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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 헌납”에 더 꼬인 이스타항공 매각

“지분 헌납”에 더 꼬인 이스타항공 매각

이영준 기자
이영준, 오경진 기자
입력 2020-06-30 20:58
업데이트 2020-07-0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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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직 의원, 상대와 사전 협의 없이 발표
제주항공 “계약 조건 바꾸고 따르라는 것
비정상이고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일 뿐
공식 제안 온 것 아니라 밝힐 입장 없어”

헌납지분 빚·세금 등 빼면 남는 건 30억
‘매각 강행 꼼수·거래 무산 때 면피용’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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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매우 죄송”
“임금체불 매우 죄송” 최종구(오른쪽) 이스타항공 대표가 29일 서울 강서구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수합병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이 항공사의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임원이 대독한 입장문에서 “직원의 임금체불 문제에 대해 매우 죄송하다”며 자신의 가족이 소유한 이스타항공 지분을 모두 회사 측에 헌납하겠다고 밝혔다.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이스타항공 창업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9일 ‘지분 헌납’이라는 초강수를 꺼냈지만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는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이 의원 측의 사전 상의 없는 지분 헌납 발표에 제주항공의 심기는 오히려 더 불편해졌다. 지분 헌납이 오히려 인수합병(M&A)을 무산시킬 명분만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250억 체불 문제 평행선… M&A무산 명분 키워

30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이 의원 측은 이스타항공 직원에 대한 250억원 체불임금 문제를 놓고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 의원 측의 기자회견 내용의 저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고, 공식적으로 제안이 온 것도 아니어서 낼 입장도 없고 상황이 달라진 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상직 형 회사의 보유 지분은 헌납 제외 뒷말

현재 이 의원 가족으로 구성된 이스타홀딩스는 헌납한다고 밝힌 지분 38.6%가 410억원어치에 해당한다는 점을 들어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를 조속히 마무리 짓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해당 지분으로 체불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건 매각 대금을 치른 이후의 일이기 때문에 당장 득이 될 것이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또 지분 헌납이 인수 절차 진행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고, 지분 헌납에 따라 계약 주체나 조건이 변경되는 건 이 의원 측의 일방적인 계약 변경일 뿐이라고 보고 있다. 제주항공 측은 “(이 의원 측이) 기존 계약을 아무런 협의 없이 마음대로 바꾸고 무조건 따르라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제주항공은 또 이 의원 측이 무슨 의도로 ‘지분 헌납’을 결정했는지 그 배경에 대해서도 강한 의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의원 측이 헌납한다고 밝힌 지분 38.6%가 ‘속 빈 강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가치는 410억원에 달하지만 여기서 전환사채(CB) 200억원, 세금 70억원, 부실채권 정리 비용 110억원을 제외하면 실제 남는 금액은 30억원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 의원 측의 지분 헌납이 매각 절차 강행을 위한 꼼수인 동시에 거래가 깨졌을 때 책임을 피하기 위한 명분 쌓기라는 해석도 있다. 이 의원의 형인 이경일씨가 대표로 있는 비디인터내셔널이 보유한 이스타항공 지분 7.49%가 헌납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배경을 놓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與부대변인 노조위원장에 체불임금 합의 종용

이런 가운데 김현정 민주당 부대변인이 이 의원을 대신해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노조위원장에게 110억원에 체불임금 문제 합의를 종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스타항공 M&A 논란은 정치권 공방으로 옮아 붙었다. 두 사람의 통화 녹취록에 따르면 김 부대변인은 “(노조 측) 목표가 이상직 의원이네. (노조는) 조합원을 목표로 해야지”라며 박 위원장을 압박했다. 이에 대해 김종철 정의당 선임대변인은 “집권 여당의 당직자가 노동자의 편에서 목소리를 들어주진 못할망정 사태를 촉발시킨 의원의 편을 들다니”라고 지적했다. 논란이 커지자 김 부대변인은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선의로 중재한 것”이라면서 “당과 어떤 협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오경진 기자 oh3@seoul.co.kr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2020-07-01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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