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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전용사 후손에게 써달라… 1000달러·손편지가 왔다

참전용사 후손에게 써달라… 1000달러·손편지가 왔다

조한종 기자
입력 2020-07-12 22:28
업데이트 2020-07-13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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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천군에 온 美 뉴저지주 교민의 편지

“우연히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 알아
생활고 겪는 이들 돕는데 보탬 됐으면”
당시 에티오피아 정예군인 122명 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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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화천군청 교육복지과 앞으로 날아든 미국 뉴저지주 교민의 손 편지의 모습. 편지 2장과 함께 1000달러 수표가 들어 있다. 화천 연합뉴스
강원 화천군청 교육복지과 앞으로 날아든 미국 뉴저지주 교민의 손 편지의 모습. 편지 2장과 함께 1000달러 수표가 들어 있다.
화천 연합뉴스
지난 11일 강원 화천군청 교육복지과 앞으로 낯선 우표와 영어 주소를 적은 편지 한 통이 배달됐다. 국제우편 도장이 찍힌 편지 봉투 속에는 꾹꾹 눌러 정성껏 쓴 편지 2장과 1000달러(약 120만원)짜리 수표 1장이 들어 있었다.

편지를 보낸 사람은 미국 뉴저지주 교민인 할머니 A씨였다. 봉투에 A씨 이름이 적혀 있었지만, 할머니는 한사코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다.

A씨가 미국에서 강원도 작은 마을까지 큰돈과 정성 담은 편지를 보낸 이유는 한국을 위해 싸운 참전용사들에 대한 고마움 때문이었다. 그 고마움은 손편지 2장에 빼곡히 적혀 있었다. A씨는 ‘얼마 전 우연히 화천군이 진행하는 에티오피아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을 알게 됐다’고 썼다. 이어 ‘이후 6·25 전쟁에서 싸운 황실근위대 칵뉴 부대원들이 현재 생활고에 시달린다는 사실도 접했다’고 밝혔다.

휴전선을 지척에 둔 화천지역은 참전용사들이 가장 치열하게 전투를 치른 곳이며, 그중에는 에티오피아 젊은이들도 있었다. 에티오피아는 6·25 전쟁 당시 최고 엘리트였던 황실근위대 소속 정예부대 칵뉴 부대원 6037명을 파병했다. 화천은 이들이 처음으로 교전을 벌인 곳으로 당시 에티오피아 군인 122명이 양구와 철원 등지에서 전사했다. 이 중 귀환한 참전용사들은 1970년대 쿠데타로 공산정권이 들어서면서 홀대를 받았다. A씨는 편지에 ‘한국에 살면서 어렵게 지낸 자신의 모습을 떠올렸다’며 ‘조국을 위해 피 흘린 참전용사와 후손들을 돕기 위해 화천으로 수표를 보내게 됐다’고 썼다.

화천군은 A씨 뜻에 따라 1000달러를 에티오피아 현지 장학사업 기금으로 소중히 사용할 계획이다. 화천군은 앞서 2009년 평화의 댐 인근에 세계평화의 종 공원을 만들고 한국전쟁 당시 사용된 탄피를 모아 무게 1만관(37.5t)의 평화의 종을 건립했다. 화천군은 타종 시마다 돈을 받아 기금으로 조성, 참전용사 후손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최문순 화천군수는 “참전용사 후손들이 에티오피아 발전을 이끌어나가는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화천 조한종 기자 bell21@seoul.co.kr
2020-07-13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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