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대신 주유소 가는 베네수엘라 의사들

입력 : ㅣ 수정 : 2020-04-09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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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적고 휘발유 대란에 도로 막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7일 한 의사가 주유소를 향해 가고 있다. 2020.4.8.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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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7일 한 의사가 주유소를 향해 가고 있다. 2020.4.8.
로이터 연합뉴스

출근용 기름 사러 밤새 대기… 진료 못 봐

“근무조가 아닐 땐 휘발유를 사려고 밤새도록 줄을 서는 거죠.”

7일 새벽 4시 30분(현지시간) 하얀색 병원 가운을 걸친 채 주유소에 줄을 선 베네수엘라 카라카스 시립병원 의사 마리아 페르난다 마르티네스(24)는 로이터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국제 유가 급락에도 원유 부국 베네수엘라에서는 코로나19 대응에도 바쁜 의사들이 기름을 사려 주유소에 몇 시간씩 줄을 서면서 그 이유에 관심이 쏠린다.

베네수엘라는 대중교통이 크게 부족해 자가용이 유일한 이동 수단이다. 마르티네스는 “동료 몇몇은 (기름을 사려고) 병원에 출근조차 못한다. 코로나19로 병원에 오는 환자들을 돌볼 사람이 더욱 부족한 상황”이라고 말한다. 정부는 의사 등 병원 노동자에게 주유 우선권을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의료진은 차량에 기름을 넣으려고 한밤중까지 몇 시간씩 기다려야 한다.

카라카스의 소아과병원에서 일하는 줄리아 보르게스(51)는 “도로가 주유소를 찾는 차량으로 꼼짝 못할 지경”이라며 “엄중한 시기에 주유 우선권이 있어야 할 이들이 기름을 찾아 온 동네를 헤매고 있다”고 말했다.

극심한 석유 부족 탓에 식량 생산과 배달도 차질을 빚고 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수년간 500만명이 이민으로 탈출하면서 의료진은 더욱 줄었다. BP 세계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모순적으로 석유난에 시달리는 베네수엘라의 석유 매장량은 2019년 3033억 배럴로, 사우디아라비아(2977억 배럴)을 제치고 세계 1위다. 석유 부족에 대해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은 미국 제재를 탓하지만 야당들은 부패와 관리 부실이 석유 산업을 황폐화시켰다고 맞서고 있다.

한편 이날 베네수엘라 코로나19 확진자는 166명, 사망자는 7명이다.

이기철 선임기자 chuli@seoul.co.kr
2020-04-09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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