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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평등 자주국가 건설의 용틀임” 동학혁명의 진실 50년 연구 집대성

“인간 평등 자주국가 건설의 용틀임” 동학혁명의 진실 50년 연구 집대성

김기중 기자
김기중 기자
입력 2020-07-01 20:26
업데이트 2020-07-02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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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이화 선생 유작 ‘동학농민혁명사’ 출간

“민중은 국가 폭력에 맞서 목숨 바쳐
역사는 기억해야 살아있는 유산 된다”
전투현장 답사·농민군 후손 증언 수집
근현대사 관통 민족사적 이해에 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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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학농민들의 운명을 가른 우금치 전투 기록화. 이의주 화백이 1987년 전봉준 장군이 농민군과 행진하는 모습을 상상해 그렸다.
동학농민들의 운명을 가른 우금치 전투 기록화. 이의주 화백이 1987년 전봉준 장군이 농민군과 행진하는 모습을 상상해 그렸다.
“동학농민군의 정신은 미래의 역사적 자산이 될 것이요, 반외세·자주의 지향은 통일의 화두가 될 것이다.”

지난 3월 83세로 타계한 원로 사학자 이이화 선생은 신간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전 3권·교유서가)에서 1894년에 발발한 동학농민운동을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책을 통해 민주화운동, 촛불혁명을 거쳐 남북통일을 과제로 둔 우리에게 동학농민운동의 의미를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신간 ‘이이화의 동학농민혁명사’는 지난 50년 동안 동학농민운동을 연구했던 선생이 남긴 필생의 유작이다. 저자는 이 사건이 한국 근대사를 밝히는 상징이라고 생각했다. 지난해 겨울에 작성했다는 책의 서문에서 저자는 “동학농민혁명은 인간 평등을 추구하고 자주 국가를 건설하려는 용틀임이었다. 민중은 국가 권력으로 자행되는 국가 폭력에 맞서 목숨을 바쳤다”고 했다.

그는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이 혁명의 민족사적 의의를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19세기 말 조선을 뜨겁게 달군 농민들의 처절한 저항적 민족주의 정신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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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게 부상당해 들것에 실려 압송되는 전봉준 장군의 모습. 어용 사진가 무라카미 덴신이 찍었다.
크게 부상당해 들것에 실려 압송되는 전봉준 장군의 모습. 어용 사진가 무라카미 덴신이 찍었다.
별세하기까지 저자는 ‘한국사 이야기’, ‘인물로 읽는 한국사’ 등으로 역사 대중화를 이끌었다. 대학에서 역사학을 공부하지 않았지만, 철저한 고증을 통해 사료를 해석했다. 이번 책 역시 동학농민군이 치열하게 싸운 현장 답사는 물론, 동학농민군 후손과 현지인들의 증언을 수집해 꼼꼼히 고증했다. 조선 관료들의 기록과 일본의 기록물까지 샅샅이 훑었다. 200여장의 자료 사진과 각종 현장 사진도 곁들였다.
1권에는 민란이 일어난 19세기 사회·경제적 배경과 함께 동학의 전파, 농민과의 결합 과정을 담았다. 2권에는 일본이 농민군 봉기를 빌미로 조선에 진출해 개화 정권을 수립한 뒤 청일전쟁을 일으키고 농민군 섬멸작전에 나선 과정을 실었다. 마지막 3권에서는 전봉준 등 혁명 지도자들이 일본 영사경찰과 권설재판소의 문초를 받아 처형된 과정 등을 살필 수 있다. 동학농민군이 직접 작성해 발표하고 전달한 관련 문서들을 모아 책의 뒷부분에 부록으로 정리했다. 문학적 느낌이 나는 서술도 곳곳에 돋보인다. 예컨대 동학농민군에 대해 ‘흰옷을 입고 푸른 죽창을 든 농민군의 모습에 “일어나면 백산이요, 앉으면 죽산”이라는 말이 생겨났다. 농민군이 일제히 일어서면 흰 구름을 뭉친 듯했고 앉아 있으면 푸른 죽창이 빽빽했던 것이다’라고 묘사했다.
지난해 4월 황토현 전적지 기념탑 앞에 선 이이화 선생. 교유서가 제공
지난해 4월 황토현 전적지 기념탑 앞에 선 이이화 선생.
교유서가 제공
요란하게 출범했지만 문벌정치 세력과 양반 지주들의 반대로 폐지된 ‘삼정이정청’에 관해서는 ‘이때 삼정을 바로잡았다면 조선 말기는 더 생동감 넘치는 사회가 되었을 것이요, 농민 봉기도 잦아들었을 것이다. 이로써 꺼져가는 조선왕조의 불꽃을 되살릴 마지막 기회는 사라졌다’며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한다.

저자는 자신의 마지막 역작을 통해 “역사는 기억해야 살아 있는 유산이 된다. 동학농민혁명의 진실을 기억해 미래 인권과 통일의 유산으로 삼아야 한다”고 당부하고 있다.

김기중 기자 gjkim@seoul.co.kr
2020-07-0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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