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여객기 추락에 스러졌는데 “옷을 그렇게 입으니” 악플들

여객기 추락에 스러졌는데 “옷을 그렇게 입으니” 악플들

임병선 기자
입력 2020-05-26 16:11
업데이트 2020-05-26 16:39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지난 22일(이하 현지시간) 남부 카라치 공항 근처 주택가에 추락한 파키스탄국제항공(PIA) 여객기에 탑승해 목숨을 잃은 모델 자라 아비드가 28세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뒤에도 온갖 악플이 나돌고 있다.

생전 그녀의 옷차림이나 행실을 문제 삼고 이 때문에 죽은 것이란 얼토당토 않은 댓글들이 쏟아져 소셜미디어 계정이 폐쇄됐다고 영국 BBC가 26일 전했다. 당국은 참사 나흘이 되도록 단 둘 뿐인 생존자 신원은 공개했지만 희생자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그녀가 간신히 목숨을 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오빠(나 남동생)가 가짜 뉴스에 현혹되지 말라고 호소할 정도였다. 이제 가족과 친구들은 그녀가 참사에 목숨을 잃었다는 사실을 확인해줬다고 방송은 전했다.

그녀의 인스타그램과 트위터, 페이스북 모두 폐쇄됐다. 이들 사이트 자체적으로 폐쇄 결정을 했는지, 가족들인지, 친구들인지는 분명하지 않다.

보수적인 파키스탄 사회에서 여성은 순종해야 하며 도덕적이길 강요받는다.

자라 아비드는 파키스탄에서 가장 유명한 패션 브랜드 몇 군데에서 모델로 활약했으며 지난 1월 흄 스타일 상 가운데 “최우수 여자 모델” 상을 수상했다. 유명 디자이너들은 그녀가 투철한 직업인이었으며 스타일이 빼어났다고 칭찬했다. 올해 안에는 여배우로 데뷔할 예정이었는데 불의의 사고로 꽃을 제대로 피워보지도 못했다.

그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그녀의 믿음이 부족했거나 이슬람 관습을 철저히 좇지 않은 것이 죽음으로 귀결됐다는 식의 교조적인 견해를 담은 글들이 잇따랐다. 내세에도 응징될 것이라고 적시하는 글마저 있었다. 그녀가 의상을 걸친 사진들은 그녀의 “죄 많은” 행실을 드러내는 예라고 지적한 이도 있었다.

한 트위터 이용자는 “예지자 알라는 신체 일부를 모든 이에게 보여주는 이런 류의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 잔낫(천당)은 순수한 남성과 정결한 여성에게만 주어진다”라고 적었다. 똑똑한 여성들은 도덕과 종교적 순수성을 되찾는다는 미명 아래 놀림을 당하거나 심지어 강간을 당할 수도 있고 온라인에서는 살해 위협에도 맞닥뜨린다.

물론 동료 모델들이나 디자이너들, 배우들은 “패션계의 비극”이라며 그의 죽음을 안타까이 여긴다. 몇몇은 그녀의 구릿빛 피부가 관습적인 미의 기준을 바꿔놓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파키스탄도 남아시아처럼 하얀 피부를 아름다운 것으로 선망하고 우상화하는 경향이 있다.

임병선 기자 bsnim@seoul.co.kr

많이 본 뉴스

  • 4.10 총선
저출생 왜 점점 심해질까?
저출생 문제가 시간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습니다. ‘인구 소멸’이라는 우려까지 나옵니다. 저출생이 심화하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자녀 양육 경제적 부담과 지원 부족
취업·고용 불안정 등 소득 불안
집값 등 과도한 주거 비용
출산·육아 등 여성의 경력단절
기타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