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백악관 한때 봉쇄… LA 등 20여개 도시 야간 통금

백악관 한때 봉쇄… LA 등 20여개 도시 야간 통금

이기철 기자
이기철, 안석 기자
입력 2020-05-31 18:14
업데이트 2020-05-31 23:32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美 ‘흑인 사망’ 시위 악화일로

성난 시위대 경찰차 불태우고 상점 약탈
정부 요원 숨지고 경찰관 부상 잇따라
FBI “국내 테러” 규정… 1300여명 체포
美 국방부 “4시간 내 군 투입 준비 완료”
당국, 가해 경찰 ‘3급 살인’ 혐의로 기소
이미지 확대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분노로 가득한 가운데 30일(현지시간) 사건이 발생했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위 현장에서 자욱한 최류탄 연기 뒤로 진압 경찰들이 꽃을 든 시위 시민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체포 당시 플로이드의 “숨을 쉴 수 없다”는 호소가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구호가 된 가운데 시위 현장 곳곳에서는 ‘숨 쉴 자유’를 상징하는 듯 꽃을 든 시민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닷새째로 접어든 시위가 폭력 사태로 변질되면서 미네소타주는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인 2500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미니애폴리스 AP 연합뉴스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사망한 비무장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미국 전역이 분노로 가득한 가운데 30일(현지시간) 사건이 발생했던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시위 현장에서 자욱한 최류탄 연기 뒤로 진압 경찰들이 꽃을 든 시위 시민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체포 당시 플로이드의 “숨을 쉴 수 없다”는 호소가 인종차별을 상징하는 구호가 된 가운데 시위 현장 곳곳에서는 ‘숨 쉴 자유’를 상징하는 듯 꽃을 든 시민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목격됐다. 닷새째로 접어든 시위가 폭력 사태로 변질되면서 미네소타주는 주 역사상 최대 규모인 2500명의 주방위군을 투입했다.
미니애폴리스 AP 연합뉴스
 흑인 남성이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숨진 것에 항의하는 시위가 닷새째 확산하면서 미국은 말 그대로 대혼란의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대유행과 그 여파로 대규모 실업 사태의 혼돈에 빠진 가운데 이번 대규모 시위사태가 벌어지며 “미국에 두 개의 위기(코로나19와 시위 사태)가 겹쳤다”는 말이 나왔다.

 사태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우려되는 이유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대응 엄포 때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30일(현지시간) 전날 밤 캘리포니아 오클랜드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국토안보부의 보안 요원 1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며 이를 ‘국내 테러’로 규정했다. 또 다른 국토안보부 직원도 부상해 위중한 상태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도 전날 밤 시위대가 던진 돌에 맞아 경찰관 5명이 부상하고 상점 10여곳이 약탈당했다.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는 전날 밤 21세 남성이 차에 탄 신원 불명의 용의자가 쏜 총에 맞아 숨졌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대를 “폭도”, “약탈자”라고 비난하면서 연방군 투입 가능성을 시사하자 시위대는 더욱 격분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약탈이 시작될 때 총격이 시작된다”는 트윗을 올린 뒤 트위터는 이를 폭력 미화 행위로 규정하고 ‘보기’를 클릭해야 원문을 볼 수 있도록 제한했다. 이 발언은 1967년 흑인 시위에 대한 폭력적 보복을 공언한 월터 헤들리 당시 마이애미 경찰서장이 만든 문구였다.

 AP통신은 이번 시위 사태가 60명 이상이 사망하고 2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던 1992년 로스앤젤레스(LA) 폭동을 떠올리게 한다고 전했다. 특히 이날까지 경찰에 체포된 1669명의 시위 참가자 가운데 3분의1이 LA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무장 흑인이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와 약탈 등이 미 전역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젊은 여성들이 시위로 파손된 유명 속옷 매장에 들어가 물품을 갖고 나오고 있다. 당초 평화롭게 시작했던 각 지역의 시위는 경찰의 강경 대응과 맞물리며 갈수록 격화돼 폭력과 방화 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AP 연합뉴스
비무장 흑인이 백인 경찰의 강압적 체포 과정에서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와 약탈 등이 미 전역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젊은 여성들이 시위로 파손된 유명 속옷 매장에 들어가 물품을 갖고 나오고 있다. 당초 평화롭게 시작했던 각 지역의 시위는 경찰의 강경 대응과 맞물리며 갈수록 격화돼 폭력과 방화 등으로 비화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AP 연합뉴스
 당국은 가해 경찰관을 3급 살인 혐의로 기소하는 등 민심 수습에 나섰지만 시위대의 분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특히 트럼프의 시위대를 향한 급진 좌파 운운과 강경 대응 천명은 폭력 사태에 기름을 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윗에서도 미니애폴리스 시위에 대해 “자유주의 주지사와 시장은 훨씬 더 강경해져야 한다”며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군대의 무한한 힘을 활용할 것”이라며 연방군대 투입을 경고했다. 국방부도 성명을 내고 미네소타 주지사의 요청이 있으면 4시간 내에 군대를 투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미 민주당 측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의 트윗 발언은 분노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지층을 선동하고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고한 이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안티파(파시스트 극우파에 대항하는 극좌파)와 급진 좌파 집단이 폭력과 공공기물 파손을 주도하고 있다”고 재차 시위대를 비난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의 피해가 고령자와 더불어 저소득층 유색인종에 집중되며 트럼프 행정부의 전염병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된 가운데 다시 한번 인종 논란이 뜨거운 이슈로 떠오르며 11월 대선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민주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이날 성명을 내고 “시위의 활동이 우리가 시위하는 이유를 깎아내리도록 놔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안석 기자 sartori@seoul.co.kr
2020-06-01 14면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