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재난지원금 7조 ‘세출 구조조정’ 딜레마

입력 : ㅣ 수정 : 2020-04-02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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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예산 조정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
SOC 우선 삭감 땐 경제회복 역효과 우려
전문가 “보편적 복지 줄여 충당 효과적”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에 필요한 재원 7조원(지방정부 부담분 2조원 제외)을 모두 올해 예산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어떤 부문에서 ‘칼질’을 할지 주목된다. 이번처럼 대규모 조정이 있었던 외환위기 때는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가장 많이 깎았다. 하지만 지금은 SOC 등 건설투자가 경제 회복의 키 역할을 하고 있어 삭감에 따른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7조원을 웃도는 대규모 예산 조정은 외환위기 때인 1998년 1차 추경 이후 22년 만이다. 당시 편성된 12조 5000억원의 추경 재원 중 8조 5000억원(68%)은 예산 조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SOC에서 1조 5000억원을 깎았고 ▲교육 투자(1조 3000억원) ▲농어촌 지원(9700억원) ▲국방비(5900억원) 등도 대거 삭감됐다. 이 밖에 행정경비 절감(5200억원)과 공무원 인건비 동결(5100억원) 등을 통해서도 재원을 확보했다.

SOC와 농어촌 지원, 국방비 등은 이번에도 주된 삭감 대상에 올라와 있다. 특히 올해 SOC 예산(23조 2000억원)은 지난해(19조 8000억원)보다 17.6% 증액된 상태라 우선순위로 삭감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SOC에 칼질을 하면 그렇지 않아도 부진에 빠진 건설투자가 악화돼 향후 경제회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게 예산당국의 딜레마다. 지난달 말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코로나19 조기 극복을 위한 민생·경제 종합대책’을 발표할 때 SOC 예산 조기집행 등을 통한 건설투자 활성화 방안을 담았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은 경기부양을 위해 2조 달러를 인프라에 풀겠다고 밝힌 상황인데 우리는 반대로 SOC 예산을 삭감하려 한다”며 “SOC 대신 보편적 복지를 줄여 재원을 마련하는 게 경제회복 측면에선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세종 임주형 기자 hermes@seoul.co.kr

2020-04-03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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