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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TV스타 6년 만에 법정 세운 ‘인턴’…중국 ‘미투’ 재판에 쏠린 눈

中 TV스타 6년 만에 법정 세운 ‘인턴’…중국 ‘미투’ 재판에 쏠린 눈

류지영 기자
류지영 기자
입력 2020-12-03 17:34
업데이트 2020-12-03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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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CCTV 인턴 실습 당시 유명 진행자 주쥔에게 성추행”
경찰에 신고했지만 교수·경찰 “이쯤해서 덮자”며 미온 대처
우울증 시달리다가 마음 다잡고 2018년 웨이보에 내용 폭로
‘중국 미투운동의 상징’ 떠올라...향후 법원 판결 결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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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인민법원 앞에서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이 유명 방송인 주쥔에 제기한 성추행 소송 첫 번째 재판에 참가하기 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인민법원 앞에서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이 유명 방송인 주쥔에 제기한 성추행 소송 첫 번째 재판에 참가하기 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을 흘리고 있다. 베이징 AP 연합뉴스
지난 2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인민법원. 추운 날씨에도 100여명의 시민이 입구에서 “미투”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었다. “역사의 답을 듣고자 당신과 함께하겠다”는 글도 눈에 띄었다. 6년 전 유명 방송인 주쥔(56)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형사소송을 제기한 시나리오 작가 저우샤오쉬안(27)을 응원하기 위해서였다.

3일 가디언은 “중국 유력 인사와 저우 간의 첫 번째 재판이 비공개로 열렸다”며 “올해 5월 중국 민법에서 성폭력의 정의를 확대했지만 이런 사건이 법정에 오는 사례는 극히 드물다”고 전했다.

주쥔은 중국중앙(CC)TV 진행자로 해마다 춘절(음력설) 전날 방영하는 쇼 프로그램 ‘춘제완후이’를 20년 넘게 맡았다. 타고난 순발력과 재치로 인기를 모았다.

사건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베이징 소재 대학 3학년이던 저우는 CCTV ‘예술인생’ 담당 프로듀서(PD)가 강의하는 ‘TV 프로그램 제작’을 들었다. 이 PD는 학생들에게 CCTV 본사에서 실습할 기회를 제공했다. 주쥔은 ‘예술인생’ 사회자여서 대학생 인턴들과 자연스럽게 어울렸다. 때마침 저우는 ‘다큐멘터리 제작 실습’ 과제인 인터뷰 영상 촬영 대상을 찾지 못해 고민 중이었다. 방송국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주쥔을 떠올렸고 허락을 받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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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중앙(CC)TV 유명 진행자 주쥔. 위키피디아 제공
중국중앙(CC)TV 유명 진행자 주쥔. 위키피디아 제공
분장실에 단둘만 남자 주쥔은 “CCTV에서 일하고 싶으면 나에게 잘 보여야 한다”, “(저우의 꿈인) 베이징 영화아카데미 진학을 위해 도움을 주겠다”고 접근한 뒤 강제로 입을 맞추고 추행했다. 곧바로 저우는 분장실에서 뛰쳐나와 학교에 이를 알리고 경찰에 신고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강의를 맡은 CCTV PD는 “큰일도 아닌데 공론화하지 말라”고 다그쳤다. 경찰도 “주쥔의 이미지를 파괴하지 말라”며 사건 포기를 종용했다. 심지어 이들은 후베이성 우한에 사는 저우의 부모에게 찾아가 “이번 일을 덮자”고도 했다. 한때 저우는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생각에 우울증을 겪었지만 ‘이대로 질 수 없다’는 오기로 버티며 2018년 웨이보(중국판 트위터)에 이 내용을 올렸다. 저우는 중국 ‘미투운동의 상징‘이 됐다. 국민의 시선이 주쥔에게 쏠리자 그는 저우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며 “명예훼손 소송을 내겠다”고 엄포를 놨다.

저우는 재판 직전 AFP통신 인터뷰에서 “매우 떨린다”며 “설사 소송에서 지더라도 최소한 내가 세상에 내놓은 문제는 역사에 남을 것이기에 의미가 크다. 나중에라도 누군가 반드시 답을 해 달라”고 심정을 밝혔다.

베이징 류지영 특파원 superryu@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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