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품위있게, 단아하게… 순종 칙서로 만든 한글 ‘재민체’

품위있게, 단아하게… 순종 칙서로 만든 한글 ‘재민체’

이순녀 기자
이순녀 기자
입력 2020-10-06 23:52
업데이트 2020-10-07 07:2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서울대 의대 박재갑·국민대 김민 교수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 의미로 명명

박재갑(오른쪽)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와 김민 국민대 교수가 순종 황제의 ‘대한의원 개원 칙서’에 적힌 한글을 기반으로 만든 ‘재민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박재갑(오른쪽)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와 김민 국민대 교수가 순종 황제의 ‘대한의원 개원 칙서’에 적힌 한글을 기반으로 만든 ‘재민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1908년 10월 24일 대한제국 순종 황제는 근대식 국립병원인 대한의원 개원일에 칙서를 내렸다. ‘국운의 성쇠는 국민의 건강과 질병에 연유함이 많다’로 시작하는 국한문 혼용의 ‘대한의원 개원칙서’(국가등록문화재 제449호)는 옛 대한의원 본관인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 현관에 걸려 있다.

이 칙서에 쓰인 글씨체를 토대로 만든 디지털 글꼴 ‘재민체’가 나왔다. 개발 주역은 국립암센터 초대원장을 지낸 박재갑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와 국민대 사회문화디자인연구소 김민 교수팀이다. 박 교수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건물을 드나들며 칙서를 볼 때마다 한글 필체가 매우 품위있고, 단아하다고 느꼈다”면서 “이렇게 아름다운 글씨가 왜 통용이 안 될까 안타까웠다”고 했다. 그러다 2년 전 서예를 배우면서 칙서의 번역본을 궁서체로 옮기는 연습을 했는데 지난해 2월 이를 본 김 교수가 서체 제작을 제안했다. 그는 시인 윤동주·천상병, 신영복 교수의 육필을 디지털 폰트로 복원한 서체 전문가다.
대한의원 개원칙서 원본.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 소장
대한의원 개원칙서 원본.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 소장
박재갑 교수가 재민체로 쓴 대한의원 개원칙서.
박재갑 교수가 재민체로 쓴 대한의원 개원칙서.
김 교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염려하는 마지막 황제의 뜻이 담겼고, 당대 최고 솜씨를 지닌 사자관(寫字官)의 한글 서체여서 의미가 크다”면서 박윤정 겸임교수, 이규선 연구원과 함께 칙서의 33자 한글 자소를 기반으로 총 2350자를 완성했다고 소개했다.

폰트 이름은 ‘주권은 국민에게 있다’는 의미와 아울러 두 교수의 이름에서 한 글자씩 따왔다. 형태는 칙서의 한글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는 대신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웹사이트 공유마당에 오픈소스 형식으로 기증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 앞으로 한글과 한자를 혼용할 수 있도록 KS 상용한자 4888자를 개발할 예정이다.

 574돌 한글날을 맞아 오는 8일부터 11월 12일까지 서울대병원 의학박물관에서 특별전 ‘함께 쓰고, 함께 그리다-개원칙서에서 한글재민으로’가 열린다. ‘대한의원 개원 칙서’와 지석영이 쓴 의학교 설립 요청서 ‘학부대신께 올리는 글’ 등 박 교수가 재민체로 옮겨 쓴 서예 작품들이 전시된다.

글 사진 이순녀 선임기자 coral@seoul.co.kr

2020-10-07 27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