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식 뒤 행정·기관명령 서명
“낭비할 시간이 없다… 즉시 업무 착수”파리기후변화협약·WHO 재가입 지시
국가재건·사회통합 위한 신속 처리 눈길
각료 없는 출범 등 의회 설득 험로 예상
트럼프의 상원 탄핵 과정서 분열 우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의사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성경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워싱턴DC AP 연합뉴스
취임 5시간 만에 검은색 마스크를 쓰고 백악관 집무실의 대통령 전용 ‘결단의 책상’에 앉은 바이든은 “국가 상황상 낭비할 시간이 없다. 즉시 업무에 착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정명령 사인을 위해 빠르게 서류를 넘겼다. 대통령이 임기 첫날 무더기로 사안을 처리하는 경우는 드문 일은 아니지만, 새 행정부 성격을 규정지을 상징적 조항뿐 아니라 당장 국내 효력이 발동되는 실효적 조치들에 대거 사인하는 일은 이례적으로 평가받는다. 취임 연설에서 ‘남북전쟁’(Civil War)을 두 차례나 언급하고, 지금의 미국 내 갈등을 ‘무례한 내전’(uncivil war)이라고 규정하기도 한 바이든이 미국 내 분열상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 주는 행보라는 평가다.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엔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세계보건기구(WHO) 탈퇴 중단 ▲무슬림 주요 7개국의 미국 입국 제한 폐지 ▲불법체류자 자녀 추방 유예 제도인 ‘다카’(DACA) 강화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위한 자금 마련 중단처럼 전임 행정부의 외교·국경정책을 뒤집는 조치들이 포함됐다. 국내용 조치로는 ▲세입자·학자금 대출자 보호 강화 등 코로나19 생활 대책 ▲인종차별 완화 목표 마련 ▲연방정부 내 성정체성 차별 금지 ▲100일간 공공건물 내 마스크 착용 의무화 ▲미국 노예제 역사 왜곡 논란을 일으킨 역사 교육 분야의 ‘1776 위원회’ 폐지 ▲임명직에게 재직 중 정부 로비 행위 금지 등이 열거됐다. 바이든은 또 연방 기관에 기존 정책의 형평성을 검토하고 200일 내 불평등을 해결할 계획을 마련하도록 명령했다.
한편 바이든은 외국 정상 중 쥐스탱 트튀도 캐나다 총리와 22일 첫 번째 통화를 할 예정이다. 바이든이 양국 간 송유관을 이용해 원유를 수송하는 ‘키스톤XL 파이프라인 프로젝트’를 이날 행정명령으로 취소한 이유를 설명하는 통화가 될 전망이다.
워싱턴 이경주 특파원 kdlrudwn@seoul.co.kr
2021-01-22 3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