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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고대 이집트인, 죽음 두려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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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07-07 02:09 곽민수의 고대 이집트 기행 섹션 목록 확대 축소 인쇄
곽민수 이집트 고고학자

▲ 곽민수 이집트 고고학자

고대 이집트인들은 사후 세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했다고 알려져 있다. 세계사 교과서에서 그렇게 설명하기 때문인 것 같다. 교과서의 설명은 메소포타미아의 세계관은 현세 중심적이었는 데 반해 이집트에서는 사후 세계를 더 중요하게 여기는 세계관이 발달했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 설명을 쉽게 반증할 수 있는 사례도 있다. 요컨대 현세에서의 삶에 대해 집착하며 ‘일단은 잘 즐기자’는 식의 태도를 고대 이집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는 이야기다.

‘인테프를 위한 노래’에는 이집트인들의 ‘현세 중심적인 세계관’이 잘 드러나 있다. 심지어는 사후 세계의 존재를 부정하는 듯한 뉘앙스가 보이기도 한다. 텍스트의 원전은 애초에는 중왕국 시대에 쓰여진 것이지만, 현재는 신왕국 시대의 판본 2개만이 남아 있다.
하프를 연주하는 음악가. 나크트의 무덤(TT52) 벽화. 신왕국 시대 18왕조, 기원전 1400년경. 룩소르 서안 세이크 아브드 엘쿠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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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프를 연주하는 음악가. 나크트의 무덤(TT52) 벽화. 신왕국 시대 18왕조, 기원전 1400년경. 룩소르 서안 세이크 아브드 엘쿠르나.

인테프, 진실한 목소리, 하프 연주자가 그를 위하여 부르는 노래

그는 아름다운 귀족, 운명은 아름답다네, 소멸도 아름답다네

한 세대가 떠나면, 또 다른 시작

이렇게 조상들의 시대로부터 이어져 내려왔다네

오래전부터 존재했던 신들은 그들의 무덤 속에서 머물고,

위대한 귀족들도 그들의 무덤에 묻혔다네

하지만 무덤을 만들던 이들이 머물 곳은 어디에도 없지 않은가

보아라, 그들이 (저승으로부터) 돌아온 적이 있던가

나는 임호텝과 호르제데프의 이야기를 들었다. [임호텝과 호르제데프는 모두 이집트의 유명한 현자들이다.]

그들 스스로가 하는 이야기를 보아라,

만약 그들의 벽이 무너진다면, 그들을 위한 자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마치 그들이 단 한순간도 존재한 적이 없었던 것처럼

누구도 자신들의 처지를 들려주기 위하여 (저승으로부터) 돌아오지 않았다.

누구도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이야기하기 위하여 (저승으로부터) 돌아오지 않았다.

누구도 우리의 영혼을 달래기 위하여 (저승으로부터)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하니, 우리가 그들이 가버린 그곳으로 떠나게 되기 전까지는 평안하라.

영혼과 관련된 당신의 고민도 잊어라.

그리고 당신이 살아 있는 동안에는 당신의 욕망을 따라라.

몰약을 당신의 머리 위에 붓고,

가장 좋은 옷을 입고,

신에게 드리는 향유를 당신의 몸에 바르라.

당신의 욕망을 키워라.

당신의 욕망을 자제하지 말아라.

당신의 욕망과 즐거움을 따라라.

당신의 욕망이 인도하는 대로 행해라.

비통한 죽음의 날이 올 때에

오시리스는 그들의 울음소리를 듣지 않는다.

그들의 울음은 그 누구도 지하의 무덤 속에서 구해내지 못한다.

축제의 이날을 즐겨라.

그날을 걱정하지 말아라.

보아라, 누구도 자신의 소유를 가지고 떠나지 못한다.

보아라, 떠난 자는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

기원전 1세기의 시인 호라티우스의 시구(詩句), ‘카르페 디엠’이 연상되기도 하는 이 텍스트를 보면 고대 이집트인들도 현생에서의 삶을 도외시하지 않았다. 그들도 여러 다른 문화권의 사람들처럼 살아 있는 그 순간을 즐겁게 보내고 싶어 했던 것이 분명하다. 이집트 문화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는 사후 세계에 대해 과도하게 신경을 쓰는 태도는 어쩌면 현생을 즐기고 싶었던 그들이 죽음에 대한 공포를 이겨 내고자 ‘사후 세계에서 우리는 부활할 것이다’라고 자기 최면을 걸며 사후를 철저하게 준비했던 결과일지도 모른다. 우리도 적어도 이번 주의 하루 정도는 미래에 대한 걱정과 근심은 잠시 접어 두고 가장 좋은 옷을 입고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현재의 순간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야 한다.
2020-07-07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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