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바쁜 부모 집 비운 사이 울산 형제 안타까운 죽음

입력 : ㅣ 수정 : 2020-04-09 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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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속 9세 동생 구하려던 18세 끝내 탈출 못 하고 둘 다 숨져
8일 화재가 발생한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 까맣게 타 버린 텔레비전과 집기가 나뒹굴고 있다. 이 화재로 집 안에 있던 9살 동생이 숨지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집에 들어갔던 18살 형은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울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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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화재가 발생한 울산 동구의 한 아파트에 까맣게 타 버린 텔레비전과 집기가 나뒹굴고 있다. 이 화재로 집 안에 있던 9살 동생이 숨지고,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집에 들어갔던 18살 형은 아파트에서 추락해 사망했다.
울산 연합뉴스

부모가 생업으로 집을 비운 사이 아파트에서 불이 나 잠자던 초등학생 동생과 동생을 구하려던 고등학생 형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8일 울산 동부소방서와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4시 6분쯤 동구의 한 아파트 13층에서 화재가 발생해 형제 2명이 숨졌다. 9살 동생은 집 안에서 발견됐고 18살 형은 13층 아파트에서 추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있기 전인 오전 3시 50분쯤 형은 집에 놀러 온 친구와 함께 음료수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집에 불이 난 것을 발견했다. 형은 방에 있던 동생을 구하기 위해 집 안으로 들어갔고, 친구는 밖에서 소화기를 찾으러 갔다.

형은 동생을 데리고 거실 베란다 근처까지 나왔으나 탈출하지 못했고, 베란다에 매달렸다가 추락한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화재경보기가 작동했지만 준공된 지 오래된 아파트여서 스프링클러는 설치돼 있지 않았다. 경찰은 형과 그 친구가 작은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은 뒤 냄새를 없애려고 촛불을 켜 놓은 채 편의점에 다녀온 사이 불이 난 것으로 추정했다. 불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에 의해 30여분 만에 꺼졌다.

사고 당시 부모는 생계로 집을 비운 상태였다. 형제의 어머니는 경북 경주 쪽 식당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고, 아버지도 식당 일 준비로 당시 집에 없었다. 부모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집을 비우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불로 아파트 주민 8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고, 100여명은 긴급 대피했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화재 원인과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

울산 박정훈 기자 jhp@seoul.co.kr
2020-04-0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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