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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의 장사 천재들

KAIST의 장사 천재들

홍희경 기자
홍희경 기자
입력 2020-10-30 15:15
업데이트 2020-10-3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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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피자 임재원·정육각 김재연 대표를 만나다


KAIST를 드라마로 접했던 X세대에게 이 학교는 괴짜 공부벌레들이 모인 곳이었다. 김정주의 넥슨, 이해진의 네이버와 함께 성장한 Y세대에게 KAIST는 천재 창업가를 키운 곳으로 각인됐다. Z세대는 KAIST를 어떻게 경험하고 있을까. KAIST를 나와 피자와 돼지고기를 파는 두 청년을 30일 만났다.

피자집 주방에 들어간 AI
싱가포르에서 대학을 마친 뒤 KAIST 경영공학 석사를 받고, 광고회사를 다니던 임재원 대표는 ‘피자 업계 맥도널드’를 꿈꾸며 2016년 고피자를 창업했다. 2018년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해 10월 현재 국내와 인도, 싱가포르, 홍콩 등지에 점포 95곳을 운영한다. 인공지능(AI) 기술을 주방 효율화에 적용한 푸드테크 기업으로 화제를 모으며 프랜차이즈 브랜드 사상 첫 벤처캐피털 투자를 받았다. 누적 투자액이 약 80억원이다.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전자레인지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판에서 2~3분 만에 5개씩 피자를 굽는 직화 화덕 ‘고분’과 초벌이 된 ‘파베이크 도우’를 개발해 주문 뒤 빠르게 나오고 누가 만들어도 균질한 맛을 내는 ‘패스트 피자’를 실현했다. 고피자 유튜브 캡쳐
임재원 고피자 대표는 전자레인지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는 판에서 2~3분 만에 5개씩 피자를 굽는 직화 화덕 ‘고분’과 초벌이 된 ‘파베이크 도우’를 개발해 주문 뒤 빠르게 나오고 누가 만들어도 균질한 맛을 내는 ‘패스트 피자’를 실현했다.
고피자 유튜브 캡쳐


돼지고기와 만난 IT
중학교 조기졸업 뒤 한국과학영재학교, KAIST 수리과학부 학부를 마친 뒤 2015년도 말 미 국무성 장학생으로 선발돼 유학 준비를 하던 김재연 대표의 정육각은 도축 4일 내 돼지고기, 당일 도계 닭고기, 당일 산란 달걀, 당일 착유 우유, 숙성 소고기, 돈까스 밀키트를 판매한다. 정보기술(IT) 역량을 바탕으로 2시간 내 생산, 주문량 예측과 같은 생산·유통 혁신을 이뤘다. 도축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초신선’ 돼지고기와 닭고기의 맛을 전파 중이다.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해외 유학을 가면 못먹을 삼겹살을 원없이 먹어보자며 단행한 먹투어 중 도축장에서 대량으로 산 고기를 주변에 나눈 뒤 ‘한번도 경험 못한 환상적인 맛’이란 반응을 믿고 창업을 결행했다. 정육각 유튜브 캡쳐
김재연 정육각 대표는 해외 유학을 가면 못먹을 삼겹살을 원없이 먹어보자며 단행한 먹투어 중 도축장에서 대량으로 산 고기를 주변에 나눈 뒤 ‘한번도 경험 못한 환상적인 맛’이란 반응을 믿고 창업을 결행했다.
정육각 유튜브 캡쳐


“KAIST 졸업했으니 장사 할래요”… 엄마 반응은?
번듯한 회사를 다니던 아들, 유학이 보장됐던 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장사를 하겠다고 했을 때 가족들은 어떤 반응을 보였을까.
임 대표는 “피자 만드는 법을 익히려고 도우 펴는 아르바이트를 할 때 어머니가 측은한 듯 절레절레 하셨지만, 반년 정도 피자를 만드니 존중해 주셨고 푸드트럭을 할 때 약간의 투자도 해주셨다”면서 “지금은 결혼한 당시 여자친구와 가족들의 희생이 큰 힘이 되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유학 전 시간이 남을 때여서 부모님들도 편하게 ‘후회 없이 재밌게 해보라’고 해주셨다”고 했다.

아들은 창업 현장을 익히는데 주변에서는 ‘회사 잘 다니느냐’거나 ‘유학 잘 갔느냐’고 안부를 묻는 상황. 사실은 난감했던 가족들의 속내를 두 대표는 사업이 자리를 잡은 뒤 들을 수 있었다.
임 대표의 어머니는 “젊을 때 나가서 한 번 거친 일도 해보고 망해봐야 회사 다니는 감사함도 알고, 다른 생각 안하고 열심히 행복하게 살 수 있다”란 마음으로 허락했다고 한다. 김 대표 역시 “식품 유통은 (아들이) 공부했던 분야가 아니기 때문에 빨리 지쳐 그만둘 것이라고 생각했다”는 어머니 의중을 창업 2~3년차에 들었다.
결국 허락한 가족들.. 진짜 속마음은??
결국 허락한 가족들.. 진짜 속마음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뭐가? 혁신이!
KAIST 졸업자라는 이력은 사업 홍보에 도움이 됐지만, 다른 분야에선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김 대표는 ‘축산업을 모르는 얼치기’ 취급을 받으며 가공, 포장을 배워 나갔다. 임 대표 역시 직장을 그만두고 푸드트럭을 하는 자신을 안타깝게 보는 주변의 시선을 견뎌야 했다. 빚을 졌고, 자금 사정 악화 국면의 끔찍함을 견뎌야 했다. 재정적으로 벼랑 끝이라 생각했던 시점에 다다라서야 응답을 받았다.

피자, 축산업의 ‘외부인’으로 시작했기에 레거시 산업에서는 더 이상 시도하지 않던 ‘혁신’에 도전한 게 투자를 받는 원동력이 됐다. KAIST와 결이 달라 보이는 공간에서 피워낸 ‘혁신’의 비결은 어떤 것일까.

임 대표는 “혁신이 가능한 문제인지 아닌지 거시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면서 “그저 ‘왜 피자 만들기는 오래 걸리고, 맥도널드에서 피자를 안 팔지’라는 단순한 문제를 고민하다 당장 내일 실행할 수 있는 작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축산업계 외부인인 ‘얼치기’여서 소비자에게 필요한 혁신을 이룰 수 있었다. 김 대표는 “축산업은 생각보다 ‘카더라’가 많은 산업이었는데, 소비자 관점에서 보니 ‘카더라’ 해결 의지를 가질 수 있었다”면서 “IT는 축산업과 거리가 멀었지만, 축산업의 대부분의 문제를 해결할 도구로 손색 없었다”고 돌아봤다.
다음 목표를 묻자, 소비자 관점에서의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다음 목표를 묻자, 소비자 관점에서의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두 대표에게 다음 목표를 물었다.
김 대표는 “정육각을 통해 인생이 바뀌었다부터 주말에 새로운 재미를 찾았다는 분들까지 저희를 통해 소비자들의 삶의 질이 높아진다는 말씀이 저희를 움직이는 원동력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소비자들의 가정 내 식사 문화를 선도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임 대표는 “사실 고피자에서 무슨 기술을 개발하든, 얼만큼의 투자를 받든 고객님들 입장에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게 당연합니다. 결국엔 5000~6000원 지불하고 먹는 피자가 맛있고, 편리하느냐가 가장 중요하죠. 본질을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돌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저희가 개발하는 기술과 투자하고 있는 도우, 화덕 등이 완성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맛있는 피자가 빠르고 균일하게 잘 제공될 것입니다.”라고 약속했다.
홍희경 기자 salo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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