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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장·차관 25명 120억 불려… 2년 반 만에 1채당 3억씩 벌었다

[단독] 장·차관 25명 120억 불려… 2년 반 만에 1채당 3억씩 벌었다

홍인기 기자
홍인기, 이범수, 이현정 기자
입력 2020-07-30 22:32
업데이트 2020-07-3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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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급 다주택자 부동산 분석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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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원 靑수석 강남 2채로 10억 올라
이의경 처장 9억·이정옥 장관 8억 벌어
전문가 “정책기조 역행… 국민 괴리감”

이달 초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세균 국무총리의 권고 이후 약 한 달 만에 다주택 고위공직자 34명 가운데 22명이 부동산 처분 의사를 밝히면서 6·17 부동산 대책 이후 성난 민심이 가라앉을지 주목된다. 단순히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다주택 고위공직자들이 공분을 사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살 집 한 채 외엔 소유하지 말라’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국민들에게 엄격하게 적용되는 가운데 정작 고위공직자들은 이미 여러 채의 집을 소유하면서 부를 축적했기 때문이다.

30일 서울신문이 2018~2020년 관보에서 2년 이상 다주택 소유가 확인된 고위공직자 25명을 분석한 결과, 이들은 아파트 36채를 보유해 2년 6개월 동안 120억 350만원의 시세 차익을 거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한 채당 평균 3억 3300만원의 시세 차익을 보는 것이다. 이는 시세가 정확하지 않은 단독주택, 복합건물, 아파트 분양권과 재건축은 제외한 것이다. 아파트 가격 추이는 KB부동산 시세를 활용했으며 2017년 12월과 2020년 6월의 시세를 비교했다.
분석 결과 시세 차익을 가장 많이 거두는 고위공직자는 아파트 2채 가격이 9억 9000만원 오른 김조원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다. 김 수석은 본인 명의로 서울 강남구 도곡한신아파트(84.74㎡), 배우자 명의로 송파구 갤러리아팰리스(123.29㎡) 등 투기지역에 아파트 2채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강남 다주택자’인 김 수석은 한때 교체설이 거론됐지만, 갤러리아팰리스를 처분하기로 하고 유임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이의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소유한 아파트 2채의 가격도 9억 2500만원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이 처장은 본인 명의로 강남구 한양아파트(82.55㎡), 배우자 명의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알파리움2단지 아파트(142.01㎡)를 소유하고 있다. 이 처장은 “두 채 중 한 채를 처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도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과 서초구 반포리체(113.41㎡)를 배우자와 공동으로 소유하고 있다. 분양권을 제외하고 반포리체 1채가 2년 6개월 동안 8억 7500만원 올랐다. 윤 차관은 반포리체를 처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양천구와 대전 유성구에 아파트 1채씩을 보유한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7억 9800만원), 이달 세종시 아파트를 매도한 은성수 금융위원장(7억 1000만원), 상속받은 지분이 있는 서대문구 단독주택을 팔겠다고 밝힌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6억 5000만원)도 6억원 이상의 시세 차익을 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2년 6개월간 평균 3억원이 넘는 시세 차익에 대해 “일반적인 수준으로 볼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 정도 오를 수 있는 집을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며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인 것은 물론 이만한 차익을 남길 수 있는 부동산을 갖고 있다는 것 자체로 일반 국민들은 괴리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모나 가족이 실거주하고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전월세를 주면서 관리한 경우도 있을 것”이라면서 “억 소리 나게 올랐다는 점만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시 아파트 분양권을 소유한 다주택자는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외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정병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 1차관이 있다. 황서종 인사혁신처장은 지난해 입주가 시작되면서 분양권에서 소유권으로 전환된 세종시 아파트를 이달 매도했다. 정 차관도 종로구의 단독주택을 팔았고, 홍 부총리는 가족들이 살고 있는 경기 의왕시 아파트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재건축 중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고위공직자로는 최용환 국정원 1차장(개포 주공1단지), 김기표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개포 주공1단지), 고기영 법무부 차관(반포 주공1단지), 구윤철 국무조정실장(개포 주공1단지), 여현호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경기 과천 부림동) 등 5명이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단지는 진행되는 사업 단계 단계마다 가격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시세 차익을 정확하게 산출하긴 어렵다”면서도 “실거래가로만 따져봤을 때 2017년부터 현재까지 반포 주공1단지는 10억원, 개포 주공1단지는 5억원 정도 올랐다”고 말했다.

구 실장과 여 비서관, 김 부위원장은 부동산을 처분해 1주택자가 되겠다는 입장이다. 최 차장은 입장을 명확히 밝히지 않았고 고 차관은 “정부에서 정하는 절차와 기준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만 밝혔다.

이외에 부동산 처분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다주택 고위공직자 8명도 집을 팔 가능성이 크다. 진영 행안부 장관과 고 차관, 최 차장, 이석수 국정원 기획조정실장을 제외하면 나머지 4명은 모두 청와대 참모진이다. 노 실장이 강력 권고한 만큼 다주택 처분에 따르지 않으면 교체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이르면 31일 다주택 매각 현황을 정리해 공개하기로 했다.

서울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서울 이범수 기자 bulse46@seoul.co.kr

세종 이현정 기자 hjlee@seoul.co.kr
2020-07-31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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