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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예쁘지 않아서 어쩝니까” 전설은 그렇게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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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08-06 18:33 출판/문학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할리우드 스타 메릴 스트리프 일대기 다뤄
1977년 데뷔… 아카데미 노미네이트만 21번
반핵·환경·여성 분야서 목소리 내는 ‘성격파’
“무례는 무례를 낳아” 트럼프 직격탄도 회자

퀸 메릴/에린 칼슨 지음/홍정아 옮김 현암사/416쪽/2만원
무명 시절 오디션 자리에서 “진짜 못생겼네”라는 소리를 들었던 메릴 스트리프는 미국 할리우드를 장악하고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가장 많이 후보에 오른 전설이 됐다. 그는 70대가 돼서도 여전히 주연으로, 환경과 여성 등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정의로운 싸움을 하며 거장의 품위를 보여 준다.  서울신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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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 시절 오디션 자리에서 “진짜 못생겼네”라는 소리를 들었던 메릴 스트리프는 미국 할리우드를 장악하고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가장 많이 후보에 오른 전설이 됐다. 그는 70대가 돼서도 여전히 주연으로, 환경과 여성 등 사회문제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정의로운 싸움을 하며 거장의 품위를 보여 준다.
서울신문 DB

1976년 영화 ‘킹콩’의 오디션장에서 생긴 일화다. 한 여배우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영화 쪽에서 일한 경험은 전무했고, 미국 뉴욕의 연극 무대에서만 활동하던 그였기에 영화계에서는 사실상 무명이나 다름없었다. 외모 역시 전형적인 미인은 아니었다. 금발이긴 했지만 도드라진 광대뼈와 매부리코의 조합은 당시 기준으로는 ‘여배우’란 찬사를 보내기에 부족한 것이었다.

그를 본 이탈리아 출신의 제작자는 영어가 아닌 이탈리아어로 이렇게 불평했다. “진짜 못생겼네. 뭘 ‘이런 걸’ 데려왔어!” 한데 공교롭게도 대학에서 이탈리아어를 공부한 그 여배우는 이탈리아어로 이렇게 쏘아붙였다. “기대만큼 예쁘지 않아서 죄송한데요, 어쩝니까? 보시는 게 다인데.” 그러고는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그가 바로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 메릴 스트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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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메릴’은 71세 고령에도 여전히 할리우드의 워너비 스타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메릴 스트리프의 일대기를 다룬 평전이다. 연예 담당 기자 출신의 저자가 오롯이 연기에 천착해 온 메릴 스트리프의 생애를 다양한 출연작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각각의 영화에 얽힌 뒷이야기들, 감독이나 출연자들과의 에피소드, 여러 할리우드 스타들과의 친소 관계 등 삶의 여러 이야기들이 버무려져 있다.

그의 본명은 메리 루이즈 스트리프다. ‘메릴’은 그가 어린아이였을 때 아빠가 붙여 준 별명이다. 어릴 때부터 연기에 재능을 보인 그는 대학 시절부터 줄곧 연극 무대 주변을 맴돌았다. 뉴욕 맨해튼에서 가난한 연극배우 생활을 하던 그가 영화배우로 데뷔한 건 1977년 ‘치명적 계절’이다. ‘이런 걸’이라는 대접을 받은 오디션 이후 1년 만이었다. 이후 40여년간 60편이 넘는 영화에 출연하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할리우드 스타 셜리 매클레인(왼쪽), 캐리 피셔(오른쪽)와 함께한 메릴 스트리프(가운데). 캐리 피셔의 자전적 소설을 각색한 영화 ‘헐리웃 스토리’(1990)에서 메릴은 본래 자신의 모습과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인물을 연기했다는 평을 받는다. 현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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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리우드 스타 셜리 매클레인(왼쪽), 캐리 피셔(오른쪽)와 함께한 메릴 스트리프(가운데). 캐리 피셔의 자전적 소설을 각색한 영화 ‘헐리웃 스토리’(1990)에서 메릴은 본래 자신의 모습과 목소리에 가장 가까운 인물을 연기했다는 평을 받는다.
현암사 제공

클린트 이스트우드(왼쪽)와 함께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의 한 장면. 섹스 어필과는 거리가 먼 듯했던 메릴 스트리프(오른쪽)는 이 영화에서 조용하면서도 도발적인 연기로, 뭔가 다른 것을 원하면서도 결단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흔들어 깨웠다. 현암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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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린트 이스트우드(왼쪽)와 함께한 영화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1995)의 한 장면. 섹스 어필과는 거리가 먼 듯했던 메릴 스트리프(오른쪽)는 이 영화에서 조용하면서도 도발적인 연기로, 뭔가 다른 것을 원하면서도 결단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흔들어 깨웠다.
현암사 제공

그는 흔히 ‘아카데미의 여왕’이라 불린다. 아카데미상 최다 노미네이트(21회) 기록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상으로 이어진 건 3회다. ‘소피의 선택’(1982)과 ‘철의 여인’(2011)으로 여우주연상,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79)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아카데미 전초전 격인 골든글로브에 노미네이트된 횟수는 이보다 더 많다. 2017년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무례는 무례를 낳고, 폭력은 폭력을 선동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 대통령 당선인에게 직격탄을 날린 일화는 지금도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회자된다.

대개의 배우들이 40대를 넘어서면 주연 자리에서 내려오기 마련이다. 한데 메릴은 여전히 주연이다. 말 많은 영화계에서 신념을 지키고 당당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적지 않은 재산까지 모았다. 성격파 배우로서는 보기 드문 경우다. 그러니 돈에 관해 유난히 집착이 심한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할리우드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여배우”라며 질시의 글을 날린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반핵, 환경, 여성 등의 분야에서도 정의로운 싸움을 벌였던 그는 2015년 한 여자대학 졸업식에서 이런 말을 남겼다.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연기를 잘합니다. 왠지 아세요? 우리는 그래야만 하거든요. 수천 년 동안 여성들이 생존해 온 방법이 있습니다. 여성들의 생존전략이란 바로 자기보다 힘이 센 남자들에게 그들이 관심 없어 하는 사실들을 깨닫게 해주는 것이었어요. 연기는 열려 있는 가능성입니다. 가장(假裝), 혹은 연기는 사실상 아주 가치 있는 삶의 기술이고 우리 모두가 하고 있는 일입니다.”

손원천 선임기자 angler@seoul.co.kr
2020-08-07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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