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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무늬만 ‘낙태 허용’… 40일 버티다 국회로 공 넘긴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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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11-24 18:09 법원·검찰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낙태 허용 형법 개정안’ 국무회의 통과

임신 후 14주 이내 낙태 처벌 안 받아
성범죄 등 이유 임신 땐 최대 24주 허용

입법예고 국민 의견 7000건 제시에도
법제처 심사서 ‘특기할 사항 없음’ 결론
‘올해 말까지 개정’ 헌재 결정에 쫓긴 듯
여성계 “시한 넘겨 조항 삭제하는 게 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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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예고 결과, 특기할 사항 없음.’

정부가 임신 후 최대 24주까지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40일 동안 입법예고한 뒤 법제처 심사를 마친 법안에 기재한 내용이다. 여성계를 중심으로 낙태죄 처벌 반대 목소리가 터져 나온 데다 입법예고 기간에만 7000건이 넘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정부가 사실상 국민 의견을 외면한 셈이다. 소중한 40일의 시간만 허비한 채 국회로 ‘공’을 넘겼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낙태 허용 요건 조항을 신설한 형법 개정안이 통과되며 국회 제출에 필요한 정부 차원의 절차가 모두 마무리됐다. 주무 부처인 법무부는 지난달 7일부터 지난 16일까지 개정안 입법예고를 하고 이튿날인 17일 법제처 심사를 마쳤다. 지난 20일 차관회의에 올린 뒤 이날 국무회의까지 속전속결로 절차를 밟았다. “올해 말까지 낙태 행위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을 개정하라”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을 따르기 위해서는 지체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정부가 법이 정한 절차를 지켰다 해도 형식만 갖췄을 뿐 실질적으로 국민 의견을 들었는지에 대해선 비판적 시각이 우세하다. 법무부는 지난달 7일 개정안을 공개하면서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 취지를 따랐다고 했다. 임신 후 14주 이내에는 의사에게 의학적 방법으로 낙태를 하면 처벌하지 않고, 임신 15~24주에는 성범죄에 따른 임신, 근친 간 임신, 임부의 건강, 사회·경제적 이유가 있으면 낙태를 허용하는 게 개정안의 주요 내용이다. 사회 경제적 사유일 때는 임신 여성이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상담을 받고 24시간 숙려 기간을 거치도록 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여성에게 허용하는 낙태 범위는 넓어졌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낙태 허용 권한은 당사자가 아닌 국가가 갖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입법예고 기간 국민참여입법센터에도 낙태죄를 전면 폐지하자는 쪽과 낙태를 반대하는 쪽의 의견이 쇄도하면서 접수 의견만 7293건에 달했다. 그러나 “낙태는 살인이다”, “낙태죄는 없어져야 한다”는 팽팽한 의견 대립 속에 정부가 내린 결론은 특기할 사항이 없다는 것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특기할 사항이 없다는 내용은 관행적 문구”라고 설명하지만 ‘입법안에 대한 의견은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이를 존중해 처리해야 한다’는 행정절차법 규정에 비춰 보면 시간에 쫓긴 정부가 법안을 밀어붙인 정황이 뚜렷하다. 대한변호사협회도 최근 국회에 정부의 형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전달했다.

국회는 정부 안이 제출되면 낙태죄 폐지를 골자로 한 정의당 이은주 의원안,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안 등과 묶어 병합 심사할 계획이다. 낙태죄 폐지를 주장하는 의원들은 개정 시한을 넘겨 낙태 처벌 조항을 삭제하는 편이 더 낫다는 입장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관계자는 “개정안 처리 없이 우선 낙태죄가 폐지되면 내년에 형법과 모자보건법을 시간을 가지고 개정할 여유가 생긴다”고 말했다.

여성단체도 국회에 발의된 낙태죄 전면 폐지안에 힘을 실을 예정이다.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은 “권인숙안이나 정의당안, 국회 국민청원안 등 여성의 권리를 보장하는 방향의 법안의 의미를 국회가 잘 살필 수 있도록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앞에서 진행하던 1인 시위를 국회에서도 이어 갈 계획이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20-11-25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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