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전체메뉴닫기

서울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 좋아요!!

서울신문 페이스북서울신문 유튜브
서울신문 카카오스토리서울신문 인스타그램서울신문 트위터서울신문 네이버채널

광고안보이기
전체메뉴 열기/닫기검색
서울신문 ci
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이경우의 언파만파] 네 가지 문자의 혼용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네이버밴드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구분선 댓글
입력 :ㅣ 수정 : 2020-09-28 00:39 이경우의 언파만파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클릭하시면 원본 보기가 가능합니다.

▲ 이경우 어문부 전문기자

조선 말기인 1894~1896년 진행된 갑오개혁은 사회 전반에 걸쳐 여러 근대화 정책을 내놓았다. 이 중에는 ‘국문’(한글)을 공식 문자로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1896년 4월 7일 창간된 ‘독립신문’은 우리 신문 역사상 처음으로 한글 전용을 선택했다. 누구나 차별받지 않고 쉽게 읽혀야 한다는 창간 정신을 담은 것이었다. 외래 문자가 전혀 없는 순한글이었다. 한자를 적당히 넣거나 날짜나 시간, 숫자를 적을 때 아라비아숫자를 쓰지도 않았다. 지금 시각으로는 낯설지 모르겠지만 ‘제일호 사월 초칠일’(제1호 4월 7일) 같은 식이었다.

한자 전용의 신문은 당연히 날짜나 시간, 숫자를 한자로만 적었다. 이후 한글이 섞인 신문이나 잡지들도 오랫동안 중심 문자는 한자였다. 그렇지만 대중의 요구에 따라 한글로 적는 양은 점차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한동안 한글과 한자 두 개의 문자가 대등하게 쓰였다. 숫자들도 한자 아니면 한글이었다. 그러다 아라비아숫자가 그리 표나지 않게 들어왔다. 문장에서 아라비아숫자를 섞어 쓰는 게 꽤 효율적이라고 독자들도 받아들였던 듯하다.

서양과의 교류가 많아지면서 외래어들이 밀려들고 문자에는 또 다른 변화가 생겼다. 한자가 대폭 줄어든 자리에 로마자가 그만큼은 아니지만 자리를 크게 넓혀 가기 시작했다. 곳곳의 지면에, 온라인상에 한글, 로마자, 아라비아숫자, 한자 네 개의 문자가 같이 어울린다.

1948년부터 2005년까지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이 있었다. 모든 공문서를 한글로 적을 것을 규정한 법률이었다. 그렇지만 사회의 물결은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았다. ‘한글을 전용함으로써 자주독립의 정신을 내외에 과시하려는 것’이라는 법률 제정의 이유는 낡은 문장이 돼 버렸다. 이 와중에 1976년에 독립신문처럼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잡지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내세운 잡지가 나왔다. 이해 3월 창간된 ‘뿌리깊은나무’도 독립신문처럼 모든 말을 한글로만 적었다. 하나의 문자만 사용했고 그게 더 효율적이고 이상적이라고 여겼다. 연월일을 ‘일천구백칠십육년 삼월 십오일’이라고 표기했다. 정치적 이유로 잡지는 오래가지 않았고 역사로만 남았다.

2005년 ‘한글 전용에 관한 법률’은 폐지됐고, 대신 ‘국어기본법’이 제정됐다. 이 법도 공문서를 ‘한글’로 적으라고 규정한다. 법의 목적은 국민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이다. ‘PC방’ 같은 낱말, 옆에 있는 한자가 낯익으면서 낯설기도 하다.

wlee@seoul.co.kr
2020-09-28 27면
페이스북 공유 트위터 공유 카카오톡 공유 카카오스토리 공유 네이버밴드 공유 네이버블로그 공유 구분선 댓글

서울신문 공식 SNS 채널
구독 & 좋아요!!
서울신문 페이스북서울신문 유튜브서울신문 카카오스토리서울신문 인스타그램서울신문 트위터
  • 주소 : 서울시 중구 세종대로 124 (태평로1가) l 인터넷신문등록번호 : 서울 아03681 등록일자 : 2015.04.20 l 발행·편집인 : 고광헌
  • Copyright ⓒ 서울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l Tel (02)2000-9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