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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자유롭지만 책임 있게… 회사 밖 ‘랜선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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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07-17 01:43 코로나가 바꾼 세상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노동을 바꾸다] 업무 효율성의 시대

재택근무 [명사] 집에 회사와 통신 회선으로 연결된 정보 통신 기기를 설치해 집에서 회사의 업무를 보는 일.
롯데지주 사회가치창출(CSV)팀의 김혁신씨가 16일 회사가 아닌 카페, 자택 등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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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지주 사회가치창출(CSV)팀의 김혁신씨가 16일 회사가 아닌 카페, 자택 등에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롯데지주 제공

집에서 일하는 문화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사스부터 코로나19까지 바이러스 창궐 주기가 짧아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같은 ‘행동 백신’에 대한 요구가 커지자 사람들 간 접촉을 줄이고자 재택근무를 채택하는 것이다. 실제 코로나19 확산 이후 대기업을 넘어 중소·중견기업까지 재택근무는 고정값이 됐다. 재택근무는 예상치 못했던 긍정적 효과를 나타내기도 했다.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이 지난 1일 전국 만 19~59세 직장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87.7%가 ‘재택근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 ▲출퇴근 시간 절약(78.3%·이하 복수응답)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증가 63.8% ▲시간의 효율적 이용(61.4%) ▲출근 복장을 고민하지 않아도 돼서(54.3%) ▲교통비와 식사비 절감(53.8%) ▲상사나 주변 눈치를 보지 않아서(48.9%)가 꼽혔다.

서울신문은 16일 창간 116주년을 맞아 재택근무 중인 직장인 4명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노동 환경의 변화는 생활 전반의 변화를 요구하는 만큼 처음엔 어색함과 불편함이 컸지만, 어느 정도 적응되고 나서는 업무 효율성도 편의성도 높다는 의견이 많았다. 재택근무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자율성과 책임성을 바탕으로 재택근무가 시스템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리적으로 좀더 유연해져요. 이제 진짜 일하는 방식이 변하는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다시 정상 근무를 했는데 복장도 다 정장에서 캐주얼로 바뀌었어요.”

롯데지주 사회가치창출(CSV)팀에서 일하는 김혁신(38)씨는 지난 2월 27일부터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전 직원을 3개조로 나눠 일주일씩 순환 재택근무를 하고 있는데, 지난 5월 25일부터는 복장 자율화와 함께 전 직원 주 1회 집이나 카페 등 원하는 장소에서 재택근무를 한다. 김씨는 자신의 업무 상황 등을 고려해 직접 주 1회 재택근무 날짜를 선택한다. 이처럼 재택근무가 일상화된 건 전 직원이 재택근무를 경험하면서 ‘회사에서 일하지 않아도 업무 능률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서다.

장점은 생각보다 많았다. 우선 출퇴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직장과 집까지의 거리는 한 시간이 조금 넘었는데, 하루에 길거리에서 보내야 하는 세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다. 혼자 근무하다 보니 업무 집중력은 늘고 쓸데없는 회의가 줄어든 것도 장점이다. 물론 단점도 있다. 개개인마다 성과를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더 생겼다. 집에 있다고 일을 안 하는 것 아니냐는 자기검열에 얽매일 수밖에 없었다. 김씨는 “일을 더 안 하면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 점이 단점”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기획조정담당관실 김현태 경위. 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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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청 기획조정담당관실 김현태 경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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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비대면 업무 환경을 구축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치안 서비스 수요가 늘면서 재택근무도 가능하겠다 싶었다. 경찰은 우선 보안 유지에 무리가 없는지 검토를 받아 이달 초부터 재택근무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코로나19 비상사태가 발생해도 대응할 수 있는 수준의 재택근무 환경을 갖추고, 상시 원격 근무가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게 목표다. 유연근무의 일환으로 내근 부서부터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김현태(33) 경찰청 기획조정담당관실 경위는 지난 9일 처음으로 집에서 근무했다. 김 경위는 일주일 중 이틀을 집에서 일하기로 했는데, 업무적으로 월·화·수가 바쁜 만큼 이번 주는 목·금을 선택했다. 김 경위의 고민도 대기업 직장인과 비슷하다. 집에 있으면 혹시 노는 건 아닐까 하는 주변의 시선이 신경 쓰인다. 업무 성과에 더 얽매일 수밖에 없다. 김 경위는 “오전 9시에 업무 메신저에 접속하면 되는데 괜히 8시 30분부터 접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일주일 정도 해 보니 경찰이라고 재택근무를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 경위는 “원격제어를 이용해 사무실 컴퓨터에 있는 자료를 바로 찾을 수 있는 것을 경험하면서 회사에 없다고 자료 공유가 안 되는 건 아니구나라고 느꼈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 직장 동료와 업무 얘기를 하잖아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얘기하면서 스트레스를 풀었던 거 같아요. 별거 아니었는데 그게 참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IT중견업체에서 일하는 한유림씨.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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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중견업체에서 일하는 한유림씨.
본인 제공

정보기술(IT) 중견기업에서 매출관리를 담당하는 한유림(28·여)씨는 코로나19 확산 시점인 지난 2월 28일부터 다섯달 째 재택근무에 들어갔다. 재택근무에 빠르게 적응해 만족해하는 한씨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물리적 인간관계가 단절되다 보니 자신만 동떨어진 느낌을 받을 때가 잦아지고 있다. 직장 동료와 고충을 털어놓고 가벼운 수다를 떠는 게 스트레스를 푸는 데 중요한 일이라는 걸 재택근무를 하면서 깨달았다.

한씨는 “딱히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약속도 잘 안 잡고, 사람 관계에 선을 긋고 생활하는 스타일이었는데 막상 혼자 일하다 보니 회사 사람들과 카톡을 해도 인간관계가 끊겼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씨는 직장 상사가 직원들을 잘 이끌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이 고립감을 많이 느끼지 않도록 상급자가 ‘멘탈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모바일 소통 애플리케이션 제작사 웨이브코퍼레이션에서 근무하는 채정훈씨.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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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바일 소통 애플리케이션 제작사 웨이브코퍼레이션에서 근무하는 채정훈씨.
본인 제공

모바일 소통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한 웨이브코퍼레이션의 채정훈(27)씨는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재택근무를 했다. 인사·재무·회계 등을 담당하는 채씨는 업무 특성상 고객들과 미팅을 하거나 회사로 출근해 회의를 하기도 하지만, 한 달에 4~5일 정도는 집에서 혼자 근무하는 편이다. 혼자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정리하거나 스스로 고민해야 할 일이 있으면 주저 없이 재택근무를 선택한다. 지난 1월 이 회사에 입사했을 때만 해도 재택근무를 신청하는 게 익숙지 않았다. 그러나 다른 직원들이 부담 없이 재택근무를 신청하는 것을 보고 ‘아 그래도 되는구나’라고 느꼈다. 다른 직원들이 자유롭게 재택근무를 신청하고 사내 메신저를 통해 유기적으로 소통하는 모습을 보고 꼭 회사에 출근하지 않더라도 업무가 가능하다는 것을 느꼈다.

채씨는 스스로 재택근무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자율성을 보장받는 상황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일하는 업무 환경이 자신에게 더 맞기 때문이다. 채씨는 재택근무에서 이러한 환경이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부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무늬만 재택근무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봤다.

“어떤 기업은 15분마다 무엇을 했는지 작성해 보고하고 한 시간마다 웹캠으로 자신이 일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걸 보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재택근무는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었어요. 뉴노멀 시대에 재택근무가 제대로 정착하려면 회사 내 최고의사결정권자인 대표가 직원들을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직원들도 책임성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한다고 봐요. 그렇지 않으면 정말 무늬만 재택근무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이성원 기자 lsw1469@seoul.co.kr
손지민 기자 sjm@seoul.co.kr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2020-07-17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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