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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교류 손짓에 대답 없던 北, ‘삐라’ 고리로 남북관계 우회 압박

文 교류 손짓에 대답 없던 北, ‘삐라’ 고리로 남북관계 우회 압박

서유미 기자
서유미, 임일영 기자
입력 2020-06-04 23:02
업데이트 2020-06-05 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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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여정 ‘대북 전단’ 엄포… 남북 새 변수

개성공단 철거·연락사무소 폐쇄도 거론
사전 예고 없는 전단 살포 막을 길 없자
통일부 “전단·접경지 종합적 입법 검토”
NSC 상임위 회의서도 심도 있게 논의
보수 진영 “지나친 北 눈치보기”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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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라 살포’ 강행…남북관계 어디로?
’삐라 살포’ 강행…남북관계 어디로? 북한이 정부가 대북전단 살포를 묵인하면 남북관계는 파국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통일동산주차장에서 탈북자 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이 대북전단 풍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북 전단 살포하는 시민단체
대북 전단 살포하는 시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과 대북풍선단 회원들이 지난달 31일 새벽 접경 지역인 경기 김포 월곶면 성동리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0권을 살포하는 모습.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은 4일 노동신문 담화문에서 대북 전단에 대해 “무엄하게 놀아댄 것”이라고 비난했다.
자유북한운동연합 제공
정부가 4일 김여정 북한 노동당 제1부부장이 강력 반발한 대북 전단(삐라)을 규제할 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은 데다 실질적으로 전단 살포를 막을 방법이 마땅치 않아 남북 관계가 당분간 삐라에 출렁일 가능성이 커졌다.

올 들어 문재인 대통령은 경색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뚫기 위해 코로나19 공동대응 등 다양한 교류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묵묵부답이던 북한이 삐라를 고리로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당장 ‘삐라 해법’이 급하게 됐다.

통일부 관계자는 이날 대북 전단과 관련해 “전단 문제만을 조율하는 별도 법이 아니라 접경지역 평화적 이용과 관련된 종합적 법률 등 다양한 입법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정부는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제도적 장치를 담은 법률안을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제출할 계획이다. 정부입법·의원입법 방식 모두 열어 뒀다.

대북 전단 살포는 북으로선 체제 위협 요인인 동시에 2018년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 정상이 중단키로 합의한 사항이다.

지금까지 경찰이 공개적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접경지역 주민 보호를 명목으로 제지해 왔지만, 사전 예고 없이 비공개로 전단을 살포하면 막을 길이 없다. 더욱이 대북 전단 규제는 접경지역 주민 안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과 표현의 자유 침해 가능성이 있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 왔다. 2008년 대북 전단 살포 전에 통일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한다는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김 제1부부장이 대책 마련을 촉구하자 정부가 이에 즉각 호응하는 모양새를 취해 보수진영과 탈북자 단체는 “지나친 북한 눈치 보기”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가 북미 관계를 떠나 독자적 남북 협력 재개를 모색해 온 데 대해 북한이 9·19 군사합의 파기 압박으로 응수해 남북 관계 경색 국면이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 제1부부장은 남측에 대북 전단 대책을 세우라는 구체적인 조건을 제시하는 동시에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며 ▲개성공업지구의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 군사합의 파기 등을 주장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김 제1부부장이 내부 매체인 노동신문에서 대남 비방을 한 것은 중장기적으로 강경한 대남 기조를 추진한다고 공표한 것과 다름없다”고 분석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보수진영의 비판에 아랑곳하지 않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4·27 판문점선언과 9·19 군사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에서도 이 문제가 심도 깊게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방역을 매개로 남북 대화·교류를 복원하기 위해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북측의 자존심을 긁거나 군사합의 파기의 빌미를 제공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다.

서유미 기자 seoym@seoul.co.kr
임일영 기자 argus@seoul.co.kr
2020-06-05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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