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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영혼 없고 육신만 떠도는 연극계… 지갑 얇다고 부업으로 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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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11-23 02:11 공연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평균 76세 원로 ‘늘푸른연극제’ 앞두고 쓴소리

5회째 맞아 전무송 운영위원장 등 앞장
코로나 한파 온 무대 녹이는 뜻 ‘다시, 봄’


정일성 연출, 제작발표회서 후배들 겨냥
“연습하다 만 것 아닌가 싶을 때도 많아”
이한승 연출 “장인정신 없이 스타성만…”


새달 2~4일 ‘장마’부터 총 5개 작품 선봬
지난 18일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제5회 늘푸른연극제 제작 발표회에서 정일성(왼쪽 세 번째) 연출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극제 주관사인 스튜디오 반 이강선 대표, 전무송 운영위원장, 정 연출, 전북 연극 창작극회 문치상 총감독, 배우 이주실, 극단 실험극장 이한승 대표. 늘푸른연극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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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8일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열린 제5회 늘푸른연극제 제작 발표회에서 정일성(왼쪽 세 번째) 연출이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연극제 주관사인 스튜디오 반 이강선 대표, 전무송 운영위원장, 정 연출, 전북 연극 창작극회 문치상 총감독, 배우 이주실, 극단 실험극장 이한승 대표.
늘푸른연극제 제공

평균 연령 76세, 경력 50~60년에 달하는 원로 연극인들이 다시 모였다. 한 해를 마무리할 무렵 선배 연극인들이 주축이 돼 후배들과 함께 작품으로 소통하고자 만든 늘푸른연극제(포스터)가 다음달 2일부터 열린다. 다섯 번째인 올해는 전무송(79) 운영위원장과 운영위원인 배우 박웅(80)을 비롯해 연출가 정일성(80)·문치상(77)·이한승(74), 극작가 오태영(72), 배우 이주실(76) 등이 앞장섰다.

특히 코로나19로 연극계가 어느 때보다 극심한 타격을 입은 올해를 매듭짓는다는 의미로 축제 주제를 ‘다시, 봄’으로 정했다. 꽁꽁 언 겨울 같았던 한 해를 보내고 다시 따스한 봄이 온다는 뜻과 함께 위축된 연극무대를 녹이고 다시 연극을 본다는 뜻이다. 비장하면서도 간절한 마음으로 지난 18일 서울 대학로 공공그라운드에서 가진 제작 발표회에 모인 대선배들에게서 후배들을 향한 쓴소리가 쏟아졌다.
다음달 2일 막을 여는 제5회 늘푸른연극제 주요 작품 포스터.  늘푸른연극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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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달 2일 막을 여는 제5회 늘푸른연극제 주요 작품 포스터.
늘푸른연극제 제공

연극제 폐막작으로 내년 2월 5~7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할 ‘오이디푸스 왕’의 정일성 연출이 총대를 메듯 마이크를 쥐었다. “막이 오르는 순간 관객들이 ‘왜 이렇게 후져?’라고 생각하지 않고 마음에 감동을 느낄 수 있는 품격 있는 연극”을 강조한 그는 “연극인들에게 경제적 어려움이 크지만 그럴수록 창의성으로 극복하고 보완해야지 부업으로 연극을 해선 연극의 품격을 살릴 수 없다”고 말했다. 생계 등을 위해 후배들이 너무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느라 오히려 연극에 소홀해지는 모습에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다. “연습을 하다 말고 막을 올린 것은 아닌가 싶을 때도 많았다”고도 했다.

정 연출은 그 뒤에도 작품 설명보다 아쉬움을 토로하는 데 많은 시간을 썼다. “욕먹을 수 있는 얘기들이지만 연극 경력 62년인 내가 이 나이에 욕 좀 더 먹는 게 무슨 문제겠느냐”면서 “지금 한국 연극계는 육신만 떠돌아다니고 영혼이 사라진 것 같다”고도 했다. 따끔한 말들 속에 연극에 대한 뜨거운 열정과 무한한 애정이 터져 나왔다.

연극 ‘에쿠우스’ 등으로 잘 알려진, 올해 창단 60주년을 맞은 극단 실험극장 대표 이한승 연출도 보탰다. 연극배우들이 무대를 떠나 방송, 영화는 물론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하는 것을 언급하며 “스타성만 좇고 장인 정신이 아쉬워지는 것은 아닌가”하고 나무랐다. 그는 다만 “대학로에 대략 3000여개 연극 단체가 있으나 오랜 내공을 쌓은 단체들이 여건상 활발하게 활동하지 못한다”면서 “연극은 인간의 영혼을 정화하는 엄청난 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정책적으로 연극 지원에 대해 넓은 안목과 시야도 필요하다”는 호소도 더했다.

늘푸른연극제는 다음달 2~4일 기획공연 ‘장마’와 창작극회 연극 ‘나루터’를 시작으로 총 5개 작품을 선보인다. 오태영 작가의 ‘부드러운 매장’(12월 10~13일), 이 연출의 ‘심판’(12월 18~20일)도 대학로에서 만날 수 있다. 코로나19 우려 속에 원로 배우들이 후배들과 함께 오랜 시간 마스크를 쓰고 연습하는 것이 괜찮으냐는 질문이 나오자 이 연출이 단번에 답했다.

“전혀 차질이 없습니다. 매일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 700마디 넘는 대사도 마스크 쓰고 끄떡없습니다. 공연을 향해 미친 듯이 달릴 뿐입니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1-23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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