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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의 미스터리 기둥 좌표 찍혀, ‘내 눈으로 봐야지’ 목숨 걸고

사막의 미스터리 기둥 좌표 찍혀, ‘내 눈으로 봐야지’ 목숨 걸고

임병선 기자
입력 2020-11-27 09:20
업데이트 2020-11-27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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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인으로는 가장 먼저 미국 유타주 레드록 사막의 철제 기둥에 도달한 것으로 여겨지는 데이비드 서버가 셀피를 찍고 있다. 데이비드 서버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일반인으로는 가장 먼저 미국 유타주 레드록 사막의 철제 기둥에 도달한 것으로 여겨지는 데이비드 서버가 셀피를 찍고 있다.
데이비드 서버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서버의 여행을 인도한 팀 슬레인이 비교한 2015년 8월과 이듬해 10월의 위성 사진. 눈에 띄지 않던 높고 비좁은 기둥이 보인다. 구글 어스 캡처
서버의 여행을 인도한 팀 슬레인이 비교한 2015년 8월과 이듬해 10월의 위성 사진. 눈에 띄지 않던 높고 비좁은 기둥이 보인다.
구글 어스 캡처
미국 유타주 레드록 사막에서 거대 철제 기둥을 발견한 주립공원 관리들은 정확한 위치를 알리지 않았다. 워낙 오지라 직접 보겠다며 사람들이 몰려들면 길을 잃어 조난을 당해 목숨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이런 경고는 통하지 않았다. 이 미스터리 기둥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지 48시간 만인 지난 25일(이하 현지시간)부터 인스타그램에 벌써 이곳을 찾은 사람들이 기둥을 배경으로 촬영한 사진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그곳을 찾은 사람이란 영광을 누려보겠다는 것이었다. 벌써 구글 어스에 위치 표시가 떴고, 온라인 상에는 찾아가는 방법을 일러주는 이들이 생겨났다고 영국 BBC가 다음날 전했다.

미국 육군 장교 출신인 데이비드 서버(33)는 아마도 일반인으로는 가장 먼저 그곳에 당도한 인물이다. 그는 “그 물체가 5년 동안이나 거기 있었으며 자연 속에 감춰져 있었다는 사실에 매료돼 내가 먼저 가봐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레딧 닷컴에 올라온 글에 정확한 위치를 안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었고 그가 나서면 여러 사람들이 도와줄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주립공원 관리들이 처음 이 물체를 확인한 것은 지난 18일이었다. 헬리콥터로 돌아보며 큰뿔양을 세다 발견한 것이었다. 레딧 닷컴에 위치를 안다고 자랑했던 팀 슬레인은 그 헬리콥터의 항적을 추적했다. 그랬더니 레이더에서 사라진 지점이 나타났다. 착륙했을 것으로 짐작됐다. 그는 공원의 공식 사진과 동영상을 샅샅이 살펴봤다. 2015년 위성 사진에는 없던 길고 좁다란 그림자가 이듬해 10월에는 나타난 것을 확인하고 확신을 가졌다.

그는 “나도 널리 알려지면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질 것을 알고 있다. 위치를 공개했느냐고 화를 내는 메시지를 여럿 받았다. 하지만 내가 하지 않았더라도 누군가가 나처럼 재빨리 알아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타주에 사는 서버가 출발하려고 마음 먹고 레딧 커뮤니티에 출발한다고 알린 뒤 밤새 6시간 차를 운전하는데 수백 통의 격려 메시지가 쏟아졌다. 그 중에는 이런 메시지도 있었다. “비밀 문이 있을지 모르니 자석을 가져가요!”

근처에 도착하니 사위가 캄캄했다. 처음에는 혼자였다. 기둥 주변을 돌아볼 때도 별자리를 올려다 볼 때도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동이 트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온라인에서도 협력하는 이들이 생겨났다. 그는 자신이 맨먼저 와서 이런 인생샷을 레딧에 보고하는 데 전율을 느꼈다고 털어놓았다. 서버는 “2020년에 경험했던 온갖 부정적인 것들로부터 훌륭하게 탈출한 것이었다”고 말했다.
처음 도착해 어두웠을 때만 해도 데이비드 서버 혼자였는데 동이 트자 주변에 벌써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서버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처음 도착해 어두웠을 때만 해도 데이비드 서버 혼자였는데 동이 트자 주변에 벌써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서버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여전히 두 가지 의문은 남는다. 누가 왜 세웠느냐는 것이다. 몇몇은 진지하지만 대부분은 농으로 외계인이 다녀간 흔적이라고 추정하지만 그보다 더 믿을 만한 것은 일종의 설치 작품인 것 같다는 것이다. 2011년 세상을 떠난 존 맥크래켄이 미처 세상에 알리지 않은 작품이란 것이다. 그의 큐레이터인 데이비드 즈워너는 처음에 인정했다가 나중에 철회하고 다른 작가가 일종의 오마주로 세운 것이라고 했다.

다른 작가로는 사막의 은밀한 위치에 토템 같은 조각을 세우는 작업을 곧잘 한 페테시아 르 폰호크가 꼽히는데 그는 결정적으로 유타주에서 살며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예술잡지 아트넷(Artnet) 인터뷰를 통해 “사막에 비밀 기념물을 세울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내 것이 아니다”고 부정했다.

비슷한 예가 없지는 않다. 뉴멕시코주 서부의 고원 사막에 있는 월터 드 마리아의 작품 ‘천둥치는 들판(The Lightning Field)’이 대표격이다. 비밀에 부쳐졌지만 이제는 누군가 다 안다. 마틴 힐과 필리파 존스가 2009년 뉴질랜드 와나카 호수 근처에 세운 설치작품 ‘Synergy’가 있다. 두 작가의 작품 ‘무언가와 아들’에 참여했던 영국 예술가 앤디 메릿은 유타주 기둥 얘기를 보고 “두 작가 중 한 명이거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1968년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에 판타지를 갖고 있는 부자가 세운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감명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 철제 기둥이 영화에 대한 오마주란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데이비드 서버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딧세이’를 감명깊게 본 이들이라면 이 철제 기둥이 영화에 대한 오마주란 느낌을 갖게 될 것이다.
데이비드 서버 제공
영국 BBC 홈페이지 캡처
유타주 공공안전부 공보 담당자는 26일 다시 한번 위험할 수 있다며 함부로 찾지 말아 달라고 신신당부를 했다. 사실 찾아오면 공공 용지라 막을 방법은 없다고 했다. 아울러 기둥을 제거할 계획도 없다고 했다.

임병선 평화연구소 사무국장 bsn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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