 때는 헤알화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보지 않았다”면서 “법무법인을 통해 법률 검토를 한 결과 보상을 해도 배임 등 법적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유대근 기자 dynamic@seoul.co.kr
김희리 기자 hitit@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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