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위로다] <10>신철규 시인
여기는 지도가 끝나는 곳 같다나는 생각을 멈출 수 없습니다
내가 인간이 아니라는 생각을
생각을 멈추어도 나는 사라지지 않습니다
인간이 아닌 것이 인간이 되려고 한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인간이 되려고 한다
눈사람은 녹았다 얼어붙었다 하는 사람
더 이상 녹지 않을 때까지 타오르는 사람
더 이상 얼어붙지 않을 때까지 흐르는 사람
우리는 어떤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을까
마음으로 와서 몸으로 나가는 것들
몸으로 와서 마음에 갇힌 것들
굳은 마음
손을 대면 손자국이 남을 것 같은
우리는 여권을 잃어버린 여행자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서로의 발끝만 내려다보면서
손바닥을 펴서 네 심장에 갖다 댈 때
눈 속의 지진
지진계처럼 떨리는 속눈썹
나는 그림자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몸을 웅크린다
눈사람의 혈관에는 얼어붙은 피가 고여 있다
모래알갱이가 덕지덕지 붙은 몸으로
거센 바람에 휘청거리고 있다 ■신철규 시인은
1980년 경남 거창 출생.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지구만큼 슬펐다고 한다’. 신동엽문학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