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말라리아약 효과 충돌… 과학계 ‘부작용’우려에도 트럼프 직감 편드는 측근

입력 : ㅣ 수정 : 2020-04-07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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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어붙이는’ 트럼프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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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거센 비판 속에도 말라리아 치료제의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연이어 ‘찬양’하는 속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과학보다 직감을 내세우면서 감염병 사태를 정치적으로 유리하게 이끌려는 의도라는 지적이다. 트럼프를 편드는 소수 측근이 공공연하게 위험성을 경고하는 보건 전문가들의 의견을 묵살하면서 코로나 난맥상은 심화되고 있다.

●나바로 국장 “치료 효과, 일화 아닌 과학”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6일(현지시간) 폭스뉴스, CNN 등과의 인터뷰에서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과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는 사실을 털어놨다. 그에 따르면 지난 4일 백악관에서 큰소리가 날 정도로 설전이 오갔다. 나바로 국장은 당시 말라리아약의 치료 효과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자 파우치 소장이 “입증되지 않은 일화적인 증거”라고 일축했고 이에 일화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자신이 폭발했다면서 “이견과 토론이 없었다면 이 행정부가 지금처럼 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나도 박사 학위가 있어 통계 연구 결과들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안다”며 “이번 건에 관해 트럼프 대통령의 직감을 믿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파우치 소장 “과학적 관점에선 효과 의문”

브리핑 때마다 트럼프 면전에서 줄기차게 이견을 피력해 온 파우치 소장은 전날 CBS방송에 나와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효과가 있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제로 부각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9일 백악관 브리핑에서 “완전한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고 처음 언급하면서다. 이후 보름 동안 진행된 브리핑 중 12일 동안 빼놓지 않고 이 약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6일엔 “믿을 수 없는 효과가 있다”고 치켜세우고 해당 약품에 대한 비상사용 허가와 함께 2900만개를 비축해 놨다고 발표했다. 자신감의 근거는 말라리아약과 아지트로마이신을 섞어 6명의 환자에게 투여한 결과 효과를 봤다는 프랑스 연구진의 논문(3월 20일 발표)이었다.

당장 약 사재기가 벌어지면서 과학·의료계에서 비판과 함께 부작용에 대한 경고가 쏟아지는 등 혼란이 연출됐다. 부정맥, 심장마비, 시력 악화 등 부작용 논란 속에 지난달 애리조나주에선 60대 부부가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이 약을 먹고 사망했다는 언론보도도 나왔다. 더 애틀랜틱은 “트럼프 대통령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재기를 부추기며 시민들의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다”며 “오히려 그의 말을 믿고 약을 택한 시민들이 제때 병원에 못 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美언론 “전시대통령 부각 위한 정치 목적”

이런 대혼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이유에 대해 미 언론들은 정치적 목적이 있다고 봤다. 워싱턴포스트(WP)는 딱히 백신이 없는 가운데 “(말라리아약의) 치료 가능성을 부각하면서 (전염병 대응에 성공한) 전시대통령으로서의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를 둘러싼 소수 측근들이 트럼프의 귀를 막고 있다고도 했다. 나바로 국장 외에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던 개인 변호사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도 그중 한 명이다. WP는 “탄핵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던 줄리아니가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단축하고자 열망하는 대통령의 ‘개인 과학 조언자’를 자임하고 나섰다”고 꼬집었다.

이날 오후 4시(한국시간) 기준으로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34만 8257명, 사망자는 7만 4795명이었다. 미국 확진자는 36만 7650명, 사망자는 1만 943명이었다.

이경주 기자 kdlrudwn@seoul.co.kr
2020-04-08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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