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속 사생활 침해 정황
고(故) 최숙현 선수의 생전 모습.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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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그만 일러바쳐, 숨 막혀” 기록
감독 “독방 쓰게 해줬다” 입장과 반대
경찰과 녹취서 가해자 혐의 부인 듣고
최 “빵 먹인 것도 부인하나요” 되물어
가혹 행위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고 최숙현 선수가 합숙 과정에서 사생활을 침해당한 흔적들이 그가 남긴 일기장 곳곳에 남아 있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앞서 가해 혐의를 받고 있는 전 소속팀 김모 감독 측은 “막내인데도 독방을 쓰게 해 줬다”며 사생활을 충분히 보호해 줬다고 했지만 최 선수의 입장은 정반대였다.
고 최숙현 선수가 지난해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때 쓴 일기장. 최 선수는 “너무하네. 왜 우리 방 들어와서 뒤져 봐?”라고 쓰는 등 일기장 곳곳에 사생활 침해에 대한 심경을 담았다.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앞서 같은 달 1일에는 “우리 운동 나간 사이 니가 내 일지 읽었다면 나 건들지 말아줘. 일년 쉬고 니가 생각한 것보다 더 성장했고 변했으니까 나도 당하고만 있지 않아”라고 썼다. 그해 2월 28일에도 “물 먹고 700g 쪘다고 욕 ○먹는 것도 지치고 내 일지 ○보면 솔직히 니가 인간은 아니지 ㅎㅎ”라며 “나이 먹고 그 짓은 하지 마라! 방 ○뒤질 생각도 말고 니가 내 일지 보면 어쩔 건데 나한테 왜 이렇게 뒤에서 욕하냐고 ○○하게? 내 마음인데 니가 ○본 게 잘못이지”라고 호소했다.
최 선수 유족들이 공개하고 있는 녹취록과 동료 증언을 통해 최 선수의 마지막 나날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어 주변을 더 안타깝게 만들고 있다. 최 선수는 경찰과의 통화에서 가해 혐의자들이 폭행 혐의를 부인한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빵 먹인 것도 부인하나요”라고 되묻는다. 최 선수는 앞서 감독과 팀 닥터가 체중 증가를 이유로 자신과 동료들에게 20만원어치 빵을 사 오게 해 억지로 먹을 것을 강요했다고 진정한 바 있다.
또 경찰이 “폭행 정도가 아주 심각하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 벌금으로 끝날 수도 있다. (혐의자 중 일부는) 폭행이 한 차례라면 벌금도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자 최 선수 목소리는 더 작아졌다. 최 선수는 지난달 사망 하루 전날 오후 현재 소속팀에서 담담하게 훈련을 소화했다. 동료 일부는 최 선수가 ‘(이번 사건과 관련해) 어떻게 할 수가 없다’는 말도 했다”거나 “(훈련 때) 평소보다 밝았다”고 전했다. 그러나 최 선수는 이날 함께 저녁 식사를 한 동료에게는 ‘강아지를 부탁한다’는 연락을 남긴 채 세상을 떴다.
최영권 기자 story@seoul.co.kr
2020-07-09 9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