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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In&Out] 코로나 회개/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글로벌 In&Out] 코로나 회개/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입력 2021-01-19 17:08
업데이트 2021-01-20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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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알파고 시나씨 아시아엔 편집장
코로나는 거의 한 달 넘게 우리의 메인 주제가 됐다. 갑자기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자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상승해 우리 삶이 많은 분야에서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외식업체에서 일하는 종업원들, 헬스장 관계자들이 이 과정에서 제일 고생이 많았다. 필자도 거의 한 달째 매일매일 멍 때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생을 이렇게 회색으로 보낸 적이 없다. 스타벅스에서 시간도 못 보내고, 친구들이랑 밤에 놀지도 못하고, 원래 매주 몇 회 정도 하는 스탠드업 코미디 공연도 못 하고 있다. 삶의 맛이 갔다. 그냥 싱거운 맛으로 매일매일 견디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가족이 없고 그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받지 못했다면 이 시기를 어떻게 견딜 수 있었을까 질문한다. 간혹 심리적으로 무너졌다. 그러나 최근 필자가 나왔던 인터뷰 영상이 유튜브에서 인기 영상 명단에 올라 다시 기분이 좋아지고, 좋은 댓글들을 읽고서 ‘새로고침’ 버튼을 누른 느낌이 됐다. 이 좋아진 기분으로 몇 가지 깨달은 것을 공유하고 싶다.

위에서도 어느 정도 언급했다. 가족! 결혼하든 말든 간에 우리에게 가족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필요한지 다시 깨달았다. 인간의 심리는 통상적으로 약하다. 가족이라는 그 강하고 든든한 요새 안에 있어야 우리의 약한 심리는 죽지 않는다. 부모님, 배우자, 자식, 혹은 가족 같은 친구들. 무조건 그런 관계들의 필요성을 인식했으면 좋겠다.

다음에 언급하고 싶은 것이 ‘방심’. 코로나가 이렇게 심해지기 전에 우리가 방심하고 있었다. 백신이 나온다고 하고, 확진자 수도 얼마 안 돼 우리가 방심했다. 그 방심의 결과가 오늘 우리의 모습이다. 코로나뿐만 아니고 인생이 다 이렇다. 경기가 끝날 때까지 방심하면 안 된다. 방심은 항상 잔인한 결과를 일으키는 인간의 약점이다.

이 어려운 시기를 보내면서 제일 많이 떠오르는 것이 ‘감사하는 마음’이다. 코로나 전에 우리의 삶은 얼마나 재미있고 좋았나. 지금이랑 비교도 안 된다. 얼마 전에 아들의 생일이었는데, 생일을 어떻게 보내야 되는지 1주일 전부터 논의 대상이 됐다. 무슨 세계 2차대전 당시 유럽도 아닌데, 분위기는 거의 똑같다. 오후 9시 이후에는 외식업체들이 운영을 못하고 5인 이상 집합 금지이다. 아들 하룬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올해 할아버지 할머니 없이 생일을 보냈다. 그러다 보니 코로나 전의 삶에 엄청 감사하게 된다. 목금토 저녁에 홍대 근처 공연이 감사하고, 가족끼리 양꼬치집에 가서 맛있는 거 먹는 것도 감사하다. 그래서 앞으로 이 같은 행복들을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머릿속에서 맴돌고 있었던 것이 ‘후회’이다. 이 시기에는 야외 활동이 줄자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집에서 시간을 많이 보내다 보니 그동안 놓치고 있던 두 가지를 깨닫게 됐다. 하나는 아들이다. 매일매일 커가고 이제 말을 잘하는데, 필자는 그동안 함께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옛날에 비해 아들이랑 시간을 보내고, 밥을 먹이고, 화장실 일을 볼 수 있게 해 주다 보니 둘이 너무 친해졌다. 아들과 아빠의 관계가 이렇게 좋아지려고 코로나가 터졌나 싶을 정도다.

그리고 마지막은 책이다. 하룬이랑 서재에서 시간을 보내는데, 그동안 필자의 제일 친한 친구였던 책들을 무시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은 오늘날 필자가 이런 칼럼을 쓸 수 있게 된 것도 그 친구들 덕분이었는데, 방송 좀 타고 대외활동이 많아졌다고 해서 그 책들에게 큰 배신을 한 것이다.

독자 여러분, 저는 이번 주 내내 일종의 회개를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회개’. 그러다 보니 많은 깨달음을 얻고 나의 정신세계에서 누적된 수많은 잘못을 하나씩 하나씩 제거하려고 합니다. 저는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 글이 그런 도움을 준다면 너무나 행복하겠습니다.
2021-01-2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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