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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토’에 식용작물 재배시험 몰래 추진

일본 정부, ‘후쿠시마 오염토’에 식용작물 재배시험 몰래 추진

신진호 기자
신진호 기자
입력 2020-08-08 12:19
업데이트 2020-08-08 1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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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7년 10월 선거운동차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에 들러 후쿠시마산 쌀로 만든 주먹밥을 시식하고 있다. 2017.10.10  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017년 10월 선거운동차 원전사고가 발생했던 후쿠시마에 들러 후쿠시마산 쌀로 만든 주먹밥을 시식하고 있다. 2017.10.10
EPA 연합뉴스
시험 동기 및 추진 과정 불투명성 지적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일본 후쿠시마현의 방사성 물질 오염토에 식용작물을 시험재배하는 구상을 일본 정부가 몰래 추진한 것이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일본 환경성이 후쿠시마현 이타테무라에서 방사성 물질 오염 제거 작업을 하면서 수거한 토양(제염토)에 채소류 등 식용작물을 키우는 실증실험 계획을 마련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교도통신이 8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올해 1월 실증시험 관련 전문가 회의에서 환경성 담당자가 “현지에서는 식용작물(도 재배하고 싶다는) 요망이 있다”며 “(제염토 위에) 흙을 덮지 않는 방식도 실험하고 흙을 덮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며 이런 계획을 마련했다.

환경성이 작성한 올해 3월 27일 자 ‘마을에 대한 설명자료’를 보면 옥수수, 오이, 양배추, 강낭콩류 등을 제염토에 직접 재배하는 구상이 담겼다.

이런 사실은 오시마 겐이치 일본 류코쿠대 교수가 정보공개 청구로 입수한 환경성 문서에서 확인됐다.

제염토 위에 오염되지 않은 흙을 덮지 않거나, 원예작물이 아닌 식용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환경성이 기존에 밝힌 실증시험 계획과는 다른 것이며 주민이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교도통신은 전망했다.

환경성은 방사선량이 1㎏에 5000베크렐(㏃) 이하인 제염토를 농지 위에 쌓고 그 위에 오염되지 않은 흙을 덮은 후 작물을 재배하는 제염토 재생 이용 실증시험을 2018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오염된 흙에 아무런 조치 없이 바로 식용작물을 재배하는 구상이 추진된 것에 관해 환경성 담당자는 “지역 관계자와의 협의에서 ‘원전 사고 전에 재배하던 작물을 심고 싶다’, ‘(새) 흙을 덮지 않아도 안전한지 알고 싶다’는 등의 의견이 있어서 금년도 실증시험에서 기존의 구상과 다른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에서 10㎞ 내에 있는 토미오카에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오염토가 담긴 비닐봉지 수천개가 쌓여 있다. 2018.3.7  EPA 연합뉴스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지역에서 10㎞ 내에 있는 토미오카에 방사성 물질에 노출된 오염토가 담긴 비닐봉지 수천개가 쌓여 있다. 2018.3.7
EPA 연합뉴스
문제는 시험을 추진한 배경과 이를 공표하지 않고 몰래 추진했다는 점이다.

농작물에 대한 원전사고의 여파가 현재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는 시험은 얼마든지 필요하다. 그러나 실험을 추진하는 동기가 ‘흙을 덮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다’는 식으로 미리 결론을 지어놓고 진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게다가 이를 정식으로 공표하지 않고 몰래 추진함으로써 실험 의도에 대한 의구심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오시마 교수는 “실증 시험 방식은 환경성과 일부 관계자, 전문가 등이 비공개로 논의하며 꽤 시간이 지난 후 결론의 일부만 공개된다”며 “당초 방침의 중대한 변화를 일부 참가자만으로 결정하는 것은 매우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식용작물 재배가 주민의 요망이라고 하지만 자세한 내용을 알 수 없으며 실험 계획 변경 경위도 불명확하다”며 제대로 검토 안 하고 ‘안전’을 선언하겠다는 의심을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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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후쿠시마 30년 프로젝트’가 인터넷에서 구입한 두릅류 나물. 이 가운데 일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30년 프로젝트 제공
시민단체 ‘후쿠시마 30년 프로젝트’가 인터넷에서 구입한 두릅류 나물. 이 가운데 일부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방사성 물질이 검출됐다.
후쿠시마 30년 프로젝트 제공
지난 6월 일본의 비영리단체 ‘후쿠시마 30년 프로젝트’가 인터넷에서 판매되는 산나물을 조사한 결과 후쿠시마현 인근 지역에서 채취된 두릅류의 산나물 등에서 기준치 이상의 세슘이 검출돼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일본 정부는 2011년 원전 사고 발생 이후 사고 지역인 후쿠시마를 포함한 지역 농수산물에 대해 ‘먹어서 응원하자’는 캠페인을 벌인 바 있다.

신진호 기자 sayh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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