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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 권력에 취해 몰락”…논객들의 따끔한 비판

“진보, 권력에 취해 몰락”…논객들의 따끔한 비판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0-11-10 16:23
업데이트 2020-11-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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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문재인 정권 ‘법=윤리’ 야쿠자 도덕” 맹비난

진보 세력을 겨냥한 진보 논객들의 따끔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논객들은 권력을 잡은 진보 세력이 자신들만이 정의라는 독선에 빠져 특권을 누리고 반칙을 버젓이 저지른다고 주장했다. 급기야 진보 세력이 그간 비난하던 보수 세력의 모습마저 닮아간다고도 우려했다. 이는 진보 세력의 몰락이나 다름없다는 것이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신간 ‘진보는 어떻게 몰락하는가?’(천년의상상)에서 문재인 정부에 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책에는 올해 1~7월에 일어난 일들을 소재로 삼아 모두 30편의 글을 실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둘러싼 각종 의혹,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압박 등을 거론하고, 이를 두둔한 문재인 정권과 맹목적인 지지자인 ‘문빠’, 그리고 뒤에서 기생하는 정부와 의회 권력을 비판했다.

진 전 교수는 문 대통령에 관해 “작년까지만 해도 여전히 지지했다. 조국 사태 이후로도 한동안은 그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했다. 못된 참모들이 착한 대통령 눈을 가려서 생긴 일이라 믿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이 있다”고 한 말에 지지를 철회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공사를 구별하지 못하고 ‘사람이 먼저’가 아닌 ‘내 사람이 먼저’인 인물이었다고 평가했다.

진 전 교수는 이를 윤리와 법의 문제로 풀어 설명했다. 그는 “법이 작은 원이라면 윤리는 그것을 포함한 큰 원인데, 큰 원에서 작은 원을 뺀 여집합이 법적 판단과 별도로 존재하는 윤리적 판단의 영역”이라며 “여기에서 지도자의 도덕 역량이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에서는 이 부분이 증발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이를 가리켜 “‘법=윤리’라는 ‘야쿠자 도덕’”이라면서 “사업을 합법적으로 한다고 야쿠자가 윤리적인가?”라고 되물었다.

정의기억연대 회계 비리 의혹이 불거진 윤 의원의 거취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 “범법만 없으면 문제없다”고 판단한 점도 비슷한 사례로 짚었다. 그러면서 “잘못을 해놓고 외려 적발한 이들에게 성을 낸다. 그냥 비리만 저지르는 게 아니라 그 행위가 잘못이라 말해주는 윤리 기준을 건드린다”고 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과거 학생운동을 이끌었던 386세대가 기득권을 쥔 586세대로 됐는데도, 여전히 착각하고 있어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전히 운동가’라는 이 착란은 나를 지키는 게 곧 운동의 대의를 지키는 것이라는 독선으로 이어진다”며 “무능하나 순결했던 진보는 어느새 유능하나 부패한 보수로 변신했다”고 꼬집었다.
진보 논객으로 꼽히는 강준만 전북대 교수도 진보가 권력에 취해 갈 길을 잃었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지난달 26일 출간한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인물과사상사)에서 ‘부패는 권력의 숙명’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그는 개코원숭이를 대상으로 벌인 실험으로 권력의 중독성을 강조한 로버트슨의 실험을 예로 들었다. 로버트슨은 이 실험에서 “권력이 강할수록 도파민이 많이 분비되고, 자신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는 성격이 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자신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판단을 내리기 어려워진다. 독단적 교리에 사로잡힌 사람들처럼 대화를 거부하면서 욕설과 모욕 중심의 언어를 구사한다. 그래야 열성 지지자들이 열광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이를 문재인 정권에 적용해 비판을 이어갔다. 문재인 정권이 스스로 ‘선한 권력’임을 내세우고 ‘아예 DNA가 다르다’고 주장하지만, 실은 권력에 취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문재인 정권 지지자들은 ‘선한 DNA’를 앞세워 정권 권력을 옹호하며, 그 과정에서 비판자들에게 온갖 모멸적인 딱지를 붙여대는 ‘도덕적 폭력’을 행사한다”고 밝혔다. 이른바 ‘좌표 찍고, 벌떼 공격’으로 대변되는 일부 지지자들의 전투적 행태가 문재인 정권을 돕는 게 아니라 오히려 망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문재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과 정치 프레임을 가리켜 ‘적대적 공생’이라고도 했다. 강경한 독선과 오만을 저지름으로써 반대편의 강한 극우보수 세력을 키워주고, 이런 구도하에서 다수 대중이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 행태를 낡아빠진 극우보수 행태에 비해 사소한 것으로 보이게끔 해 다수 지지를 얻어내는 셈법이라는 것이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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