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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화폐 범죄를 쫓다

‘비아그라’처럼 예상 못한 부작용 이용한 ‘약물 재창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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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ㅣ 수정 : 2020-07-02 03:11 science1 목록 확대 축소 인쇄

비아그라, 고혈압 환자에게 임상시험 중 뜻밖의 효능 나타나…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됐는데 혈관손상에서 효과

알츠하이머 약, 대사증후군 환자에 효과
출시된 약물·안전성 검증 후보물질 활용
코로나 백신·치료제 개발에도 적극 시도

에볼라 바이러스·에이즈 치료제 대표적
만성질환·다양한 질병 치료 길 열어줘
위궤양→고혈압→탈모치료제로 변신도
신약을 개발하다 보면 당초 약물의 목표가 아닌 예상치 못한 질환에 효과가 있거나 기능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본래 치료 목적보다 효과적이라면 새로 발견된 기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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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약을 개발하다 보면 당초 약물의 목표가 아닌 예상치 못한 질환에 효과가 있거나 기능이 발견되는 경우가 있다. 본래 치료 목적보다 효과적이라면 새로 발견된 기능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다.
픽사베이 제공

# 1998년 글로벌 제약사 화이자의 신약개발부는 고혈압과 협심증 치료제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었다. 임상 2상 시험에서 약효 입증에 실패한 연구자들은 사용량을 늘린 뒤 임상 1상을 다시 진행하던 중 약을 복용한 임상시험 참여자들에게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잇따라 나타나면서 당혹감에 빠졌다. 결국 연구자들은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부작용을 이용한 약물로 방향을 틀어 신약으로 내놨다. 그 약이 바로 발기부전 치료제의 대명사로 알려진 ‘비아그라’다.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다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는 ‘비아그라’로 대표적인 약물 재창출 약이다. A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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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협심증과 고혈압 치료제로 개발되다가 발기부전 치료제로 바뀌어 사용되고 있는 ‘비아그라’로 대표적인 약물 재창출 약이다.
AP 제공

비아그라뿐만 아니라 미녹시딜은 당초 위궤양 치료제로 개발 중이었지만 효과 입증에 실패해 고혈압 치료제로 방향을 바꿨다가 임상시험자들에게서 털이 나는 부작용이 보고되면서 최종적으로 탈모 치료제로 쓰이게 됐다.

이처럼 이미 출시된 약물이나 어느 정도 안전성이 검증된 후보 물질을 활용해 신약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개발 비용을 줄이는 것을 ‘약물 재창출’이라고 한다.

지난해 말 중국에서 시작돼 6개월 넘게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사라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를 정복하기 위해 많은 연구자들이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동시에 개발 기간을 줄이기 위해 현재 사용되고 있는 다른 질병 치료제나 개발을 중단한 약물을 다시 임상시험해 코로나19 치료제로 활용하려는 ‘약물 재창출’ 시도도 진행되고 있다. 에볼라 바이러스 치료제로 개발된 렘데시비르, 에이즈 치료제 칼레트라 등이 대표적이다.
알츠하이머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다가 효능 입증에 실패한 ‘M3’라는 약물을 대사증후군으로 혈관이 손상된 생쥐(위 사진 왼쪽)에게 투여한 결과 혈관 손상이 멈추고 치료(오른쪽)되는 것이 관찰됐다.  영국 리즈대 제공

▲ 알츠하이머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됐다가 효능 입증에 실패한 ‘M3’라는 약물을 대사증후군으로 혈관이 손상된 생쥐(위 사진 왼쪽)에게 투여한 결과 혈관 손상이 멈추고 치료(오른쪽)되는 것이 관찰됐다.
영국 리즈대 제공

의과학계에서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만성질환을 포함해 다양한 질병 치료를 위해 약물 재창출 기법 활용에 적극적이다.

영국 던디대 의대 부설 나인웰스병원 시스템의학부, 던디대 의대 공중보건·유전체학부, 생명과학부, 리즈대 심혈관·대사의학연구소, 존 래드클리프병원 심혈관의학부 공동연구팀은 알츠하이머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약이 비만이나 2형 당뇨(성인형 당뇨)로 인한 혈관 손상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고 1일 밝혔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임상연구’ 6월 30일자에 실렸다.

비만, 2형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을 앓는 대사증후군 환자들은 혈관 손상으로 인한 심장마비나 뇌졸중 위험이 일반인들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연구팀은 생쥐 실험과 함께 대사증후군 환자와 일반인에 대한 비교 연구를 했다. 그 결과 대사증후군 환자나 동물의 체내에서는 ‘BACE1’이라는 효소 단백질이 과다 생산되고, BACE1은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로 알려진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축적을 유도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혈중 농도가 높아지면 뇌에 축적되는 것은 물론 혈관 내막을 손상시켜 동맥경화나 고혈압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BACE1을 억제함으로써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 혈중 농도를 낮춰 알츠하이머를 치료하려는 목적으로 개발됐다가 효능 입증에 실패한 ‘M3’라는 화합물을 대사증후군으로 혈관이 손상된 생쥐에게 투여했다. M3를 투여받은 생쥐는 혈관 손상이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손상된 혈관이 치료되는 것이 관찰됐다.

폴 미킨 던디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알츠하이머 발병과 연관된 초기 비정상적인 생물학적 과정이 대사증후군을 앓는 사람들의 심혈관 질환에도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밝혀냈다”고 말했다. 미킨 교수는 “어느 정도 안전성이 확인된 약물을 활용한 약물 재창출 기법은 신약 개발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만큼 연구자들의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7-02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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