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조상 뇌 형태는 유인원, 발달과정은 현대인과 비슷

입력 : ㅣ 수정 : 2020-04-02 0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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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류학 성과 네이처 등 속속 발표...인간 진화의 빠진 고리들 맞춰져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늦게 나타났지만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현생인류의 또 다른 조상 ‘호모 날레디’의 청소년 팔, 다리, 턱뼈 일부 화석을 분석한 결과 유인원과는 다른 성장 과정을 보임을 밝혀냈다. 플로스 원 제공

▲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 늦게 나타났지만 비슷한 시기에 살았던 현생인류의 또 다른 조상 ‘호모 날레디’의 청소년 팔, 다리, 턱뼈 일부 화석을 분석한 결과 유인원과는 다른 성장 과정을 보임을 밝혀냈다.
플로스 원 제공

성인 아파렌시스 뇌 침팬지보다 20% 커 인간처럼 오랜시간 양육

찰스 다윈의 진화론은 자연과학과 인문사회학, 예술,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 강력한 영향을 미쳐 단순한 과학이론이 아닌 인류사를 뒤바꾼 혁명적 사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진화론을 바탕으로 한 고인류학은 화석과 유전자 분석을 통해 최초의 인간은 언제 유인원과 분리됐는지를 밝혀내고 인간의 특성을 찾아내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과학적으로 규명하려는 학문이다. 이번 주에는 주목할 만한 고인류학적 성과들이 ‘네이처’를 비롯해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미국공공과학도서관에서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 등에 앞다퉈 실렸다.

우선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와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산타페 고등연구소, 애리조나주립대, 시카고대, 유럽 싱크트론방사선연구소(ESRF), 호주 그리핀대, 영국 런던자연사박물관, 런던대(UCL) 공동연구팀은 약 318만년 전에 살았던 인류의 조상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의 뇌가 유인원과 비슷한 형태를 갖고 있지만 발달 과정은 현대인과 비슷했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기초과학 및 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 2일자에 발표했다.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micro-CT) 기술로 복원한 호모 안테세소르의 턱과 치아의 구조. 이를 통해 호모 안테세소르가 현생인류와 똑같은 얼굴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스페인 국립인간진화연구소(CENIEH)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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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크로 컴퓨터단층촬영(micro-CT) 기술로 복원한 호모 안테세소르의 턱과 치아의 구조. 이를 통해 호모 안테세소르가 현생인류와 똑같은 얼굴 구조를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스페인 국립인간진화연구소(CENIEH) 제공

현대인의 뇌는 오랑우탄, 침팬지, 고릴라 같은 유인원들보다 크고 형태도 다르며 완전히 뇌가 자라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특징이 있다. 사람 뇌의 이런 독특한 특성이 언제부터 시작됐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태였다.

연구팀은 ‘싱크로트론 마이크로토그래피’라는 장치를 활용해 최초의 인류 화석인 ‘루시’와 최초의 아이 ‘디키카’ 화석이 발견된 바 있는 에티오피아 디키카와 하다르 지역에서 발굴된 8개의 서로 다른 아파렌시스 두개골에 대한 정밀 분석을 실시했다. 싱크로트론 마이크로토그래피는 컴퓨터단층촬영(CT)과 비슷하지만 사용하는 엑스선 강도가 더 강하기 때문에 미세한 부분까지도 입체적으로 표현해 낼 수 있는 기술이다. 아파렌시스 아이의 뇌는 사람보다 유인원에 더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지만 성장에 따른 뇌 발달과정은 현대인과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성인 아파렌시스는 침팬지보다 뇌가 20% 정도 더 큰 것으로 미뤄 봤을 때 아파렌시스 아이가 성인의 뇌를 갖기까지는 오늘날 인간처럼 오랜 시간 양육자의 보호를 받았을 것이라고 연구팀은 분석했다.
연구팀은 ‘디키카의 아이’라고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어린이의 뇌 화석(왼쪽)을 분석한 결과 유인원인 침팬지(오른쪽)와 뇌구조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성장하는 과정은 현생인류와 비슷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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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팀은 ‘디키카의 아이’라고 불리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 어린이의 뇌 화석(왼쪽)을 분석한 결과 유인원인 침팬지(오른쪽)와 뇌구조가 비슷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렇지만 성장하는 과정은 현생인류와 비슷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제공

이날 국제학술지 플로스 원에는 남아프리카공화국 비트바테르스란트대, 미국 위스콘신 메디슨대 고인류학자들이 ‘호모 날레디’의 청소년 화석을 분석한 결과 성인과 같은 체격구조를 갖추는 데 유인원보다 오랜 15년 정도가 걸렸을 것이라는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호모 날레디는 2013년 남아공 수도 요하네스버그에서 북서쪽 50㎞ 위치의 ‘라이징 스타’라는 이름의 동굴 속 디날레디라는 부분에서 발견된 현생인류의 직접 조상인 호모족의 새로운 종이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보다는 늦은 약 300만년 전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진 호모 날레디는 오스트랄로피테쿠스와 현생인류의 특징을 모두 갖고 있어 고인류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연구팀은 ‘DH7’으로 이름 붙여진 호모 날레디의 팔, 다리, 턱뼈 일부를 분석한 결과 사망 당시 나이는 8~11세였으며 다른 호모 날레디 화석과 비교했을 때 성장단계에 있는 청소년인 것으로 확인했다. 호모 날레디의 성장 속도가 현대인과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완전한 성인 체형을 갖는 나이는 15세 전후였을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 2일자에도 두 편의 고인류학 연구논문이 실렸다. 그중 덴마크 코펜하겐대와 독일 막스플랑크 생화학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스페인, 미국, 영국, 조지아 6개국 21개 연구기관으로 구성된 국제공동연구팀은 약 120만년 전에서 80만년 전에 유럽에 살았던 것으로 알려진 ‘호모 안테세소르’의 치아 화석을 분석 비교한 결과 현생인류와 친척뻘인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의 안면 골격구조를 동시에 갖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기도 했다. 필립 건즈 독일 막스플랑크 진화인류학연구소 박사(형질인류학)는 “이번 연구 성과들은 유인원과 인류의 차이점과 분기점을 더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유용하 기자 edmondy@seoul.co.kr
2020-04-02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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