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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트라베이스처럼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우린 삶의 가치 포기 안하는 소중한 존재”

“콘트라베이스처럼 눈에 잘 띄지 않아도 우린 삶의 가치 포기 안하는 소중한 존재”

허백윤 기자
허백윤 기자
입력 2020-10-19 17:40
업데이트 2020-11-04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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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에 도전하는 배우 박상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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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로 관객들을 만나는 배우 박상원은 “연습실과 무대에서 먹어야 하는 먼지와 흘려야 하는 땀의 총량을 채워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42년 차 배우이지만, 그는 오늘도 연습실에서 먼지를 마시고 땀을 흘린다.  박앤남 공연제작소 제공
모노드라마 ‘콘트라바쓰’로 관객들을 만나는 배우 박상원은 “연습실과 무대에서 먹어야 하는 먼지와 흘려야 하는 땀의 총량을 채워야 좋은 배우가 될 수 있다”고 학생들을 가르친다. 42년 차 배우이지만, 그는 오늘도 연습실에서 먼지를 마시고 땀을 흘린다.
박앤남 공연제작소 제공
말끔하고 단정한 인상으로 늘 친숙한 이름. 텔레비전을 켜면 어디서든 자주 봤던 것만 같은 얼굴. 최근엔 사진작가로도 변신하며 장르를 불문하고 대중과 가까이 만나 온 박상원이 배우생활을 한 지도 어느덧 42년 차다. 그가 6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 모노드라마에 도전한다. 대학에 들어가기 전 모노드라마 약장수 포스터를 보고 “망치를 한 대 얻어 맞은 듯”해서 배우를 꿈꿨고, 난생처음 본 연극도 소극장 모노드라마였다고 한다. “이거 40주년 기념 공연으로 오해되면 안 되는데”라며 걱정하지만, 어쨌든 다시 처음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으로 관객들을 만난다.

최근 서울 남산예술센터에서 한참 연습 중 만난 그는 단발 곱슬머리에 뿔테 안경을 쓴 사뭇 낯선 얼굴이었다. 그러나 곧 특유의 미소와 목소리에 위안을 줬다. 박상원은 다음달 7일부터 2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연극 ‘콘트라바쓰’에서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삶을 노래한다. ‘향수’, ‘좀머씨이야기’ 등으로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콘트라바스’가 원작이다. 당초 지난해 막을 올릴 예정이었다가 제작진이 한 번 바뀌고 대관이 늦어지며 준비기간이 길어졌다.

오케스트라에서 가장 낮은 음을 내는 악기인 콘트라베이스는 무대 가장 끄트머리 한쪽을 가만히 차지해 눈에 잘 띄지 않으면서도 결코 빠져선 안 되는 소중한 존재다. 아무도 바라봐주지 않는 악기처럼 연주자 자신도 무대 끝쪽에서 소외된 시선에 스스로를 가둬버린 채 외롭고 처절하게 간절한 사랑을 바란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과 오늘을 살아가는 수많은 소시민들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남들 눈에선 소외됐을지언정 그렇다고 도태될 순 없는 거니까 스스로 희망을 잃지 말고, 내 삶에 가치를 두고 계속 도전해야 한다는 메시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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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상원은 이번 무대에선 그동안의 단정한 이미지보다 좀 더 자유분방한 곱슬머리와 뿔테 안경을 쓴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관객들을 만난다. 박앤남 공연제작소 제공
배우 박상원은 이번 무대에선 그동안의 단정한 이미지보다 좀 더 자유분방한 곱슬머리와 뿔테 안경을 쓴 콘트라베이스 연주자로 관객들을 만난다.
박앤남 공연제작소 제공
“무대 위에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모습이 어마어마하고 말도 안 되게 보였다”던 1인극에 대한 첫 기억을 지금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표현하게 된 박상원은 여전히 열심이었다. 연습실 벽 한쪽엔 ‘팬텀 오브 더 드라마센터’라는 제목으로 연습 관련 기록과 매일 시간대별로 짜여진 계획이 적혀 있었다. ‘오페라의 유령’ 속 유령처럼 더 좋은 연기를 뽑아낼 수 있는 특별한 존재와의 접선을 꿈꾸며 땀 흘리고 있다고 했다. 스태프들이 꼼꼼히 적은 연습일지도 벽돌 같이 두꺼웠다. 서울예대 공연학부 교수인 그는 “연습실에서 먹어야 하는 먼지와 무대에서 흘려야 하는 땀의 총량을 채우지 않으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입장권을 갖기 어렵다고 학생들에게 가르친다”고 설명했다. 먼지와 땀 총량의 법칙은 자신에게도 해당되는 것이라며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다시 연습에 들어갔다.

허백윤 기자 baikyoon@seoul.co.kr

2020-10-2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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