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페이지

지구별은 치료 중

지구별은 치료 중

입력 2020-05-24 17:36
업데이트 2020-05-25 01:23
  • 글씨 크기 조절
  • 프린트
  • 공유하기
  • 댓글
    14

[시는 위로다] <9>이종형 시인

이미지 확대
일러스트 조숙빈 기자 sbcho@seoul.co.kr
일러스트 조숙빈 기자 sbcho@seoul.co.kr
나는 이상한 1학년이에요
담임 선생님께 인사도 못 드렸고
반 친구들도 아직 만나보지 못했어요
어젯밤도 형아랑 같이
학교 가는 꿈을 꿨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 멋진 교복은 여전히 옷걸이에 걸려있어요

엄마는 요즘 집에서 젤 무서운 사람이에요
하루 종일 우리 뒤치다꺼리 하느라
숨 막혀 죽을 것 같다는데
엄마가 죽을까봐 걱정이 돼서 그런지
형아도 아빠도 엄마 눈치 살살 보며
말을 잘 듣는 거 같아요

나를 작은 강아지라 부르는 할아버지께
언제면 학교에 갈 수 있을지 여쭸더니
지구별이 조금 고장나서
지금 어른들이 열심히 고치고 있는 중이래요
나도 같이 고치고 싶다고 했더니
엄마 말씀 잘 듣는 게 아픈 지구별을 빨리 낫게 해주는 거래요
그렇게 몇 밤만 더 자면 드디어 학교에도 갈 수 있고
이상한 1학년이 아니라 진짜 1학년이 되는 거래요

고장난 지구별 빨리빨리 고쳐주세요
더 이상 아프지 말게 해주세요
꼭 좀 부탁드려요
이미지 확대
이종형 시인
이종형 시인
이종형 시인은

1956년 제주 출생. 2004년 ‘제주작가’로 등단.

시집 ‘꽃보다 먼저 다녀간 이름들’ 출간. 5·18문학상 수상.
2020-05-25 23면

많이 본 뉴스

국민연금 개혁 당신의 선택은?
국민연금 개혁 논의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산하 공론화위원회는 현재의 보험료율(9%), 소득대체율(40%)을 개선하는 2가지 안을 냈는데요. 당신의 생각은?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50%로 각각 인상(소득보장안)
보험료율 12%로 인상, 소득대체율 40%로 유지(재정안정안)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