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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앞으로 6개월 눈치싸움… 한미 공조 통해 승부 걸어볼 시점”

“북미 앞으로 6개월 눈치싸움… 한미 공조 통해 승부 걸어볼 시점”

김헌주 기자
김헌주 기자
입력 2021-01-21 17:48
업데이트 2021-01-2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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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시대 한국정부의 역할’…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에게 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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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원장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접근법을 ‘리뷰’(재검토)한다는 건 기존 방식을 전부 뒤집는 게 아니라 이전 정부의 정책을 살펴본다는 의미”라면서 “북한 체제를 믿지는 않지만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민주당 방침에선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김준형 국립외교원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서울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김 원장은 “미국 조 바이든 정부가 대북 접근법을 ‘리뷰’(재검토)한다는 건 기존 방식을 전부 뒤집는 게 아니라 이전 정부의 정책을 살펴본다는 의미”라면서 “북한 체제를 믿지는 않지만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한다는 민주당 방침에선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렇게 완전히 ‘통합’이란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취임사를 한 건 처음인 것 같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취임식을 지켜본 김준형(58) 국립외교원장은 “이번 미국 행정부의 교체가 미국 역사뿐 아니라 인류사에서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01년 9·11테러 이후 서서히 무너지기 시작한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완전히 깨져 버렸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브레이크’를 밟으면서 일단 수습할 시간을 벌었다는 것이다. 21일 서울 서초구 국립외교원에서 만난 그는 “시작도 하기 전에 (통합에) 성공할지 얘기하는 건 가혹하다”면서 “바이든 말처럼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함께 지켜보자”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취임사 전반에 대한 인상은.

“미국은 현재 보건·경제·분열·인종차별·기후변화 위기 등 5가지 위기가 한꺼번에 왔다고 한다. 취임사 곳곳에 이러한 위기의식이 담겨 있다. 바이든에게는 과제이자 도전이다. 이를 극복하겠다는 게 취임사를 관통하는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취임사에 한반도 정책에 대한 구체적 언급은 없었다.

“예상됐던 일이다. 다만 ‘동맹 회복’이란 표현 속에 기본적으로 다 녹아 있다고 본다.”

-동맹 강화 메시지가 의미하는 바는.

“미국의 동맹 복구에는 크게 두 가지 배경이 있다. 우선 미국의 힘이 약화되고 중국이 부상한다는 현실적 인식이다. 미국이 리더십을 회복하려면 동맹이 필요하다. 두 번째, 트럼프 때와 달리 동맹국으로부터 보호비를 갈취하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방위비 분담금을 협박 카드로 쓰지 않겠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압박 차원에서의 동맹 강화는 한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원칙, 이념을 중시해 자칫 이념 전쟁으로 갈 수 있다. 근본적인 가치 싸움이 되면 미중 간 냉전이 재현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 입장은 분명하다. 한미일이 북한 문제 등에서 부분적으로 군사협력을 할 수는 있어도 한미일 동맹은 아니라는 것이다. 동맹은 자동적으로 모든 일에 개입하기 때문에 중국을 적으로 만들 수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어떤 언급을 하길 기대하지 않았을까.

“취임사에 북한 관련 언급이 없었다고 북한이 실망을 하거나 이를 도발의 이유로 삼는다면 미국을 모르는 것이다. 대북 메시지는 거대한 취임식보다는 미국 외교안보팀의 인사청문회 등을 통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조건부 대화를 제안했는데 미국이 먼저 손을 내밀까.

“앞으로 6개월간 눈치 싸움이 벌어질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 정부의 이벤트 접근방식을 거부한다고 했기 때문에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하는 동안에는 조심스럽게 움직일 것이다. 상황이 아주 악화되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면 오바마 정부 때처럼 도발의 패턴만 따르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빅딜’보다는 ‘스몰딜’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내에서도 북한의 핵 능력이 고도화된 상태에서 일시에 비핵화를 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본다. 그렇다고 그대로 둘 수도 없다. 중간 단계로 스몰딜도 필요하다. 일단은 북한의 핵을 동결시키고 대화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바이든 정부 출범에 맞춰 우리 외교라인도 진용을 재정비했다.

“미국의 민주당과 한국의 진보 정부가 겹칠 때 항상 한쪽은 임기 말이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시간표상 우리에게 유리하지 않다. 그래도 정의용(외교부 장관 후보자)·서훈(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투톱 체제’ 카드를 내민 건 문재인 정부가 최소한 (대화의) 기반을 갖추겠다는 것이고, 할 수 있다면 최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우리 정부가 앞으로 해야 할 역할은.

“한미 양국이 북한 문제에 있어서 서로 의심하지 않도록 공조를 튼튼히 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가 지나치게 조심스러울 필요는 없다. 오히려 승부를 걸어볼 시점이다. 미국에 ‘과감하게 나아가겠다’고 설명을 하는 것도 필요하다.”

-오는 3월 한미군사연합훈련이 걸림돌이 될까.

“코로나19로 정상적인 훈련은 어렵다는 게 공통된 시각이다. 다만 축소를 하더라도 코로나19 때문이 아닌 한반도 평화를 위한다고 ‘포장’을 잘해야 한다. 한국보다는 미국이 선제적으로 나섰으면 좋겠다.”

-북미 싱가포르 합의를 계승·발전시키자는 우리 측 제안이 역효과를 낼까.

“바이든 정부가 트럼프 정부 때의 모든 성과를 뒤집지는 않을 거라고 본다.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체제, 비핵화 등이 담긴 싱가포르 합의는 원칙을 표명한 거다. 이것 자체를 버린다는 건 아무것도 안 한다는 뜻이다. 이를 추인하는 게 트럼프를 인정하는 것도 아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2021-01-2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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