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0·여성’ 1명을 1.35명 계산… 여론조사는 진짜 표심 모른다

입력 : ㅣ 수정 : 2020-04-0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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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중치 적용으로 ‘민심 뻥튀기’ 우려
민주 선호하는 20대·女엔 최고의 가중치
통합 지지 많은 50대·男엔 되레 ‘마이너스’
“특정 성별·연령대 목표치 맞추려고 적용
모집단 대표하는 의견으로 오해 가능성”
“가상번호·전화 면접으로 신뢰성 높여야”
4·15 총선을 일주일 앞둔 8일 경기 고양 덕양구 화정역 광장서 후보자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는 한 시민의 선글라스 렌즈 위로 후보자와 운동원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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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5 총선을 일주일 앞둔 8일 경기 고양 덕양구 화정역 광장서 후보자의 연설을 경청하고 있는 한 시민의 선글라스 렌즈 위로 후보자와 운동원들의 모습이 비치고 있다.
김명국 선임기자 daunso@seoul.co.kr

4·15 총선 여론조사의 공표 금지 기간 직전까지 발표된 대부분 조사에서 20대와 여성의 응답에는 최대 1.35배에 달하는 가중치를 부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민심의 향배를 가늠하는 여론조사에서 20대와 여성 의견 등 일부 적극 관여층의 목소리가 다소 ‘뻥튀기’돼 반영된 셈이다. 반면 50대와 남성의 응답은 역(逆)가중치를 준 경우가 많아 여론조사만으로는 진짜 표심을 알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서울신문이 주요 여론조사 기관의 응답자 특성을 분석한 결과, YT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4월 1주차(3월 27일~4월 3일) 조사의 경우 만 18~29세 응답자 목표할당량은 455명이었지만 실제로는 338명의 응답만을 받아 1.35배의 가중치를 줬다. 여성은 목표 1260명이었지만 965명 조사만 완료한 뒤 1.31배를 가중했다. 반면 여론조사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50대의 의견은 0.78만 반영했다. 남성도 목표할당량보다 많은 응답을 받아 가중치 0.8을 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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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갤럽의 3월 4주차(지난달 24~26일) 자체 조사도 18~29세는 할당량을 채우지 못해 1.3배 가중치를 줬다. 지난 5일 서울신문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공표한 서울 광진을 여론조사에서는 20대 가중치가 1.28, 50대는 0.89, 60세 이상은 0.77였다.

여론조사는 응답자의 성별과 연령, 거주지역 등이 한쪽으로 쏠려 결과가 왜곡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체 인구 비율에 따라 목표할당량을 정한다. 하지만 실제 여론조사 전화를 돌릴 때는 ‘응답 거부’로 목표를 모두 채우기가 어려워 일정한 가중치를 곱해 보정하는 방식을 택한다. 가중치는 지난 2016년 20대 총선 당시 집전화 조사와 더불어 실제 결과와 딴판인 ‘먹통 여론조사’의 주범으로 꼽혔다. 이후 가중치를 0.7~1.5만 주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했는데 이번에도 응답률이 낮은 20대와 여성은 거의 법정 한계치까지 가중치를 준 셈이다.

해당 성별이나 세대의 응답률이 낮아 가중치를 많이 줄 경우 여론조사에 응한 일부의 의견이 모집단을 대표하는 의견처럼 왜곡될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따라 이번 총선에도 실제 표심은 여론조사와 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여론조사 응답률이 낮은 20대·여성의 진짜 표심은 현재 조사로는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전문가 의견이다.

직전까지 여론조사 흐름을 보면 남성은 미래통합당에, 여성은 더불어민주당에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의 4월 1주차 조사에서 남성 응답자의 민주당 지지율은 42.1%, 통합당 지지율은 31.2%였다. 반면 여성 응답자는 민주당 44.2%, 통합당 26.4%였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도 여성의 경우는 여론조사에 적극적으로 응한 소수 응답자의 의견을 보정한 것이라 ‘진짜 여심’이라 확신하기는 힘들다.

전문가들은 가중치를 부여해 보정하는 방식은 여론조사에서 양극단 성향의 목소리를 과도하게 반영하는 문제를 낳는다고 지적한다. 박원호 서울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론조사 응답률은 약 2% 수준으로 굉장히 낮아 각각 목표할당량을 채울 때까지 전화를 돌리는데 응답에 응하는 사람이 특정한 성격을 띠는 극단의 사람으로 추려질 가능성이 높아 편향된 샘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동응답시스템(ARS) 기계 혹은 전화면접원, 휴대전화 혹은 집전화에 따라 샘플이 편향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가중치 적용을 최대한 피하고 여론조사 결과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ARS 방식 조사를 지양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계가 전화를 거는 ARS 방식은 응답률이 떨어진다. 대신에 상담원이 전화 면접을 진행하는 CATI 방식의 여론조사는 응답률을 끌어올릴 수 있어 가중치 적용을 통한 보정을 줄일 수 있다. 이병일 엠브레인퍼블릭 대표는 “가상번호와 전화면접 방식으로 정치에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사람들의 응답까지도 최대한 받아내야 해당 여론조사의 신뢰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김진아 기자 jin@seoul.co.kr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2020-04-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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