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산업 비틀대는데… 정부는 ‘명분’에 골든타임 놓칠 판

입력 : ㅣ 수정 : 2020-04-09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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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항공·해운 지원책 왜
“대주주 사재 출연 필요”vs“급한 불 꺼야”
정부 “기간산업 지원책 검토 중” 답변만

항공업계, 코로나 영향 매출 90% 급감
수출 막힌 車산업, 돈줄 막힌 정유업계
지원 타이밍 놓치면 제2 한진해운 우려
전문가 “네트워크 망가지면 회복 불가”
텅 빈 인천공항 출국장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의 하루 평균 여객 수(4581명)가 사상 처음으로 5000명 이하로 추락하면서 인천공항공사가 비상운영에 돌입했다. 사진은 8일 이용객 수가 급감한 인천공항 출국장의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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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텅 빈 인천공항 출국장
지난 6일 인천국제공항의 하루 평균 여객 수(4581명)가 사상 처음으로 5000명 이하로 추락하면서 인천공항공사가 비상운영에 돌입했다. 사진은 8일 이용객 수가 급감한 인천공항 출국장의 한산한 모습.
연합뉴스

국내 항공·정유·해운·조선·자동차 산업이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지만 정부는 기간산업 지원책에 대해 “검토 중”이라는 답변만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원 명분 때문에 골든타임을 놓치면 피해 규모가 커지는 것은 물론 이후 산업경쟁력 회복도 쉽지 않아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맞이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8일 정부 부처와 재계에 따르면 4차 비상경제대책회의 코로나19 대응 방안에서 기간산업 지원 방안이 빠진 핵심 이유는 항공산업에 대한 지원 명분, 특히 대한항공 오너 일가에 대한 명분 다툼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몇 년간 갑질 논란과 경영권 다툼을 벌인 대한항공을 지원하기 위해선 오너 일가의 사재 출연 등 자기 희생이 있어야 한다는 게 재정·금융 당국의 입장이다. 반면 항공 업무를 관장하는 국토교통부는 기간산업이 망가져 발생하는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먼저 지원안을 내놓고 오너 일가의 책임은 사후에 요구하면 된다는 입장이다.
이처럼 정부 내 이견으로 지원 방안이 늦어지면서 항공업계를 중심으로 한 기간산업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항공협회에 따르면 국내 항공사들의 한 달 고정비(리스비+임금)만 9000억원에 이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매출의 90%가 줄어든 상황”이라면서 “저비용항공사(LCC)는 물론 업계 1위인 대한항공도 다음달이면 운용자금이 바닥날 수 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오는 16일부터 6개월간 직원 70%를 대상으로 순환 휴업에 돌입한다. 대한항공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항공사와 협력업체들은 각자 감당할 수 있는 자구 노력을 통해 기업의 명줄을 잠시 늘리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노동자의 인건비를 줄이고 있고, 이는 사회 구성원 중 가장 취약한 노동자가 가장 큰 피해자가 되는 악순환이 재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정부가 ‘명분 다툼’으로 시간을 보내다 제2의 한진해운 사태를 맞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실장은 “기간산업은 네트워크가 망가지면 회복이 어렵다”면서 “일단 대한항공을 살리고 이후 경영구조 변화나 오너의 책임을 묻는 형식이 맞을 것”이라고 했다.

정유·자동차·해운·기계 등 다른 기간산업도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자동차업계는 중국을 제외한 모든 해외 공장이 문을 닫아 내수의 힘으로만 버티고 있다. 현재 수출용 자동차를 만드는 국내 공장도 하나둘씩 가동을 멈추고 있다. 주요 수출 모델 가운데 하나인 현대차 투싼을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5공장은 오는 13∼17일 임시 휴업에 들어간다.

정유업계도 자금 흐름이 막혔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유업계의 1분기 영업손실을 2조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정책금융만 쓸 수 있게 해줘도 버틸 수 있다”면서 “한진해운 사태로 붕괴된 해운업이 아직까지 회복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을 정책 당국이 살펴봤으면 한다”고 말했다.

세종 김동현 기자 moses@seoul.co.kr
서울 이영준 기자 the@seoul.co.kr
2020-04-09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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