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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로 포장됐다, 너희나 실컷 살아”…임대주택의 명암[이슈픽]

“선의로 포장됐다, 너희나 실컷 살아”…임대주택의 명암[이슈픽]

김채현 기자
김채현 기자
입력 2021-01-14 17:35
업데이트 2021-01-17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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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복학왕’ 326화 ‘청약 대회 마무리’편 캡처
네이버 웹툰 ‘복학왕’ 326화 ‘청약 대회 마무리’편 캡처
기안84 웹툰 또 부동산 정책 풍자

웹툰 작가 ‘기안84’(36·본명 김희민)가 연재 중인 웹툰 ‘복학왕’을 통해 또다시 최근 부동산 상황을 풍자했다. 앞서 그는 청약 광풍, 로또 청약, 집값 급등 등 상황을 풍자 한 바 있다.

17일 화제된 네이버 웹툰만화 ‘복학왕’ 326화인 ‘청약 대회 마무리’편을 보면 주인공 등 등장인물들이 아파트 청약을 하기 위해 체력장을 펼치고 아파트 벽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진 사다리를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실제 집을 얻기 위한 청약 경쟁이 엄청난 상황을 풍자한 것이다.

등장인물들은 입주 물량이 1084가구로 제한된 아파트의 청약 자격을 얻기 위해 아파트 벽면에 매달린 사다리를 타고 1층부터 옥상까지 올라가야 한다. 기안84는 입지 좋은 신도시 아파트를 분양받는 것을 두고 ‘귀족으로 갈 수 있는 사다리’라고 표현했다.

한 인물은 사다리를 오르며 “좋은 집 살고 싶은 게 죽을죄냐”고 물었고, 이에 다른 인물이 “정신 차려. 착하다고 해서 누가 집을 주지 않는다. 세상은 원래 전쟁이다. 땅을 차지하기 위한 전쟁”이라고 답한다.

또 ‘행복주택’과 ‘임대주택’을 산속에 지어진 허름한 주택으로 그리며 “선의로 포장만 돼 있다. 난 싫다. 그런 집은 너희들이나 실컷 살아”라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이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대책으로 내놓은 공공임대주택(행복주택)을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내 집 마련의 꿈은 아마 모든 국민들이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내 집 마련은 커녕 전·월세 집에서 사는 것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이에 같은 지역, 같은 조건의 주택 임대료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를 주고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살 수 있게 한 주택이 ‘임대주택’이다.

웹툰에서는 이 밖에 “죽으라고 일 만하고 그렇게 평생 일한다고 해도 월급보다 빨리 오르는 이런 집(아파트)을 살 수 있겠냐”, “평생 월세나 살다 죽을 셈이냐”, “집 없는 노예로 사느니 죽더라도 귀족으로 살아보자” 등 최근 급등한 집값을 지적하는 표현도 나왔다. 또 아파트 정상에 오른 통과자들은 다른 사람들이 타고 올라오는 사다리를 치워 버리는 장면이 나오기도 했다.
네이버 웹툰 ‘복학왕’ 캡처
네이버 웹툰 ‘복학왕’ 캡처
기안84는 지난해 10월에도 등장인물이 “한강이 보이는 마당 있는 주택은 몇 년 만에 몇십억이 올랐다고 한다. 이건 진짜 뭔가 잘못된 것 아닌가. 가진 놈들은 점점 부자가 된다”고 말하는 장면을 웹툰으로 그려 부동산 문제를 꼬집었다.

또 등장인물이 “가끔은 기가 막힌다. 이렇게 열심히 일해도 집 살길은 보이지가 않는 게. 닿을 수도 없는 이야기 같은”이라고 말하며 ‘달’을 향해 손을 뻗는 장면을 두고 문재인 대통령의 애칭 ‘달님’을 의미한다며 기안84가 현 정부를 비판했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그렇다면 웹툰에 등장하는 ‘행복주택’과 ‘임대주택’은 무엇일까?

임대주택, 일정 소득 이하 ‘무주택가구’ 대상으로 임대하는 주택
‘임대주택’이란 주거 안정화를 목적으로 국가, 민간 건설업체가 건축해 일정 소득 이하의 무주택가구를 대상으로 임대하는 주택이다. 크게 정부의 지원을 받아 건설하는 공공건설임대와 민간업체가 짓는 민간건설임대로 나뉜다. 공공건설임대는 다시 영구임대, 국민임대, 공공임대 3가지로 분류된다.

다시 말하면 집이 없는 서민을 위해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더 나은 집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제도다. 내 집 마련의 발판이 될 수도 있고, 기초생활수급자,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어르신 등 사회보호계층에겐 저렴한 임대료를 내고 지낼 수 있는 집이 생기는 것이다.

의무임대기간 동안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고 살았으면 분양으로 전환하여 소유권을 이전받을 수 있는 공공임대, 분양으로 전환할 수는 없지만 최대 30년의 임대기간 동안 시세의 60~80% 수준의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를 주고 살 수 있는 국민임대주택(무주택자·저소득층 대상), 기초생활수급자·국가유공자·한부모가족 등에게 시세의 30% 수준의 보증금과 임대료로 살 수 있는 영구임대주택이 있다.

대학생·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에게 우선 공급하는 행복주택
최근 부동산시장에 ‘행복주택’이란 말이 많이 등장한다. 행복주택이란 대학생,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에게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물량의 80%를 젊은 세대에게, 나머지 20%를 취약, 노인계층에 공급하는 제도로, 최대 6년의 임대기간 동안 저렴한 보증금과 임대료를 내고 살 수 있다. 단, 분양전환은 되지 않는다.

임대료는 최대 60% 정도 저렴한 수준이며, 소득 기준 및 자산 보유 기준에 충족해야 신청이 가능하다. 또 주택청약저축에 가입이 되어 있어야 한다.
서울 성북구 ‘안암생활’ 외부 전경. 안암생활은 관광호텔을 개조한 1인 가구 공유주택/아이부키 제공
서울 성북구 ‘안암생활’ 외부 전경. 안암생활은 관광호텔을 개조한 1인 가구 공유주택/아이부키 제공
“임대주택은 전세와 달리 이사 걱정이 없어요”
먼저 임대주택의 장점은 일반적으로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초기 자금 부담이 적다. 임대 거주기간 동안 취득세부터 등록세·재산세를 납부하지 않고, 분양전환주택의 경우 의무거주기간이 지난 뒤 주변 분양가보다 저렴하게 분양받을 수 있다.

임대주택은 집주인 터치가 없고, 전세와 달리 이사 걱정이 없다. 따라서 재계약에 대한 걱정도 없어진다. 또 최대 보증금 전환으로 보증금을 최대로 넣으면 월세도 그만큼 줄어드니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임대주택의 가장 큰 단점은 주위의 시선이라고 말한다. 임대아파트 역시 재계약 시기가 있다. 보통 2년마다 물가상승률과 주변 시세를 고려해 보증금과 임대료가 상승될 수 있다.

분양전환 시기가 왔을 때 분양가, 분양 일정 등의 의견 차이로 갈등이 생길 수도 있다. 또 주변의 시세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역의 경우 분양전환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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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개조한 청년 맞춤 공유주택
호텔 개조한 청년 맞춤 공유주택 1일 서울 성북구에 문을 연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에서 관계자가 방을 둘러보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이날 대학생·청년 주거안정을 위해 청년 맞춤형 공유주택 ‘안암생활’을 공급하고 입주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우수한 입지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여파로 장기간 공실 상태에 있던 도심 내 관광호텔을 리모델링했다. 안암생활은 시중 임대료의 50% 이하인 보증금 100만원에 월 27만~35만원으로 공급된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최근 분양을 시작한 서울 성북구 공유주택 ‘안암생활’은 애초 전세대책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지 집값 폭등에 전세난까지 계속되는 와중에 호텔을 개조해 전·월세 주거로 내놓는다는 정부 발표만으로 입주자들은 ‘호텔 거지’란 비난을 듣기까지 했다.

안암생활이 언론에 공개된 뒤 ‘거지’ 운운하는 비난은 사그라들었지만, “1인 가구에만 적합하다”, “방에 부엌이 없다”고 쓴소리를 들어야만 했다.

김채현 기자 ch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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